2024년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개발한 「안전디자인 표준모델_01」을 염명수 대표가 직접 참여한 실무적 관점에서 소개한 이번 컬럼은, 산업현장 특히 중소기업에서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 접근법을 구체화한 결과물이다. ‘보행안전, 소방안전, 위험구역, 보호구착용, 안전표시’의 다섯 가지 유형별 실증 사례를 토대로, 현장 중심의 실효성 높은 표준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시각물 수준을 넘어 근로자의 행동과 사고예방에 영향을 주는 넛지디자인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글은 향후 안전디자인 표준모델 시리즈의 확장성과 사회적 정착 가능성을 조망하며, 안전이 곧 디자인의 중요한 공공적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장 적용을 위한 안전디자인가이드
염명수 대표, ㈜아이엔엑스/디자인컨설턴트
안전기술, 2025 5-6월호, 대한산업안전협회
* 본 컬럼의 주요 내용 및 이미지는 2024년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개발한 ‘안전디자인 표준모델_01’ 보고서를 출처로 합니다.
1. 안전디자인 표준모델 소개
2024년 한국디자인진흥원(KIDP)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개발하는 ‘현장 적용을 위한 안전디자인 가이드-안전디자인 표준모델 01’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본 표준모델은 50인 이하의 중소기업 현장의 안전도를 높이자는 목표로 추진되었으며 한국디자인진흥원이 2021년부터 진행했던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의 산출물을 기반으로 효과가 입증된 안전디자인 성과물 중 우수사례를 선별하고 현장의 요구사항을 고려하여 개발하였다.
보고서 서문에는 ‘중소 규모
사업장은 안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위험 요소를 시각적으로 인지하기
어려워 사고 발생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안전표준모델을 개발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즉 안전디자인 표준모델은 디자이너는 물론 중소기업의 활용성을 중점을 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특징
안전디자인 표준모델 01의 가장 큰 특징은 ▲4년간 누적된 안전서비스디자인 실증결과 <2021-2025년 산업단지 소재 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안전서비스디자인 실증결과 107건을 대상으로 함 > 를 기반으로 ▲관련 전문가 회의를 통해 중대재해 관련성, 보편적 수요, 표준화 용이성 등의 준거로 하였으며 ▲중소기업의 활용 빈도수가 높고 안전사고 방지 등의 넛지 효과가 가능한 부분을 우선하여 개발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1. 보행안전, 2. 소방안전, 3. 위험구역, 4. 보호구착용, 5. 안전표시의 5개 유형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 우수한 실증사례를 표준화하고, 근로자 중심의 사용성이나 접근성을 보완할 수 있는 요소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유형 | 보행안전 | 소방안전 | 위험구역 | 개인보호구 | 안전사인 |
핵심 이슈 | 근로자의 보행 및 작업 안전성 강화 | 소화/소방시설 접근성 개선 | 추락 방지 환경 개선 | 개인보호구 착용 인식 개선 | 안전표지 등 시인성 개선 |
표준화대상 | 보행로 지게차로 교차로 등 | 소화기 소화전 | 개구부 리프트구역 등 | 개인보호구 보관 및 착용구역 | 안전표지 및 사인물 등 |
표준모델 유형 및 주요 이슈 검토 |
최근 안전서비스디자인 성과가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작업자와 현장 중심의 접근이라는 관점의 변화와 비교적 저비용으로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결과에 대해 관련 기관은 물론 대기업 등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회도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관심과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안전디자인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관련 역량 교육이나 협업, 인프라 확보 등 해결 과제도 다수 존재한다.. 그 중 최우선 과제는 바로 디자이너와 기업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안전디자인에 대한 확고한 개념 설정과 방향성의 제시이다. 즉, 안전디자인은 총합적으로 안전도를 높이고자 하는 문제 해결의 과정이자 결과이고 근로자 중심이라는 표어 아래에서만 의미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3. 주요 내용
안전디자인 표준모델_01의 주요 유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특징과 의미를 찾아 보고자 한다. 표준모델의 각 유형을 개발하면서 실질적으로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을 중요하게 볼 것인가’와 ‘어떻게 시각화 할 것인가’였다. 그래서 표준모델은 각 유형별 원칙과 범위 및 내용을 정리하고 관련 법규를 검토한 개요 부분과 그 부분을 실제 항목별 디자인으로 구체화하는 것으로 구성하였다. 각 항목은 보행 안전 표준 디자인, 소방 안전 표준 디자인, 위험 구역 표준 디자인, 보호구 착용안내, 안전표지 게시 가이드의 5개로 구성되었다.
3.1 보행 안전 표준 디자인
보행 안전 표준 디자인은 ‘근로자들이 산업현장에서 보행 및 이동 시 최대한 안전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산업공간 및 관련 시설에 대한 규격, 표시방식을 포함한 시지각적 구성 요소에 관한 것’으로 정의하고 ▲안정적 유효폭 확보, ▲원활한 이동경로 제시,▲ 명확한 안전정보 제공을 원칙으로 제시하였다. 본 보고서에서 제시한 보행 안전 표준 디자인의 범위는 보행통로, 지게차 통로의 표시 및 규격에 관한 표준사항은 물론 보행통로와 지게차 통로의 교차 부분, 계단 및 난간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다음 예시와 같이 근로자가 물품이나 작업도구를 들고 이동하는 경우 충분한 여유공간이 있도록 최소 120cm이상 통로의 폭을 확보할 것과 돌출구간에서 자연스로운 이동이 가능한 통로를 제안하고 있다. 또한 작업자의 안정적 이동과 자연스로운 행동패턴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작업공간에서의 보행자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이격거리 확보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3.2 소방 안전 표준 디자인
소방 안전 표준 디자인은 ‘화재 예방 및 대응, 대피 등에 필요한 소방 안전 시설인 소화기, 소화전, 비상구, 비상 유도사인 등에 대한 규격, 설치 위치, 표시방식을 포함한 시지각적 구성 요소에 관한 것’으로 정의하고 ▲신속한 접근성, ▲명료한 식별성, ▲오류 없는 정보 등을 디자인원칙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소화전, 소화기, 비상구 등의 세부 사항에 대해 정리하였다.
소방 안전의 가장 큰 이슈는 가능한 빠른 식별·사용에 주안점을 가지고 진행했으며 특히 소화전, 소화기함, 비상구와 같은 경우 문이 열리는 방향이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제시했다.
특히 비상구는 손잡이의 형태를 알 수 있도록 디자인을 제시했다. 주요 규칙 등에서 설치의 여부가 중요하다면 안전디자인에서는 ‘why’, ‘who’라는 질문을 전제로 ‘how’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3.3 위험 구역 표준 디자인
위험 구역 표준 디자인은 ‘폭발, 추락, 충돌 및 불티 화재 등 위험 요소를 억지 및 저감하고 근로자의 주의를 환기 및 강화하는 데 필요한 관련 시설 및 설비의 표지(위험 구역, 접근 금지, 주의 등)와 관련 표시방식을 제시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디자인 원칙은 ▲명료한 인지성, ▲위험 특성별 정보제공, ▲일관성과 다양성 등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위험물 저장소, 추락방지-개구부 및 리프트-구역, 용접용단, 지게차 작업구역, 고보조명 등의 항목을 제시했다.
위험 구역과 관련된 항목 및 표준안은 현장의 특성이 너무 다양하고 추락 요소 등도 매우 많아 특정한 유형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고민 끝에 ‘주의 환기가 가능한 표시 요소’를 중심으로 추락 안전 항목에 대한 표준안을 정리할 수 있었다. 특히 개구부 등의 난간 모서리는 모따기 등의 형상으로 제안하고, 안전 난간 하단에는 접근제한 영역을 설정하는 것, 리프트 구역은 경계 표시 및 안전 사인을 표준안에 포함하여 정리했다.

3.4 작업보호구 구역 및 안전표지 게시 가이드
그 외에도 작업 보호구 관련 표시방안 및 안전표지 표시방안 등이 주요 항목에 포함되었다. 보호구 착용 안내 표준디자인은 중소기업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의 개인보호구 착용을 권장·계도하기 위한 도구 및 시설에 관련된 표준 디자인을 제시했다. 특히 행동 계도에 필요한 착용보조거울 및 착용권장 사인을 디자인 요소로 반영하였으며 이를 근로자가 착용할 수 있는 구역 및 관련 작업장 입구 등에 설치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또한 안전표지 등은 가장 많이 사용하면서도 일관성이 없이 게시되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 안전표지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38조(안전보건표지의 종류ㆍ형태ㆍ색채 및 용도 등) [별표 6]> 으로 1.금지, 2.경고, 3.지시 4.안내의 순서로 확고한 체계를 가지고 제시되고 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원칙이나 체계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느낀 적이 많다. 또한 안전디자인 실증 과정에서도 안전표지 각 픽토그램 등 디자인적 요소를 개선하려는 노력에 비해 더 중요한 시인성이나 일관된 정보의 제공 등은 다소 소홀한 경우가 있었다.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안전표지에 대해서는 범용성과 사용성, 일관된 원칙과 지속적인 관리, 시각적 오류예방의 원칙을 가지고 정리했으며 이를 반영하는 디자인 예시를 제공했다.
4. 맺음말
안전은 ESG 이슈나 기업의 전략적 차원에서 매우 강조되고 있는 분야이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에게 현장의 안전도를 개선하는 것이 대기업과의 협력관계에서 중요한 이슈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대기업 중 한 곳에서도 안전디자인 표준모델을 자사의 사업장에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문의를 받기도 했다. 산업사회의 발전과 함께 근로자의 욕구 수준이 전에 없이 높아진 것은 물론 산업생태계의 대변혁으로 기인하는 복합적인 산업환경 속에서 안전문제 역시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솔루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안전디자인은 근로자 중심이라는 개념적 차원에서, 또한 실질적 현장 개선으로 구체화된 실증과정을 통해서 산업현장의 요구에 필요한 솔루션으로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수요자인 기업을 중심으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안전디자인 표준모델_01은 안전디자인 표준모델_02, 안전디자인 표준모델_03으로 추가 개발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즉 안전디자인 표준모델 시리즈는 안전디자인에 대한 목표와 방향성을 보다 구체화하면서 사회적 인식을 강화하고, 디자이너와 기업의 협력을 통해 서로가 공감하고 공유하는 공진화의 자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언젠가 안전에 대한 디자인의 가치가 내재화되고, 산업안전에서 근로자 중심의 접근이 현장에 정착하는 시기가 도래한다면, 안전디자인 표준모델은 안전사회의 기반이자 일종의 공공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글 : 염명수 아이앤엑스 대표
출처 : 안전기술, 5-6월호(42~45페이지), 대한산업안전협회 https://www.safety.or.kr/Ebook/safetech/202505/index.html#/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