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안전보건에 수록된 풍산메탈서비스 안전서비스디자인 사례는 제조현장에서 안전을 브랜드와 행동 변화의 언어로 전환한 과정을 담고 있다.
풍산메탈서비스는 경기도 평택의 금속 가공 기업으로 '2025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을 통해 공장 전체의 안전 시각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했다. 기존에는 안전표지판이 너무 많아 '시각적 노이즈'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줄이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전략을 택했다. 사용자 유형에 맞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안전 정보를 전달하는 맞춤형 디자인 체계를 구축했고, 동선을 직관적으로 구분하고 안전한 행동을 유도하는 넛지 효과를 실현, 참여 기업 전체에 산재 직접 비용 0원을 기록함으로써 안전디자인이 비용이 아닌 투자임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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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色)이 만드는 안전
풍산메탈서비스 안전디자인 혁신 사례
출처 : 2026. 4. 월간 안전보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글 : 김정덕
회색빛 금속 공장에 입힌 분홍색과 하늘색의 넛지(Nudge) 전략
산업현장에서 '안전'은 흔히 딱딱한 규제나 지켜야 할 의무로 여겨진다. 하지만 안전이 기업의 고유한 브랜드가 되고, 노동 자의 자부심으로 치환된다면 어떨까?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풍산메탈서비스는 최근 한국디자인진흥원과 한국산업단지 공단이 주관한 '2025 안전서비스디자인사업'을 통해 공장의 풍경을 완전히 뒤바꿨다. 이들은 기존의 투박한 경고문을 걷어 내고 기업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담은 고유의 색채와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해 '안전 선진국형 모델'을 제시했다. 색(色)으로 정보를 시각화하고, 이를 통해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킨 풍산 메탈서비스의 '색 안전' 혁신 현장을 찾았다.
공간 설계로 완성한 안전문화
풍산홀딩스의 자회사인 풍산메탈서비스는 동(구리) 및 동합금 소재를 가공해 전기ㆍ전자ㆍ자동차 부품사에 공급하는 기업이다. 이곳은 프로젝트 시작 전부터 이미 수준 높은 안전문화를 갖추고 있었다. 2019년부터 도입한 전사적 생산 보전(TPM) 활동을 통해 '눈으로 보는 관리'를 실천해왔고, 5S (정리ㆍ정돈ㆍ청소ㆍ청결ㆍ습관화) 활동도 활발해 안전문화에 대한 사전 진단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컨설팅을 맡은 텐지노그룹의 정밀 진단 결과, 흥미 로운 '역설'이 발견됐다. 근로 환경 개선 점수는 3.3점으로 높은 편이었으나, 안전사인(1.9점), 소방안전사인(1.6점), 안전 동선 개선(1.6 점), 안전 도구 개선(2.0점) 등 '보이는 구조와 동선' 영역이 상대적 으로 취약한 게 드러난 것이다. 제도와 문화는 상위권이지만, 위험을 눈에 보이게 설계하고 동선으로 풀어내는 시각적 인프라가 비어 있었던 셈이다. 특히 '정보의 과잉'과 '체계의 부재'가 문제 였다. 현장에는 이미 수많은 슬로건과 표지판이 부착되어 있었 지만, 부서마다 디자인 스타일이 다르고 정보가 산발적으로 게시 되어 있었다. 디자인을 담당한 디자인와우앤파트너스는 "안전 표지판이 도처에 너무 많으면 작업자의 뇌는 이를 중요한 정보가 아닌 단순한 배경으로 인식하는 '시각적 노이즈(Visual Noise)' 현상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디자인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비우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전략'에서 출발했다.
세 가지 페르소나, '누가' 보느냐에 따라 디자인이 다르다
안전 정보는 '누가 읽느냐'에 따라 전달 방식이 달라야 한다. 컨설팅 팀은 노동자 유형을 분석해 3가지 핵심 페르소나(Persona)를 도출 하고 맞춤형 정보 전달 체계를 수립했다.
첫째는 '안전 베테랑'이다. 즉 1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숙련 노동자다. 이들은 현장의 암묵적 규칙까지 체득하고 있다. 이 유형 에게는 장황한 설명 문구가 오히려 정보 간섭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내용을 숙지한 이들에게 긴 텍스트는 '잔소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포장라인 작업 영역 구획 등에는 핵심 기호 위주의 간결하고 대형화된 사인물을 배치했다. 작업 중스치는 짧은 찰나에도 안전수칙을 즉각적으로 상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둘째는 '눈치 적응형 노동자'다. 갓 입사한 신입이나 협력사 직원 들로, 정식 교육보다는 선임을 보고 배우는 유형이다. 이들에게는 글보다는 직관적인 색이나 아이콘, 바닥 라인이 더 효과적이다.
디자인팀은 이들의 시선이 먼저 닿는 위치에 색상과 픽토그램으로 주의를 끄는 동시에 주된 시선 유도선에 맞춰 '보행자 출입 시 좌우 확인'과 같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공했다.
셋째는 '외부 화물차 기사'다. 일회성 방문이 많고 장거리 운전으로 피로도가 높으며, 무엇보다 회사 내부 용어나 지리에 어둡다. 이들을 위해서는 복잡한 설명 대신 바닥의 유도선만 따라가면 목적지에 닿을 수 있는 직관적인 '웨이파인딩(Way-finding)' 시스템을 구축했다.
과감한 색채 전략으로 넛지 효과를 발휘하다
이번 프로젝트의 백미는 과감한 '색채 전략'이다. 현장에는 산업 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색(빨강, 노랑, 파랑, 녹색)을 준수하면서도, 풍산메탈서비스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고유의 컬러 시스템을 정립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통상적인 산업현장에서 보기 드문 '분홍색(Pink)'과 '하늘색(Sky Blue)'의 도입이다. 컨설턴트는 "현장에 적색과 황색이 무분별하게 쓰이다 보면 어디가 진짜 위험인지, 어디가 단순 안내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법이 정한 적색과 황색은 끼임, 추락 등 직접적인 재해 구간에만 한정 하고, 브랜드 색채인 분홍색과 하늘색으로 동선과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화물차 작업 구역에 적용된 분홍색은 회색조의 차가운 금속 공장에서 시각적 대비가 가장 강한 보색이다. 시선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운전자가 분홍색 구역에 진입하는 순간 '지금 부터는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는 신선한 자극을 받고 본능적으로 속도를 줄이게 된다. 반면 보행로에 적용된 하늘색은 심리적 안정 감을 준다. 작업자가 이 길 위에 있는 동안만큼은 회사가 나를 '보호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직관적으로 경험하게 하여 자발적인 준수를 이끌어낸다. 실제로 현장의 보행로는 끊어진 구간 없이 하늘색 실선으로 연결되었고, 이는 별도의 지시 없이도 노동자들이 자연스 럽게 안전한 길로 걷게 만드는 '넛지(Nudge)'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100대 이상 화물차, '시나리오'로 흐름을 통제하다
하루 평균 100대 이상 드나드는 외부 화물차의 동선은 이번 프로 젝트의 가장 큰 난제였다. 정문에서 계근대, 대기 장소, 하역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수기 기록과 구두 안내에 의존하다 보니, 기사들이 정차 위치를 못 찾아 헤매거나 지게차 작업 반경 내에 불법 정차 하는 등 혼잡과 위험이 상존했다. 이에 컨설팅팀과 디자인팀은 차량의 진입부터 출차까지를 하나의 '시나리오'로 재설계했다.
바닥에 직관적인 유도라인을 그려 동선을 명확히 하고, 화물차 7개 창구마다 번호를 크게 표시해 원거리에서도 목적지를 식별할 수있게 했다. 특히 야간에도 식별이 가능한 '태양광 표지병'을 유도 라인을 따라 설치해 가시성을 높였다. 아무것도 없던 구간에는 횡단보도를 만들어 화물차와 보행자의 동선을 물리적으로 분리 했다. 이제 외부 화물차 기사들은 복잡한 설명 없이도 바닥의 색깔 유도선만 따라가면 안전하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게 되었다.
수치로 증명된 안전, 그리고 '마음의 리프레시'
이러한 변화는 즉각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곳은 '출퇴근 구간'이다. 탈의실에서 현장으로 진입하는 30~40m 구간을 밝은 색상과 슈퍼그래픽으로 리뉴얼하자, 직원들의 아침 출근길 표정부터 달라졌다. 칙칙했던 통로가 환해지면서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안전 의식을 고취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한 것이다. 정량적 성과도 명확하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매년 동일 지표로 추적 관리하는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안전서비스 디자인사업에 참여한 8개 기업 중 3곳은 0.7~5.7%의 매출 증가를 보였다. 산재율은 1개사가 1.47%에서 0%로 감소했고, 풍산메탈 서비스를 포함한 나머지 7개사는 0%를 유지했다. 산재비(직접 비용) 역시 전 기업이 '0원'을 기록했다. 이는 안전 디자인이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경영 안정성을 높이는 확실한 투자임을 입증한다.
풍산메탈서비스는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유지ㆍ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지게차 운행으로 훼손되기 쉬운 바닥선은 내구성 있는 융착식 도료를 사용하며 정기적으로 보수하고, 구축된 성과를 동종 업계와 공유해 확산할 계획이다.
'안전은 우리의 프로페셔널리즘'이라는 슬로건처럼, 회색빛 공장에 입혀진 다채로운 색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 없는 안전관리자 로서 현장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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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원신 풍산메탈서비스 대표이사
"안전은 비용 아닌 투자, 안전에 '마침표'는 없다"
"안전은 투자입니다. 결코 비용이 아닙니다." 풍산메탈서비스 곽원신 대표이사의 안전 철학은 확고했다. 그는 2년 전 취임 직후부터 현장의 작업 환경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7년 전부터 전사적 생산 보전(TPM) 활동을 통해 기둥에 번호를 붙이고 설비를 관리하는 등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해왔 지만 '내부 시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안전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의 핵심은 숙련된 내부 직원과 낯선 외부 화물차 기사 간의 '안전 인식 격차'를 줄이는 것이었다.
곽 대표는 "내부 직원은 10년 넘게 일하며 암묵적인 규칙을 알지만,
외부 기사님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모른다"며 "워크숍을 통해 듣게 된 화물차 기사들의 동선 혼란과 정차 불편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회고했다. 이에 따라 정문 진입부터 출고까지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직관적인 시나리오로 재설계했다. 곽 대표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소통'이다. 공장은 24 시간 3교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전 직원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직접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그 목소리가 정답이라며 모든 조의 의견을 수렴해 우선순위를 정했다. 외부 화물차 기사들의 고충을 직접 청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현장 작업자와 외부 방문객이 진짜 불편해하는 지점을 찾아 개선 했기에 모두가 공감하는 규칙이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올해 창립 19주년을 맞아 공장에는 과감한 변화가 일어났다. 금속 공장에 낯선 '분홍색'과 '하늘색'이 입혀진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차량 유도라인과 정차 위치가 명확해지자 화물차 기사들의 작업 체계가 잡혔고, 보행자 준수율도 향상됐다. 특히 탈의실에서 현장으로 이어지는 '출퇴근 ZONE'의 밝은 리뉴얼은 직원들의 표정까지 바꿨다.
"환경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는 윌리엄 제임스의 격언을 실감했습니다. 밝아진 환경이 직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자연스럽게 안전 의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곽 대표는 안전에 '마침표'는 없다고 강조한다. 막상 해 놓고 보니 보수해야 할 부분, 개선해야 할 점이 계속 보인다는 그는 바닥선 내구성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며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동료 경영자들에게 '의지'를 강조했다.
"주변 환경을 통제하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원하는 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안전과 품질은 제조업의 밑바탕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안전 디자인 경영을 도입해 조직의 안전 문화를 한 단계 높여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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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국가산단 / ㈜풍산메탈서비스 (금속 임가공)
컨설턴트 ㈜텐지노그룹 오영미 대표
디자인기업 ㈜디자인와우앤파트너스
기업의 안전 문화 정착 수준은 높으나 일괄적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근로자 유형에 따른 안전인식 수준에 차이가 있었음. 유형별 안전정보 내용, 위치 등을 적재적소에 게시하기 위해 안전 정보를 체계화하고 안전 브랜드를 구축함
> (주)풍산메탈서비스 안전디자인 가이드북 - 디자인와우앤파트너스,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