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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최종 발표회 참관기) 초록으로 되찾는 웃음, 나와 닮은 식물 입양하기 -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노가영, 박서연, 오다원, 우태림

초록으로 되찾는 웃음 - 나와 닮은 식물을 입양하는 브랜드 'GreenGrin'

수업 최종 발표회 참관기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스몰브랜드 창업과 운영' 수업

지도교수 : 김경진

발표팀 : 노가영, 박서연, 오다원, 우태림

 

시각디자인 교육은 오랫동안 아웃풋을 다듬는 훈련에 무게를 두어 왔다. 무엇을 보기 좋게 만들 것인가를 묻는 자리는 많았지만, 무엇을 왜 만들 것인가를 설계하는 인풋 단계의 훈련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의 '스몰브랜드 창업과 운영' 수업(지도교수 김경진)은 그 인풋 단계를 정면으로 다룬다. 핵개인화로 이동하는 소비 환경에서 스몰브랜드가 어떻게 철학과 차별화된 고객 경험으로 시장에 진입하는지를 학습하고, 학생들이 가상의 브랜드를 직접 기획하는 실무 과정이다. 2026년 6월 22일 점심시간, '영 디저트'라는 이름으로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작은 회의실에서 열린 최종 발표회에서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팀의 작업을 옮긴다.

 

 

나와 대면하는 순간 - 세상을 넓힌다는 주제

 

발표에 나선 팀의 이름은 '너의 세상으로'다. 노가영, 박서연, 오다원, 우태림 네 사람으로, 처음부터 서로를 알던 사이는 아니었다. 수업에서 각자의 관심 영역을 정리하는 브랜드 탐색 다이어그램을 그리던 중 비슷한 관심을 가진 네 사람이 모였다. 팀원 모두가 12가지 질문에 답하며 취향과 가치관을 정리했고, 성찰·기분·편안함·온기처럼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둔 키워드가 공통으로 떠올랐다. 나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고 나의 세상을 넓히고 싶다는 욕구였다. 

발표를 연 우태림은 여기서 '나와 대면하는 순간'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유행과 경쟁을 마주하고, 그 과정에서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과 압박을 느낀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진정한 힘은 내면에서 나온다고 보았고, 사람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마주하며 자신의 세상을 넓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를 기획하기로 했다.

 

유사브랜드 분석과 아이템 선정

 

리서치에 앞서 팀은 나와 대면하는 순간을 통해 세상을 확장하는 경험을 만드는 브랜드들을 조사했다.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썼다. 우리와 유사한 방식으로 경험을 설계하는 브랜드를 보는 벤치마킹, 그리고 우리와 다른 방식이지만 동일한 경험을 설계하는 브랜드를 보는 프리커서 분석*이다. 내면을 직접 마주하고 자기 탐색을 설계하는가, 외부 활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기 이해를 유도하는가를 기준으로 여덟 개 브랜드를 골라 분석했다.
* 프리커서(precursor) 분석 : 자기 분야 밖에서 같은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설계한 사례를 살피는 접근을 가리킨다. 디자인 리서치에서는 IDEO가 정립한 '유추적 영감(analogous inspiration)' 또는 '유추적 리서치(analogous research)'로 알려져 있다. 자기 산업 밖에서 비슷한 과제를 푼 방식을 통해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아동병원(GOSH)이 심장 수술에서 중환자실로 환자를 넘기는 인계 과정을 페라리 포뮬러 원 팀의 피트스톱 기법에 견주어 재설계한 작업이 있다. 1999년 의료진이 마라넬로의 페라리 팀을 찾아가 타이어 교체와 급유가 이루어지는 피트스톱을 관찰했고, 이후 페라리와 윌리엄스 팀원들이 병원을 방문해 실제 환자 인계를 지켜보며 워크플로 설계에 조언했다. 역할 분담과 리더 지정, 체크리스트를 도입한 새 프로토콜 적용 후 기술적 오류와 정보 누락이 줄었다.

그다음은 아이템 선정이었다. 팀원 각자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모은 끝에 식물을 통한 멘탈 케어로 방향을 잡았다. 오프라인 스토어를 중심에 두고 온라인 케어 서비스를 더하는 큰 틀이었다.

 

두 갈래의 리서치 - 공감을 위한 설계

 

팀은 리서치를 다섯 단계(계획, 결과, 팩트 추출, 니즈 도출, 인사이트 도출)로 설계했다. 실제 고객이 되어보지 않는 이상 고객의 니즈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삶의 맥락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깊은 마음을 끌어내는 맥락적 리서치를 지향했다. 소비자에게 알고 싶은 정보를 카테고리별로 정리해, 자아 인식과 심리 상태, 식물과 소비자의 관계, 브랜드 수용도, 돌봄 행위와의 관계, 실패에 대한 내성이라는 다섯 갈래의 데이터를 얻고자 했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먼저 심층 인터뷰에서 아이스 브레이킹과 꼬리 질문을 적극 활용해 응답자 내면의 니즈를 끌어올렸다. 다만 인터뷰에는 상황을 의식해 대답하는 호손 효과의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셀프 포토 다이어리를 추가했다. 하루를 감정 위주로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상대 없이 혼자 솔직하게 적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뷰의 빈틈을 메웠다. 주제가 누구에게나 유효하다고 보아 인터뷰 대상은 폭넓게 설정했고, 자신들의 관심사에서 출발한 브랜드인 만큼 팀원 간 인터뷰도 더했다.

심층 인터뷰는 1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결과를 정리한 박서연은 응답을 한 사람씩 문장으로 요약했다. 빵과 기록으로 리프레시를 얻는 사람, 현실을 회피하면서도 청소나 외출처럼 즉각적인 행동으로 기분을 바꾸는 사람, 식물을 키우거나 연인을 위한 소비에서 안정을 찾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의 생산적인 대화를 선호하는 사람, 일상 속 부담 없는 힐링을 원하는 사람, 자연의 생명력에서 삶의 원동력을 얻는 사람, 탁 트인 공간에서 복잡한 마음을 푸는 사람, 운동으로 자존감을 보완하며 세상을 넓혀 가는 사람, 걷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성취에서 오는 확신으로 기쁨을 느끼는 사람, 자연이 가득한 따뜻한 환경의 시간을 선호하는 사람까지 열한 명의 결이 서로 달랐다. 셀프 포토 다이어리는 팀원 네 명이 직접 작성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정선과 일상의 변화가 드러난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니즈에서 인사이트로

 

팀은 인터뷰와 다이어리에서 나온 방대한 응답을 가공하지 않은 채 포스트잇으로 옮겨, 응답자와 진행 방식별로 정리했다. 각자의 고유한 언어가 그대로 드러난 작업이었다. 서로 다른 입에서 나온 발화인데도 마음이 묶이는 지점이 있었고, 이를 따라 27가지 잠재 니즈를 추렸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후각·청각·시각 등 오감과 관련된 니즈가 두드러졌고, 감각을 통해 해소하고 환기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정서적 안전을 원하는 니즈도 다섯 개로 비중이 높았다.

분석을 이어받은 오다원은 여기서 한 겹 더 들어가, 관련 있는 니즈를 묶어 여덟 개의 인사이트를 도출했다. 오감을 통한 감각적 자극으로 정서를 관리하고 싶다는 것, 가시적 성취와 유의미한 활동으로 자기 확신을 갖고 싶다는 것, 머릿속 생각을 밖으로 꺼내 내면을 케어하고 싶다는 것, 일상 속 우연의 순간에서 활력을 얻고 싶다는 것,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공유할 정서적 안전지대가 필요하다는 것, 결이 맞는 사람과 깊이 교류하고 싶다는 것, 선물의 쓸모를 넘어 관계 속 오가는 마음에 주목하고 싶다는 것 등이다.

 

기회 영역의 선택

 

니즈를 적용하려면 우선순위가 필요했다. 팀은 만족도 영향력과 중요도라는 두 축을 자기 브랜드에 맞게 재설정했다. 세로축은 내면을 직접 들여다보고 근본 문제를 해결해 장기적 만족을 주는지, 즉각적인 기분 전환으로 일종의 회피인 단기적 만족을 주는지를 가르는 만족도의 축이다. 가로축은 내면의 이해와 위로를 얼마나 이끌어내는지를 보는 중요도의 축이다. 도출한 모든 니즈 문장을 이 평면에 배치하자, 축과 별개로 비슷한 군집이 자연스럽게 영역을 이루었다. 위로를 이끌어내는 방법이 수단인지, 나 자신에 관한 것인지가 한 기준이 됐고, 감정선을 0으로 두었을 때 아래쪽은 해결하면 회복되는 페인 포인트, 위쪽은 충족되면 긍정으로 향하는 요소로 나뉘었다.

이 그룹핑은 한 주 동안 자료를 거듭 들여다보며 얻은 결과였다. 가운데로 합치지 말고 움직이면서 보라는 지도교수의 가이드 속에서, 팀은 배치를 옮겨 보던 어느 순간 군집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추려진 네 영역 중 1순위는 나의 내면과 관계적 자아를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끌어올리는 영역이었다. 고객이 자신을 더 깊이 알고 자신의 세상을 넓힌다는 브랜드 목표에 가장 곧장 닿는 자리이자, 삶의 큰 가치로 장기적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영역이었다.

 

세상을 넓힌다는 것 - 정의를 다시 묻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전에 팀은 브랜드의 궁극적 목표인 '나의 세상을 넓힌다'가 어떤 의미인지부터 다시 물었다. 방법과 시기를 두고 의견을 나눴지만 정답도 오답도 없는 물음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방향을 잃을 무렵, 팀은 공들인 인터뷰로 돌아가 모든 팩트를 다시 살폈다. 그러던 중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이 좋고, 굳이 애써 넓히려 하지 않아도 열심히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넓어진다'는 인터뷰이의 말이었다. 이 문장은 의미로 과부하된 세상에서 무언가를 해야만 성장한다고 믿어 왔던 전제를 흔들었다. 팀은 일상을 사는 과정 자체가 세상을 넓히는 과정이라는 관점을 얻었다.

그 후 인터뷰이들이 일상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자 복잡함과 자기 연민 같은 부정적 정서가 적지 않았고,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채워 주면 세상을 넓히는 과정을 도울 수 있겠다고 보았다. 이 지점에서 다시 떠오른 것이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공유할 정서적 안전지대가 필요하다'는 인사이트였다. 1순위 기회 영역과 같은 니즈로 묶인 인사이트였다. 팀은 본인의 세상을 넓히기 위해서는 정서적 안전지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서적 안전지대가 될 수 있을까. 인사이트에는 결이 맞고 기댈 수 있는 사람에 관한 표현이 많았지만, 팀은 사람만이 그 역할을 하는지 되물었다. 관련 팩트를 모아 보니 산책, 노래, 탁 트인 공간처럼 사람이 아니어도 안전지대로 작용하는 것이 많았고, 식물 역시 같은 맥락에 있었다. 식물이 정서적 안정을 준다는 자료까지 확인하면서, 팀은 식물을 브랜드 아이템으로 확장했다. 우리는 식물을 돌봄의 대상으로 여기는 데 익숙하지만, 식물은 같은 지구를 살아가는 능동적 존재라는 관점이었다.

 

결과물 - GreenGrin

 

완성된 브랜드의 이름은 GreenGrin이다. 콘셉트를 발표한 노가영은 'Grin'이 치아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 환하게 웃는 모습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작은 식물(Green)로 웃음(Grin)을 되찾아 준다는 의미를 담아, 슬로건은 "From Green to Grin", 태그라인은 "초록으로 되찾는 나의 웃음"으로 정했다. 식물을 같이 지구를 살아가는 식구로 재정의하고, 사람들이 나와 닮은 식물을 입양해 함께 생활하면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자신만의 정서적 안전지대를 경험하도록 돕는다. 생기와 웃음을 먼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지금 곁에 두는 삶의 감각으로 본 것이다.

이 경험은 식물 자판기로 제공된다. 자판기 옆 키오스크에서 식물 유형 테스트를 진행해 고객의 성향과 생활 환경을 파악하고, 그와 닮은 식물을 추천한다. 식물은 틸란드시아, 피토니아, 페페로미아, 리톱스, 미니 스투키 등 열 가지 유형으로 구성된다. 매칭이 끝나면 키오스크가 데려가겠느냐고 묻고, 옆 자판기에서 추천받은 식물을 실제로 만나 구매할 수 있다. 집에 데려간 뒤의 관리를 돕기 위해 AI 챗봇도 마련했다. 고객이 이름을 지어 주면 식물마다 고유한 페르소나 말투가 생긴다. 마리모는 말끝마다 '모'를 붙이는 식이다. 식물과 대화하며 관리 요령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한 장치다.

 

마케팅과 확장

 

팀은 자판기가 주 매체인 브랜드 특성상 풀퍼널 전략 전체를 설계하기 어렵다고 보고, 신규 고객 획득에 해당하는 1단계에 집중했다. 온라인에서는 MBTI 검사처럼 식물 유형 테스트 사이트를 사전 배포해 SNS 공유로 인지도를 넓히고, 오프라인에서는 캠퍼스와 문화 공간, 산책로 같은 일상적 장소에 팝업을 연다. 식물에 대한 구매 의사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는 리서치 결과를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우연한 만남을 만드는 데 무게를 두었다.

부족한 단계를 어떻게 채울지는 인터뷰이들에게 다시 물어 단서를 얻었다. 네 사람의 자문에서 새 니즈 두 가지를 추렸고, 기존의 선물 관련 니즈와 결합해 두 갈래 확장을 제시했다. 하나는 오프라인 매장을 도입해 자판기로 처음 만난 뒤 끊겼던 연결을 회복하고 식물 유형을 세분화하는 방향이다. 다른 하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해, 마음이 담긴 선물로 식물을 더 애정 있게 관리하게 하는 방향이다. 성장 로드맵은 날짜나 수치를 적지 않고 확장 가능성을 열어 두는 형태로 그렸다.

 

현장의 대화

 

발표 뒤, 분석 과정을 둘러싼 질문이 오갔다. 한 참석자는 니즈를 그룹핑한 과정을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했고, 무엇을 팩트로 보고 무엇을 니즈로 분별했는지, 프레임워크에 어떤 기준으로 배치했는지를 이어 물었다. 오다원은 평면에 기입한 문장이 모두 팩트에서 도출한 니즈 문장이며, 만족도와 중요도에는 절대적 기준이 없다고 판단해 브랜드의 입장에서 고객에게 무엇을 현실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배치했다고 답했다. 같은 영역에 비슷한 니즈가 몰린 것을 발견한 뒤에 영역에 이름을 붙였다는 설명도 더했다. 이어진 물음에 자기 언어로 판단의 근거를 짚어 가는 답변은, 팀이 한 학기를 통과하며 분석 프레임을 체화했음을 보여 주었다. 지도교수는 팩트 수백 개에서 핵심 니즈를 클러스터링해 추렸고, 자료를 가운데로 합치지 말고 움직이며 들여다보라는 가이드만 준 채 팀이 스스로 군집을 발견해 나갔다고 추가 설명했다.

발표에 활용한 AI 도구를 묻는 질문에는, 노가영이 챗GPT와 제미나이로 초안을 만든 뒤 포토샵으로 다듬었다고 답했다. 한 참석자는 이 아이디어가 문화선도산단사업에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김경진 교수는 마무리에서 이 팀의 중간 발표를 듣고 디자인진흥원에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앞선 발표(오고오고 팀)가 마음을 다뤘다면 이 팀은 성장과 살아냄이라는 또 다른 숙제를 잘 담았다는 평가였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해 오는 학생들이었고, 수업을 진행한 자신이 오히려 더 많이 배웠다는 소회도 덧붙였다. 매 수업이 끝날 때마다 잘된 점(What Went Well)과 더 나았을 점(Even Better If)을 정리해 왔는데, 이번 학기에는 학생들에게서 얻은 것을 정리하는 일이 더 많았다고 했다. 리서치를 원판 사진에 비유한 조언도 나왔다. 잘 찍어 두면 후보정에 해당하는 분석을 덜 해도 되듯, 리서치를 충실히 해 두면 분석까지 그 안에서 풀린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로 곧장 직진하기보다 리서치 결과를 충분히 분석해 디자인 기회 영역을 뽑는 과정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됐다.

 

남은 이야기

 

GreenGrin은 가상의 기획이고 실제 출시를 전제로 한 모델은 아니다. 그러나 이 작업은 '세상을 넓힌다'는 모호한 목표를 리서치로 되짚어 정서적 안전지대라는 구체적 개념으로 옮겼고, 그 개념을 식물이라는 아이템과 자판기라는 접점으로 연결했다.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 앞에서, 지금 이 자리를 충분히 마주하며 오늘을 누리는 감각을 식물을 통해 건넨다는 발상이 한 학기의 작업에 담겼다.

눈여겨볼 것은 이 결론에 이른 경로다. 팀은 인풋 단계를 다루는 수업에서 출발해 맥락적 리서치를 직접 설계하고, 11명의 인터뷰와 셀프 포토 다이어리로 모은 수백 개의 팩트를 27가지 니즈와 여덟 개 인사이트로 압축했다. 만족도와 중요도라는 흔한 프레임을 자기 주제에 맞게 축의 의미를 다시 정의했으며, 아이디어가 떠오른 뒤에도 곧장 제작으로 넘어가지 않고 브랜드의 목표가 무엇인지 리서치로 되돌아가 물었다. 한 학기 전 인풋의 설계를 낯설어했을 학생들이, 발표 말미에는 팩트와 니즈를 구분하는 기준과 군집을 나눈 근거를 즉석 질문 앞에서 자기 언어로 설명했다. 리서치에서 분석으로, 분석에서 기회 영역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체화한 흔적이다.

발표를 마치며 팀은 세상을 넓히고 싶었던 네 사람이 함께한 넉 달이, 세상은 불안을 통과해서가 아니라 일상을 사는 모든 과정을 통해 이미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사람들의 니즈를 채워 주려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가장 많이 얻었다고도 했다. 지도교수는 가르친 자신이 오히려 더 많이 배웠다고 했다. 누군가의 세상을 넓히려는 시도가 그 시도를 한 사람의 세상을 먼저 넓힌다는 것을, 학생과 교사가 같은 자리에서 확인한 셈이다.

 

 

정리 :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 안전 디자인실

 

 

 
















 

 



 

"(수업 최종 발표회 참관기) 초록으로 되찾는 웃음, 나와 닮은 식물 입양하기 -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노가영, 박서연, 오다원, 우태림"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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