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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최종 발표회 참관기) 머리를 맡긴다는 불안, 미용실 경험을 다시 읽은 디자인 리서치 이화여대 임규리, 박지수

머리를 맡긴다는 불안 - 미용실 경험을 다시 읽은 디자인 리서치

수업 최종 발표회 참관기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디자인학부 ‘디자인 리서치’ 수업

지도교수 : 김경진

발표팀 : 묭실묭실

발표자 : 임규리, 박지수

 
 

이화여대 정문에서 신촌기차역으로 이어지는 골목에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맞춤 유행을 이끌던 양장점이 늘어섰고, 그 사이로 옷가게와 화장품 가게, 미용실이 들어섰다. 이대 앞은 한때 패션의 중심지였고, 2014년 KBS 다큐멘터리에서 이화여대 주변에 120여 개 미용실이 모여 있다고 소개되었을 만큼 미용 문화가 두터운 장소였다. 그 성세는 옅어졌지만, 미용실은 여전히 이대라는 장소성에 겹쳐져 있는 이미지이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디자인 리서치 주제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경험'을 설정한 것은 그래서 흥미롭다. 주제가 이대 앞이라는 장소가 오래 품어 온 패션과 뷰티의 감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2026년 6월 22일 점심시간,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작은 회의실에서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임규리, 박지수의 묭실묭실 팀이 '머리를 하는 경험' 개선을 위한 디자인 리서치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했다. 이대의 '디자인 리서치' 수업은 데이터 속에 숨은 단서(Clue)에서 고객의 진짜 니즈와 인사이트를 길어 올려 디자인 방향성까지 도출하는 과정을, 이론이 아니라 실습으로 익히는 수업이다. 이번 발표는 리서치 설계부터 필드 리서치, 심층 분석, 최종 디자인 방향성에 이르는 한 학기 미니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 자리에서는 이 과제 외에도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의 스몰브랜드 창업과 운영 수업 결과물 일부가 함께 소개됐다. 이 글은 그날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이화여대 묭실묭실 팀의 작업을 정리한 것이다. 어쩌면 묭실묭실 팀의 발표는 쇠락한 대학가 상권의 현재와 가능성을 떠올릴 작은 단서일지도 모른다.

 

같은 커트라도, 누군가에게는 회복이다

 

발표자는 먼저 마케팅 리서치와 디자인 리서치의 차이에서 프로젝트가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리서치가 이미 주어진 선택지를 검증하는 데 가깝다면, 디자인 리서치는 일상의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 영역을 찾는 과정이다. 팀은 이 관점에서 미용실 경험을 바라보았다. 

출발 질문은 단순했다. 사람들은 언제 머리를 할까. 그러나 발표자는 이 질문이 단순한 방문 동기 조사가 아니라고 했다. '머리를 한다'는 행위는 같지만, 사람마다 그 행위에 부여하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상한 머리를 잘라내기 위해 미용실에 가고, 누군가는 기분 전환을 위해 가며, 누군가는 자기관리를 위해 간다. 같은 커트라도 누군가에게는 정리이고, 누군가에게는 변신이며, 누군가에게는 회복이다.

팀은 미용실이라는 공간에서 오가는 말과 표정, 심리 변화, 미용사와 고객 사이의 미묘한 의사소통을 통해 머리를 하는 경험의 의미를 탐색하고자 했다. 인터뷰 대상은 네 갈래로 설정했다. 최근 한 달 내 미용실에 간 사람, 1년에 한 번 정도 미용실에 가는 사람, 한 달에 한 번씩 미용실에 가는 사람, 그리고 고객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미용사다. 발표자는 모든 사람을 인터뷰할 수 없기 때문에 경험의 의미를 다각도로 발굴할 수 있는 극단적 사용자와 일반 사용자를 섞었고, 서비스 제공자인 미용사 인터뷰를 더해 데이터를 풍부하게 확보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후 먼저 드러난 공통 의견은 미용실 선택과 첫인상에 관한 것이었다. 고객들은 후기와 위치, 가격을 함께 따졌고, 위치와 가격을 함께 따졌다. 미용실의 청결과 직원 응대도 첫인상에 크게 작용했다. 바닥에 머리카락이 남아 있거나, 컵이 쌓여 있거나, 고객 응대가 어수선하면 신뢰가 떨어진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한 고객 만족 조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발표자는 이 공통 의견보다 각 인터뷰이의 발화에 더 주목했다.

 

후기, 배려, 정 - 인터뷰 안쪽을 따라가다

 

최근 한 달 내 미용실에 방문한 고객은 미용실 선택에서 ‘후기’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가 말한 좋은 후기는 가격이 싸다는 뜻이 아니라 미용사의 실력이 검증되었다는 뜻에 가까웠다. 이 고객은 네이버 후기는 혜택을 받기 위해 작성된 경우가 많다고 보았고, 카카오맵 후기를 더 진실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발표자는 이를 통해 고객이 후기를 단순 평점이 아니라 실력과 신뢰를 판단하는 증거로 사용한다고 정리했다. 또한 이 고객은 미용사가 한 고객에게 집중하지 않고 여러 고객을 동시에 응대하는 행동에 실망한다고 말했다. 단순 커트를 하러 갔더라도 시술 후 고데기 같은 마무리 스타일링까지 서비스로 받아들였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짜 리액션을 하지 않고 직접 수정을 요청한다고도 했다. 발표자의 주목을 끈 표현은 미용실을 “합법적으로 예쁜 척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 대목이었다. 이 고객에게 미용실은 단순 시술 공간이 아니라 자기관리의 공간이자, 더 나아진 자기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탈출구였다.

두 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1년에 한 번 정도 미용실에 방문하는 사람이었다. 이 고객은 정착하고 싶은 미용실이 없어 상황에 따라 방문하거나 SNS로 부분적으로 탐색했다. 발표자는 이 인터뷰에서 시술 과정의 감각적 만족에 주목했다. 기다리는 동안 간식을 제공받는 경험은 고객에게 서비스 수준이 향상되었다는 느낌을 주었다. 누군가 머리를 만져주는 감각, 전문가의 손길을 받는 느낌, 외적인 변화가 주는 기분 전환도 미용실 경험의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다. 다만 이 고객은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척할 수 있다고 했다. 결과 불만을 바로 말하기 어려운 고객의 태도가 드러난 지점이다.

세 번째 인터뷰 대상자는 한 달에 한 번씩 미용실에 가는 사람이었다. 발표자는 이 인터뷰에서 ‘배려’라는 키워드를 유의 깊게 보았다고 말했다. 이 고객은 헤어디자이너를 ‘미용사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자신의 상황에 맞춰 말을 건네는 정도를 조절해 주는 태도를 배려로 받아들였다. 너무 빨리 끝내려는 태도는 불쾌했고, 지나치게 많은 질문은 부담이었다. 반대로 현재 다니는 미용실에 만족하는 이유는 고객의 성향에 맞게 응대하고, 오랜 시간 함께한 ‘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발표자는 이 지점에서 미용실 경험이 실력만이 아니라 고객을 읽는 태도와 관계의 지속성으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팀은 고객 인터뷰에 이어 미용사 인터뷰를 진행했다. 실제 미용사는 고객이 사진을 보여주면 그대로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모질과 숱, 손상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사전 고지가 중요했다. 고객과 미용사 사이의 이미지 왜곡을 줄이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격 설명도 주요한 문제였다. 불필요하게 추가 시술을 권유하는 듯 보이면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가격과 시술 범위를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신뢰를 만든다. 미용사는 고객이 바보가 아니라고 보았고, 고객의 표정과 말투, 리뷰 의사 같은 작은 신호를 통해 만족도를 읽고 있었다.

 

페인 포인트에서 와우 팩터로

 

이후 발표자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정리한 페인포인트를 소개했다. 원하는 스타일과 다른 결과가 나올 때의 실망감, 추가 시술 권유에서 생기는 불쾌감, 지나치게 많은 질문의 부담, 1대 1로 충분히 케어받고 있다는 느낌의 부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핵심이었다. 발표자는 특히 "덤탱이 씌우는 느낌"이라는 말과 "집중하지 못한다"는 말을 흥미롭게 보았다. 고객이 무심코 흘린 단어 안에 그들이 미용실 경험에서 무엇을 예민하게 느끼는지가 담겨 있다고 본 것이다.

팀은 페인포인트에서 네 가지 니즈를 도출했다. 고객은 실력이 검증된 미용실을 원하고, 결과가 아쉬울 때 개선할 기회를 원하며, 고객으로서 존중받기를 원하고, 원하는 이미지로 변화하기를 원했다. 이어 멘탈모델을 정리했다. 고객은 레퍼런스 사진이 그대로 재현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좋은 후기 사진에 영향을 받으며, 불만을 말해도 이미 잘린 머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체념한다. 또한 지불한 비용만큼의 결과를 기대한다.

이 과정을 바탕으로 팀은 중요도와 만족도 영향력의 축에 페인포인트와 니즈를 배치했다. 그중 고객이 직접 불편으로 인식하지는 않지만 해결되면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와우팩터 영역에 주목했다. 여기서 핵심 니즈는 “손님으로서 나를 끝까지 책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다”는 문장으로 압축됐다. 발표자는 이 문장을 바탕으로 미용실 경험의 방향을 잡았다. 고객은 단지 예쁜 머리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술 전부터 마무리까지 자신이 놓이지 않고 있다는 확신을 원한다는 것이다.

 

네 가지 디자인 방향성

 

이후 팀은 네 가지 디자인 방향성을 제안했다.
첫째는 ‘처음부터 확실하게, 헤어스타일 오더 앱’이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사진과 텍스트로 정리해 고객과 디자이너가 더 정확히 소통하도록 돕는 서비스다. 현재 모발 상태, 시술 이력, 원하는 스타일 레퍼런스를 입력하면 구현 가능성을 안내하고, 고객의 추상적인 표현을 구체적인 헤어스타일 언어로 바꿔 상담을 돕는다.

둘째는 ‘완성 과정 미리 보기, 헤어 변신 타임라인’이다. 고객이 시술 중 거울 앞 태블릿이나 모니터를 통해 다른 고객의 비포, 중간 과정, 애프터 사례를 확인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시술 중간의 낯선 모습이 실패가 아니라 완성 과정의 일부라는 점을 보여주어 불안을 줄인다.

셋째는 ‘스마트 미러로 확인하는 시술 과정 내비게이터’다. 고객이 현재 시술 단계, 예상 소요 시간, 남은 과정, 미용사가 상태를 확인하는 주기 등을 스마트 미러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기다림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왜 기다리는지 알 수 있게 해 막연한 불안을 줄이는 아이디어다.

넷째는 ‘완성 직전 스타일 점검, 스마트 피드백 시스템’이다. 시술이 80% 정도 완성된 시점에 고객이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사진 위에서 직접 터치해 의견을 남기면, 그 내용이 미용사에게 전달된다. AI가 처음 제시한 레퍼런스와 현재 헤어 상태를 비교해 컬, 볼륨, 길이감, 질감 등 수정 가능한 요소를 제안하는 방식도 함께 제시됐다. 고객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차이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도록 돕는 장치다.

 

발표 현장의 대화, 남은 이야기

 

발표 뒤에 질문과 의견이 이어졌다. 조사 대상 선정에 대해 발표자는 남성과 여성의 미용실 방문 주기가 다르고, 자주 방문하는 고객과 드물게 방문하는 고객이 미용실에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극단적 사용자와 일반 사용자를 함께 보았다고 설명했다. 또 미용실 만족도가 머리 실력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사담의 정도, 간식 제공, 대기 중 응대, 고객을 신경 써주는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김경진 교수는 이 팀이 고객의 언어를 잘 파악했다고 강조했다. 특정 단어를 단서 삼아 그런 말이 나오게 된 맥락을 따라가려 했다는 것이다. “합법적으로 예쁜 척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에서는 자기 인식이 회복되는 순간을 읽었고, “선생님”과 “정”에서는 관계의 감각을 읽었다. “덤탱이”에서는 의도에 대한 불안을, “집중하지 않는다”에서는 존중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읽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말하기 어렵다”는 태도에서는 고객이 시술 과정에서 쉽게 수동적인 위치에 놓인다는 점을 보았다.

 

이대의 젊은 학생들이 미용실이라는 일상적 서비스를 다시 들여다본 이 과제에는 느슨하지만 의미 있는 연결점이 있다. 예전의 이대 앞이 떠들썩하게 유행을 앞서 보여주는 거리였다면, 지금의 학생들은 그 유행이 만들어지는 사용자 경험의 내부를 묻고 있다. 사람들은 왜 머리를 맡길 때 불안해지는가. 어떤 말에서 존중받는다고 느끼는가. 다시 찾고 싶은 장소는 어떤 감정을 남기는가. 이 질문들은 상권 활성화의 해법은 아닐지 몰라도, 장소가 다시 의미를 얻기 위한 힌트가 될 수 있다. 거리는 큰 규모의 사업만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그 안의 작은 가게와 서비스가 누군가에게 “내 말을 들어주는 곳”, “나를 놓치지 않는 곳”, “다시 가도 괜찮은 곳”으로 기억될 때, 장소는 천천히 다른 표정을 얻는다.
사용자의 마음을 읽는 일, 그 시선이 이대 앞 골목에 쌓인 패션과 뷰티의 기억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정리 :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 안전 디자인실

 

 

 











 



 




 

"(수업 최종 발표회 참관기) 머리를 맡긴다는 불안, 미용실 경험을 다시 읽은 디자인 리서치 이화여대 임규리, 박지수"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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