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재난 대응과 안전디자인의 미래 전략
박상환 한국해양디자인진흥원 이사
‘2026 대한민국 안전디자인 컨퍼런스’ 발표자료
2026년 9월 3일 부산 벡스코에서 ‘재난안전 환경 변화와 안전디자인의 미래’를 주제로 「2026 대한민국 안전디자인 컨퍼런스」가 열렸다. 2026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와 연계해 열린 이번 행사는 기후위기와 복합재난, 산업현장의 안전 문제, AI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에서 안전디자인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되었다. 컨퍼런스는 재난안전 환경 변화에 따른 안전디자인의 정책 방향, 산업안전디자인의 현장 적용과 실행 전략, AI·디지털 트윈·피지컬 AI와 결합한 안전디자인의 미래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안전·디자인·산업 분야 전문가 5인이 참여해 다음 주제를 발표했다.
임정훈 매일경제 산업안전 칼럼니스트·안전공학 박사 - 「기후위기와 복합재난 시대, 안전디자인의 정책적 역할」
박상환 한국해양디자인진흥원 이사 - 「해양재난 대응과 안전디자인의 미래 전략」
백수현 안전서비스디자인 컨설턴트 - 「산업현장을 변화시키는 서비스디자인 기반 안전혁신」
김철현 산업안전디자인 전문가 - 「경남 산업안전디자인 정책과 현장 적용 사례」
김묘영 바이스 버사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 「재난안전 디자인 3.0」

육상의 안전 문법을 바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
첨부한 자료는 박상환 한국해양디자인진흥원 이사의 발표 「해양재난 대응과 안전디자인의 미래 전략」이다. 발표는 연안·어촌 생활권과 방파제, 해안 산책로, 물양장, 갯바위 등 시민과 관광객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을 대상으로 한다. 박상환 이사는 육상에서 사용해 온 안전디자인 방식을 해양환경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대피 방향, 위험 경계, 사용자 특성, 관리구조, 환경조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육상재난에서는 위험지역으로부터 수평으로 벗어나는 대피가 일반적이지만, 쓰나미나 해일이 발생한 연안에서는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수직 대피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연안의 대피 안내는 수평 방향의 화살표와 대피소 거리 표시에 집중되어 있고, 해발고도나 고지대 집결지에 관한 정보는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위험의 경계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조위에 따라 하루 두 번 해안의 경계가 달라지고, 맑은 날에도 너울성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올 수 있다. 해무나 결빙이 발생하면 평소 표시되어 있던 경계선도 보이지 않는다. 바다에서는 선을 정확하게 표시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며 시간과 기상조건에 따라 변하는 위험을 알려주는 정보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같은 표지를 서로 다르게 읽는 사람들
해양공간의 이용자는 고령 어업인, 관광객, 외국인 관광객과 근로자 등으로 다양하다. 고령 어업인은 작은 글씨를 읽기 어렵고 오랜 경험에 따른 판단을 우선할 수 있다. 관광객은 지역의 지형과 물때를 알지 못하며, 바다를 위험한 작업환경보다 관광의 배경으로 인식하기 쉽다. 외국인은 한글 중심의 안전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
세 집단이 안전정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텍스트 중심의 안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은 같다. 따라서 긴 설명문을 추가하는 방식보다 픽토그램·색채·형태를 중심으로 정보를 구성하고, 사용자의 언어·연령·숙련도와 관계없이 핵심 위험을 알아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관리주체가 분산된 구조도 해양안전디자인을 어렵게 한다. 국가어항, 지방어항, 어촌정주어항, 마을공동어항은 관리주체가 서로 다르며, 같은 방파제에서도 해양수산부, 지방자치단체, 해양경찰, 소방기관, 어촌계 등이 각자의 목적과 기준에 따라 시설과 표지를 설치할 수 있다. 그 결과 한 공간에 서로 다른 색채와 기호, 형태의 안전시설물이 함께 놓인다.
여기에 염해에 의한 부식, 자외선에 따른 퇴색, 태풍과 월파로 인한 파손, 해양생물 부착 등 해양 특유의 환경조건이 더해진다. 설치 당시에는 정상적으로 보이던 시설도 시간이 지나면 읽거나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설치 여부만 확인해서는 실제 안전기능이 유지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해양안전디자인이 실패하는 여섯 지점
발표자료는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다음 여섯 가지로 정리한다.
- 여러 기관의 표지가 한곳에서 경합하는 정보 과잉
- 어항마다 형태와 색채가 다른 비표준 안전심볼
- 야간·해무·정전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안내체계
- 시작점과 중간 경로, 종점이 연결되지 않는 대피동선
- 설치 이후의 점검·보수·교체를 고려하지 않은 유지관리
- 준공검사에서 사용성을 확인하지 않는 검증체계
방파제 입구에 안내판과 금지표지, 대피안내도, 주의표지, 현수막이 중복되어 있으면 정보가 많아도 읽는 순서를 알기 어렵다. 구명환을 나타내는 픽토그램이 장소마다 달라지면 한곳에서 배운 기호를 다른 곳에서 활용할 수 없다. 표준화의 목적은 시설물의 외관을 통일하는 데 있지 않고, 사용자가 학습한 정보를 다른 장소에서도 즉시 적용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대피동선은 시작점, 중간 경로, 종점이 모두 연결되어야 한다. 대피소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있더라도 갈림길에서 안내가 끊기거나 최종 집결지가 지정되지 않았다면 사용자는 이동 중에 멈추게 된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뿐 아니라 ‘어디까지 가야 안전한가’를 알려줘야 한다.
발표자는 이 가운데 ‘사용성 검증 절차의 부재’를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본다. 준공검사에서 규격, 수량, 재료와 시공 상태만 확인하고 실제 사용자가 표지를 알아보는지, 구명장비를 찾을 수 있는지, 어두운 환경에서도 대피경로를 따라갈 수 있는지를 평가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인지에서 제도까지 연결하는 4단계 모델
박상환 이사는 해양안전디자인의 실행체계를 네 단계로 제안한다.
1단계: 인지(Perception)
픽토그램, 색채, 문자와 정보 위계를 표준화해 누구나 위험과 안전시설의 의미를 빠르게 알아보게 하는 단계이다. 심미적 통일보다 인지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다.
2단계: 행동(Behavior)
위험을 알아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안전한 이동과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단계이다. 바닥 유도선, 연속된 대피표지, 고지대 방향 표시 등 사용자가 복잡한 판단 없이 따라갈 수 있는 넛지 기반 동선이 필요하다.
3단계: 시설(Artifact)
사람의 행동을 시설물이 물리적으로 지원하는 단계이다. 안내표지, 조명, 구명장비와 대피시설 등을 개별적으로 설치하기보다 하나의 통합 안전시설물 체계로 구성하고, 기능과 미관뿐 아니라 관리책임도 함께 정해야 한다.
4단계: 체계(System)
앞의 세 단계가 지속해서 작동하도록 인증, 유지관리, 데이터 축적과 개선 절차를 만드는 단계이다. 인지·행동·시설 단계가 설치 당시의 품질을 확보한다면, 체계 단계는 시간이 지나도 그 품질이 유지되게 한다.
이 모델은 아래 단계가 무너지면 위 단계가 작동할 수 없는 계층구조를 갖는다. 표지를 알아보지 못하면 동선을 따라갈 수 없고, 동선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으면 시설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시설을 잘 설치하더라도 유지관리와 검증체계가 없으면 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디자인의 판단을 사용자의 수행 데이터로 검증한다
발표자료는 해양안전디자인을 평가하는 5단계 사용성평가 프로토콜도 제시한다. 먼저 현장에서 사람들의 체류 위치, 이동 경로와 시선을 관찰한다. 다음으로 “구명환을 찾아주세요”와 같은 과업을 부여해 수행시간과 실패율을 측정한다. 픽토그램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지, 얼마 만에 판독하는지도 확인한다. 이어 어업인과 관광객 등 사용자 집단을 구분해 만족도와 중요도를 조사하고, IPA(중요도-성과 분석)를 통해 개선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러한 방식은 ‘눈에 잘 띈다’거나 ‘이해하기 쉽다’는 디자이너의 판단을 실제 사용자의 수행 데이터로 바꾼다. 몇 초 만에 구명장비를 찾았는지, 어느 갈림길에서 멈췄는지, 어떤 기호를 잘못 이해했는지 측정하면 개선이 필요한 지점과 예산 투입의 근거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발표는 해양안전디자인의 미래가 새로운 시설물을 계속 추가하는 데 있지 않다고 본다. 현장의 문제를 사용자 관점에서 검증하고, 효과가 확인된 디자인을 표준화하며, 이를 유지관리와 데이터 축적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검증이 없으면 개선할 수 없고, 표준이 없으면 서로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도 축적하기 어렵다.
이 발표자료는 해양안전을 별도의 디자인 영역으로 다루어야 하는 이유를 공간·사용자·환경·행정 구조의 차이에서 설명한다. 또한 문제 진단에 그치지 않고 인지·행동·시설·체계로 이어지는 실행모델과 사용성평가 절차를 함께 제안한다는 점에서 해양·어촌 정책 담당자와 공공디자이너, 안전시설 발주·관리 관계자가 참고할 만한 자료이다.
발표자
박상환 이사는 제품디자인기술사이자 디자인학 박사로, 현재 한국해양디자인진흥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와 대우버스 기술연구소에서 자동차디자인 실무를 담당하는 등 20여 년 동안 제품·공간·환경디자인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어촌재생, 경관디자인, 도시재생과 공공안전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혔으며, 한국디자인진흥원 제조혁신사업 평가위원과 부산지역 공공디자인·건축 관련 위원, 공공기관 기술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골목에서 시작되는 도시 브랜드와 구도심 경관디자인』, 『소멸의 위기에서 기회의 바다로!』, 『넛지, 안전을 디자인하다』 등이 있다.
행사명
2026 대한민국 안전디자인 컨퍼런스
주제
재난안전 환경 변화와 안전디자인의 미래
일시
2026년 9월 3일 14:00~17:00
장소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회의실 311~312호
주최·주관
사단법인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
연계 행사
2026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
첨부자료
박상환, 「해양재난 대응과 안전디자인의 미래 전략」
관련 정보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 행사 안내
『넛지, 안전을 디자인하다』 저자 소개
출처 : (사)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