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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위드코로나 시대, 미세플라스틱서 지구를 살리자 - 윤대영

지난 2년 동안 코로나와의 전쟁을 통해 깨달은 교훈 중 가장 무겁게 다가온 것은 인간의 무한 욕망이 결국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견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6%와 탄소배출량 25억톤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마음껏 먹고 마시고 여행하고 즐기지 못한 억눌림이 보복소비로 전환될 것이라고 학자들은 전망한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탄소와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LED불량 칩을 활용해 전기없는 재난지역에 불을 밝히는 쉐어라이트.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플라스틱 제품은 시간이 갈수록 미세 플라스틱으로 쪼개진다.

 

 

홍콩의 해양 환경단체 오션스 아시아(OCEANS ASIA)는 지난해 15억 6000 만 개의 마스크가 바다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했다. 대부분 재활용이 안되는 멜트블로운 부직포 소재인 마스크가 유령처럼 전 세계 바다를 떠다니고 있다. 이를 먹이로 착각한 해양 동물들이 먹기도 하고, 남아있는 마스크들은 시간이 흐르면 미세플라스틱으로 부서져 바다를 오염시킬 것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지금도 제3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병에 걸린다. 업사이클 사회적기업인 ‘쉐어라이트’는 버려진 LED 칩을 이용해 조명기구를 만들어 전기가 없는 재난지역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출발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 전자부품으로는 쓸모가 없는 불량 LED이지만 빛을 밝히면 바이러스를 죽이는 자외선(UV-C)이 나온다는 데에 착안해 먼 길을 통학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물을 마시게 하는 물 소독 장비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장티푸스 발병률을 30% 이상 줄이는 효과도 가져왔다. 물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버려지는 자원을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업사이클 디자인의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LED 빛에서 나오는 자외선으로 바이러스를 죽이는 물 소독기 퓨리라이트.

LED불량 칩을 활용해 전기없는 재난지역에 불을 밝히는 쉐어라이트.

 

 

국제 연구 단체들에 따르면 바다를 오염시키는 미세플라스틱의 35%가 세탁 과정에서 나온다. 매년 바다로 유입되는 극세사 아크릴 섬유 조각량이 무려 220만 톤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도 다양하다. 세탁기 안에 세탁 볼을 넣거나 세탁 망, 세탁기 필터를 설치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하고 가급적 미지근한 물로 짧은 시간동안 세탁한 뒤 꺼내어 자연 건조하라고 추천한다. 하지만 이같은 시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때가 많다. 시장에서 경쟁자를 제치고 생존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철 따라 유행 따라 계속 새로운 옷을 내놓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수요로 급속히 늘어나는 도시의 빨래방. 미세 플라스틱이 가득한 세탁 오염수가 넘쳐난다.

LED 빛에서 나오는 자외선으로 바이러스를 죽이는 물 소독기 퓨리라이트.

 

한 때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교복이라고 할 정도로 유행이었던 검은색 패딩이 요즘은 자취를 싹 감추었다. 대신 인조 양털이라는 곱슬곱슬한 플리스 옷이 거리를 점령했다. 그 많던 오리털 파카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약 5 kg의 폴리에스터 옷을 세탁할 때 70만 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오는데, 플리스 원단으로 만든 옷의 경우는 더 심하다. 환경에 해로운 미세플라스틱이 섞인 하수는 각 지자체들이 관리하는 물재생센터로 모인다. 여기서 거름장치 용량을 초과한 미세 플라스틱은 그대로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미시간 주립대학교 폴리머 과학자인 라마니 나라얀은 강과 바다를 지키기 위해 섬유 원료 생산과 폐수 처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 상태에서 보다 빨리 분해되는 섬유를 만들어야 하고,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미세 섬유가 폐수장 필터에서 더 많이 걸러지도록 소재를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따뜻한 옷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좋은 옷을 만들고 세탁기를 돌려대는 사이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땅과 바다 하늘까지 온통 이 세상을 점령해버린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11월 1일부터 코로나와 함께 사는 시대를 시작하려는 정부와 기업은 이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2021. 10. 29

글 : 윤대영 서울디자인재단 수석전문위원

중국디자인정책 박사. 한국디자인진흥원 국제협력업무, 서울디자인재단 시민서비스디자인 개발 등 공공디자인프로젝트 수행,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본부장, 서울새활용플라자 센터장, 독일 iF선정 심사위원 역임. '쓰레기는 없다'(2021. 지식과감성)의 저자

출처 : 한국섬유신문 https://www.k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1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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