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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청바지가 지속가능한 패션이 되기까지

영국 런던 달스톤에 있는 이엘브이데님(E.L.V. DENIM)은 청바지 업사이클 기업으로 유명하다. 창립자 안나 포스터는 전국의 빈티지 창고에 쌓여있는 청바지와 청자켓을 가져다가 다시 새로운 옷으로 만들어 판다. 빈티지 공급회사와 계약을 맺고 수시로 창고를 방문해 좋은 자원을 확보한다. 버려지기 직전에 살아난 청바지들은 런던의 빨래방 클리넥스에서 7리터 정도의 물을 사용해 깨끗하게 세탁된다.

 

진과 자켓에 붙어있는 브랜드 레이블과 단추를 수작업으로 제거하고 나서, 완전히 색이 다른 연청과 진청을 이어 붙여 대비의 미학을 자랑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만든다.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자투리는 유명 아티스트의 팝업 아트용 소재가 되거나, 섬유 수업용 원단으로 학교에 제공하여 제로 웨이스트 브랜드의 가치 사슬을 완성했다.

 

 

유일자수가 생산하는 청바지 업사이클원단 누리진.

사진=유일자수

 

 

201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창립한 리던(RE/DONE)은 티셔츠 브랜드 하네스나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 등 대기업과 협력해 새로운 업사이클 상품을 만들고 있다. 창업자인 배런과 마주르는 캘리포니아 최대 규모의 벼룩시장 로즈볼 주변에서 빈티지 공급 전문가들과 사귀며 원재료를 쉽게 확보하고 창의적인 업사이클 디자이너들을 채용한다.

 

리던의 상품 광고에는 원재료 생산자인 하네스와 리바이스 심볼이 함께 걸려있다. 리던이 창업 이후 20만 벌이 넘는 청바지를 새로 업사이클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업사이클 소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대기업과의 수직계열화가 불가피했나 하는 생각에 이르면 다소 씁쓸하다.

 

서울시 성수동에서 자수업체를 25년 동안 운영해온 유일자수의 정현주 대표는 버려지는 원단 자투리에 주목했다. 의류 샘플 제작 후 남은 원단이 폐기되는 이유는 보안 때문이다. 평소에 수십 개가 넘는 쓰레기 봉투에 가득 담긴 청바지와 가죽 등 폐기되는 원단을 보고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해왔던 정 대표는 본인의 자수 노하우를 살려서 자투리 원단을 이어 붙여서 신발, 가방, 홈 인테리어 제품용 원단을 만들어냈다.

 

 

청바지로 업사이클 원단이 성수동 장인의 손을 거쳐 패션 신발로 탄생했다.

사진=유일자수

 

이 원단은 성수동 수제화 장인에게 가면 새로운 감각의 청바지 구두로 탄생했고, 지속가능 패션에 도전하는 대학생들에게는 안성맞춤 소재가 됐다. 작년 5월 P4G 서울 정상회의 기념으로 열린 새활용의류 패션쇼에는 각국 대사 부인들이 500ml 페트병 70개로 만든 업사이클 한복을 입고 참석해서 언론의 눈길을 끌었다. 이 중 단연 돋보였던 것은 영부인이 한복 위에 덧입은 당의였다. 한복장인 박술녀 선생이 영부인을 위해 디자인한 패션 당의의 소재는 유일자수가 생산한 업사이클 청바지 원단이었다.

 

새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데 한 사람이 13년 동안 마실 수 있는 7000 리터 물이 쓰인다는 것을 알고 나면 평소에 입던 청바지를 쉽게 버릴 수 없다. 국내외 업사이클 기업들은 버려진 청바지를 모아서 해체할 수 있는 부분까지 해체하거나 새로운 디자인 기술로 가공해 새로운 제품이나 원단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튼튼한 청바지를 해체하는 공정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솔기 속에 감춰진 색감과 문양을 그대로 살려내 멋진 원단을 만들려면 일일이 사람 손이 가야 한다.

 

 

2021년 5월 P4G 기념 새활용패션소에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바지 업사이클 원단으로 만든 당의를 입고 참석했다.

사진=유일자수

 

 

대량 생산과 가격 경쟁으로 정글과도 같은 패션 시장에서 이처럼 수작업 공정을 늘리는 것은 자살행위와도 같다. 업사이클을 시도하는 창업자들은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결과 자원과 에너지가 고갈되고, 사회와 환경이 오염되는 현실을 조금이나마 개선해보려는 생각으로 그 아이템을 선택했기 때문에 오롯이 자기 책임이다.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패션은 건축과 같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패션에서 균형과 비율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 샤넬은 옷을 디자인할 때 가장 아랫부분부터 그려 올라갔다고 전해진다. 건축이 기초부터 하나씩 쌓아 올라가서 단단해지듯, 완성된 옷들을 해체하기에는 너무도 튼튼한 바느질로 가득 차 있다.

 

 

2021. 12. 30

글 : 윤대영 서울디자인재단 수석전문위원

중국디자인정책 박사. 한국디자인진흥원 국제협력업무, 서울디자인재단 시민서비스디자인 개발 등 공공디자인프로젝트 수행,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본부장, 서울새활용플라자 센터장, 독일 iF선정 심사위원 역임. '쓰레기는 없다'(2021. 지식과감성)의 저자

출처 : 한국섬유신문 https://www.k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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