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예술주간 2023’이 11월 1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자리한 모두예술극장에서 시작되었다. 11월 12일(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주최 및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2020년에 시작된 모두예술주간은 이번이 4번째 마련된 담론의 장이다. 동시대 예술과 국내 장애예술의 접점을 찾아, 새로운 장애예술로 향하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배리어프리 공연장 ‘모두예술극장’.(사진 제공=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올해의 주제는 ‘장애예술 매니페스토(Disability Art Manifesto, 선언)’이다. ‘모두 환영’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많은 이들의 참여를 환영하고 있다. 멀리 있어 참여하기 어려운 장애예술인과 장애예술 활동가들이 걱정 없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숙박시설을 지원하고 모두 팸투어를 진행하는 등 네트워킹을 돕고 있는 것.
해외 및 국내 학자, 기획자, 예술가의 전시, 강연, 워크숍, 토크, 라운드 테이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는 모두예술주간 2023 행사장에 다녀왔다.
무대에 단차가 없어 이동이 편리하고 객석이 더 높은 곳에 있어 시야 가림도 없다.
모두예술극장은 지난달에 개관한 국내 첫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이다. 250석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단차가 없고 무대 또한 평면으로 되어 있다. 무대에 서는 배우뿐 아니라 창작·제작하는 예술가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것. 연습실과 스튜디오, 라운지도 무단차인 배리어프리 시설이다.
모두예술주간 2023 행사는 전시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의 이동 지원이 가능하다. 휠체어석은 네이버/ 전화/ 문자(070-8080-4788) 예약이 가능하다. 전시회는 점자로 된 작품 안내 자료가 있고, 그밖에 프로그램은 자막 해설/ 문자 통역/ 수어 통역이 지원되었다. 근래 들어 박람회, 포럼, 페스타 등 많은 곳에 가봤지만 이번처럼 제약이 없는 곳은 처음이라 놀란 것도 사실.
스크린을 통해 수어 통역사와 한국어 자막을 동시에 볼 수 있다.
특히 지난주 금요일에 참석한 강연, 이토 아사 ‘장애의 감각으로 존재한 적 없는 사회를 상상하기’는 놀람 포인트가 많았다. 첫 방문이었던 모두예술극장은 휠체어석이 제일 앞에 있다. 다른 공연장의 경우, 휠체어석이 1층 제일 끝에 있기에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수밖에… 그러고 보니 입장하면서 강연 내용이 모두 담긴 자료를 미리 받았고 자리에서는 수어 통역과 자막 해설이 동시에 이뤄지기도! ‘모두 환영’이라는 슬로건이 느껴지는 배려다.
점자와 음성 해설이 담긴 엽서, 우측 QR코드는 음성 프로그램북이다.(사진 제공=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공연장에 찾아오기 어려운 이들을 고려한 ‘접근성 기획’이 우선시 되었다고! 홍보 안내문이나 프로그램북 인쇄물에는 점자를 넣었으며 음성해설이 되는 QR코드가 있다. 음성해설 녹음 작업에는 시각장애인 크리에이터가 참여했다. 모두예술주간 2023 행사는 시작점부터 달랐다. 기념품으로 준비한 볼펜은 시각장애예술 크리에이터 에이전시가 참여하는 등 준비 단계부터 많은 이들의 힘이 한데 모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만 사는 나라가 있다면, 그 사회는 어떨까?
이토 아사 교수는 ‘장애의 감각으로 존재한 적 없는 사회를 상상하기’ 강연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시각을 사용하지 않고 주변 환경을 체험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3가지 사례를 통해 장애가 어떤 면에서 촉매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장애와 함께하는 예술과 디자인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미학적 가치를 끌어냄으로써 장애의 의미를 재구성할 수 있는 것.
다음날, 이토 교수는 ‘시각 없는 나라 디자인하기’라는 워크숍을 이어갔다. 소설 ‘눈먼 자들의 나라’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번 워크숍은 ‘모든 국민이 선천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나라가 존재한다면 어떨까?’를 주제로 토론했다. 전문가 참여자와 시각장애인, 비장애인으로 골고루 구성된 그룹별 토론에서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일본 미술관에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단다. 비장애인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것인데 직접 해보면 뜻밖의 결과가 나온다고.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감상평은 저마다 달랐다. 이번 워크숍 또한 마찬가지다. 구별 없이 무한한 가능성이 엮어진 보물 같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간이었다.
기획자 3명이 팀을 이룬 프로젝트, ‘나란히 나란히’ 작품은 2층 모두라운지에서 감상할 수 있다.
12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20여 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11월 9일(목) 워크숍 ‘바라보지 않을 것, 바라보는 것, 바라볼 것 - 장애예술을 읽어내는 법’, 10일(금) ‘포용적 예술의 실천적 활용 : 학습 장애 예술가를 지원하는(또는 지원하려는) 매개자를 위한 워크숍’ 등이다. 전체 일정표와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s://2023.dawis.kr/)에서 확인할 수 있고 사전 예약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무료 전시회는 별도의 예약 없이 모두예술극장 2층 라운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영상작품 ‘8cm의 단차’, 설치작품 ‘나란히 나란히’, 전시 ‘점자 동시 병렬 그림’이다.
8명의 장애, 비장애예술인이 함께 만든 점토 작품.
예술인지 아닌지는 관객이 아닌 예술가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는 지도 모르겠다. 전시장에서 만난 ‘예술’ 또는 ‘예술하기’란 어떤 경계를 스스로 만들지 않는 일이었다.
경계 없이 모두 환영! 모두예술주간 2023 행사는 오는 12일(일)까지 이어진다.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기에 더욱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장애예술의 나아갈 방향을 한마디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 길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에서 분명한 의미를 얻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www.korea.kr )
원문기사링크 : https://www.korea.kr/news/reporterView.do?newsId=14892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