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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극장] 제 3막, 악의적인 모방과 창조적인 모방 사이에서






 

지난 제2막에서는 편집디자인, 서체디자인, CI/BI 로고 디자인, 캐릭터 디자인 분야에서 디자이너의 권리관계를 살펴보았다. 주로 2D 디자인 분야를 다뤘다. 이제 3D 디자인 분야와 그래픽 디자인 분야를 중심으로 디자이너 극장의 제3막을 올려보자. 

 





디자인극장의 무대는 제품 디자이너의 작업실이다. 디자이너 성춘향은 기술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는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공업미술에 몰두하는 아티스트도 아니다. 여기에 그녀의 고충이 있다. 엔지니어가 아니기 때문에 기술 중심의 사회에서는 충분한 발언권을 가지기 어렵다. 아티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만의 세계를 추구할 수 없다. 게다가 그녀는 임꺽정에게 고용된 사람이어서 함부로 끼를 발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성과를 올려야 하는 책임감을 지닌다. 그러니까 디자이너 성춘향은 회사 생활을 하는 직원일 뿐이다. 사실 어느 정도의 지위가 있지 않는 이상 그녀 자신이 디자인에 대해서 굳이 권리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내 권리”가 아니라 “회사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회사 내의 발언권과 권한을 생각해 본다면 권리보호는 디자이너의 업무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디자이너에게 좀더 큰 권한이 주어질 수도 있다. 또 설령 그런 권한이 적더라도 자신의 무지에 의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도 있고, 그건 급여를 받는 사람의 도리가 아닌 까닭에 여전히 권리관계에 대한 지식은 의미가 있다. 게다가 디자이너의 작업은 제품과 소비자가 만나는 제품 외관을 결정하는 데 직접적으로 관련되므로 자칫 디자이너의 무지가 모방 제품이라는 오명을 회사에 덧씌울 수 있음을 유념하자. 그러므로 현실은 설령 “회사의 권리”일지언정 그걸 “디자이너의 권리”라고 상상하면서 각본을 짜보는 것이다.




제품 디자인이 순수하게 제품 외관의 형태에만 관련되는 경우, 우선 디자이너는 “디자인특허”를 생각할 수 있다. 요컨대 디자인보호법이 규정하는 디자인등록을 신청해보는 것이다. 15년짜리 독점권이다. 그 디자인이 새롭고 또 독창적인 것이라면 국가는 권리를 부여해 줄 것이다. 물론 굳이 독점권을 신청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른 디자인 분야와 달리 제품 디자인은 그 제품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높은 의무가 있다. 제품의 외관 디자인은 제조사와 소비자의 심미적 소통을 규정한다. 이것은 일종의 통신 채널이다. 디자인이 후지다면 이 채널은 잘 형성되지 않는다. 그 경우 제삼자가 이 채널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 디자인이 효과적이고 뛰어날 때가 문제다. 제삼자에 의해서 악의적인 간섭과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 제삼자에 의한 악의적인 모방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제조사는 소비자와의 소통 채널을 보호할 수단이 필요한데, 그 수단이 곧 제품 외관에 관한 디자인특허이다. 간섭과 잡음이 통신 채널을 괴롭히더라도 수단이 없으면 대책도 없다.
 
디자인은 모방을 통해서 서로 참조하고 발전하는 것이므로 디자인에 대한 지나친 독점권 집착은 오히려 산업 발전을 방해한다고 혹자가 주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제품디자인 분야에서는 나는 그와 같은 미메시스 예찬론에 반대한다. 모방을 해야만 제품 디자인이 발전한다는 인과관계는 어디에도 없다. 최종사용자를 통해 향유되는 제품의 목적과 그 외관 디자인 사이에도 필연적인 관련성이 없다. 제품의 존재에 의해서 디자인이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디자이너의 결정과 작업에 의해서 비로소 제품 디자인이 결정된다. 더욱이 어떤 물건이 디자인이라는 옷을 입고 제품 시장에 나왔을 때에는 숫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제조사와 디자이너는 그 엄청난 물량을 책임져야 한다. 또한 경쟁사와의 관계에서 제품에 기술적 차별성이 없는 경우라면 디자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그 의존도를 책임져야 한다. 무엇인가 새롭고 또 기술적 차별성이 있어서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모진 노력이 필요한 제품도 존재한다. 그 경우 제품 디자인은 그러한 모진 노력에 봉사해야 한다.
 
외관에 대한 모방은 대개 경쟁 관계에 있는 자가 행하고 그렇기 때문에 악의적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소비자의 혼동과 착각에 기생한다. 제품 디자인에 대한 미메시스 예찬론은 디자인의 비즈니스 책임과 봉사를 부정하는 까닭에 소견으로는 밝힐 수 있으나 현업에서는 채택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는 용기 디자인이나 패키지 디자인의 경우도 거의 같은 맥락을 취한다.

제품 디자인은 종종 제품의 기능변화를 가져오거나 기술 구성의 새로운 변경을 촉발한다. 또한 제품디자인은 새로운 재료에 대한 탐구와 적용을 동반한다. 이는 제품의 외관 형태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기능과 재료에 관한 쟁점이다. 그 경우 디자이너는 “기술특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년짜리 독점권이며, 요컨대 외관이 아닌 내용에 대한 권리이다. 디자인보호법에 기초하는 디자인특허는 확정된 외관에 관한 권리여서 변경된 외관까지 권리주장을 하기 어렵겠으나, 반면 특허법에 기초하는 기술특허는 외관의 변경이 있더라도 그 내용에 있어 동등 수준이라면 기꺼이 권리주장을 할 수 있으므로 유용하다. 그러므로 디자이너의 작업이 기능과 재료의 변화를 불러오는 디자인에 관한 것이라면 자연스럽고 또 당연하게도 기술특허를 고려해 봄직하다. 디자인특허는 제품 디자인의 외관이 확정되는 시점에 권리신청하는 되겠지만, 기술특허의 경우에는 제품 디자인의 프로토타입이 완성되는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디자인특허의 경우 권리신청까지 하루이틀의 시간이면 충분할 수 있으나 특허출원에 이르까지는 1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품 출시 이전에 권리신청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품 디자인의 경우에는 상업적인 성과여서 예술적인 창작 표현이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작권이 적용될 여지는 거의 없다. 만일 디자인한 그 제품의 이름을 정하는 권능이 디자이너에게 부여된다면 상표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제품의 이름, 즉 상표는 디자이너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오히려 디자이너 성춘향의 주된 관심사는 다른 권능일 것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기술 중심의 모더니즘 관성이 아니라, 형태가 기능을 부른다는 디자인 중심의 사고가 디자이너의 주된 관심사일지도 모르겠다.
 
엔지니어링이 모두 끝난 다음에 디자인 작업을 하는 프로세스라면 디자이너 성춘향은 회사의 의사결정 권한의 끝자락을 차지할 뿐이다. 역으로 디자인 작업을 선행하여 엔지니어링을 하는 프로세스라면 디자이너는 의사결정 권한의 중심에 서게 된다. 어떤 경우에서도 디자이너는 엔지니어와 협업을 해야 하며, 이때 중요한 것이 수사학이다. 디자인은 공동작업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순히 결과로서 말해서는 안 된다. 그건 엔지니어의 역할이다. 물론 이는 권리관계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되고 말지만 이해관계인이 많은 제품디자인 분야야말로 말하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어렵다.








UI/UX 디자인은 3D 디자인이 아니다. 시각 디자인 중에서도 그래픽 디자인의 한 분야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극장이 UI/UX 디자이너 작업실로 바뀔 때, 우리는 앞서 살펴본 제품 디자이너의 작업실 분위기와 유사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첫째 엔지니어와 밀접하고 민감한 협업 관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둘째 기술특허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된다는 점에서 제품 디자이너와 유사한 특성을 지닌다.




UI/UX 디자인에 대한 보호 방안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디자인보호법에 의해서 디자인 결과물에 대해 독점권을 확보하는 방법, 특허법의 보호를 신청하는 방법, 그리고 저작권으로서 존중 받기를 바라는 방법이다. 이 세 가지 방법 모두 녹녹치 않다. 언제나 그렇듯이 디자인보호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물품”을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상 디자인 제도는 그 디자인을 사용하는 물품(디바이스)를 선택해야만 한다. 설령 디자인등록을 했더라도 경쟁자의 디자인 모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모방자도 모방의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성춘향의 UI/UX 디자인을 경쟁사 디자이너인 장길산이 모방할 때에는 똑같이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모티브만을 채용하면서 다른 결과를 제안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것 느낌을 주지만” 결과적으로 디자인은 다른 모방이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디자인보호법이 침묵하는 영역은 생각보다 넓다.

제품 디자인처럼UI/UX 디자인의 경우에도 “특허”는 꽃이다. UI/UX 디자인은 디바이스에서의 기능 변화와 프로세스의 변동을 불러온다. 그런 기능과 프로세스의 변화는 새로운 서비스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험이며, 때때로 그런 경험에 소비자는 열광하고, 그에 따라 사업자는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인다. 그렇기 때문에UI/UX 디자인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으며(그 때문에 디자이너 성춘향의 지위와 대우가 향상되었는지는 의문이겠으나), ICT 산업의 주요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특허는 UI/UX 디자인 자체를 보호하지 않는다. 새로운 UI/UX 디자인이 가져온 소프트웨어의 기능 변화, 새로운 프로세스, UI/UX 디자인에 의존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특허의 대상이 된다. UI/UX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 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거나 스케치할 수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세계에서 디자이너의 상상은 곧 상업적 성공을 가져올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새로운 흥분이다. 이런 흥분은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기술자가 특허심사를 한다는 점이다. 기술지식과 경험을 가진 특허청 심사관이 신청된 특허의 “진보성”을 심사하는데, 지나치게 엄격하다. PC에서의UI/UX 디자인과 모바일에서의UI/UX 디자인은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르고, 기능변화도 다르며, 비즈니스 모델도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기술자인 심사관의 입장에서는 PC에서의 원리와 모바일에서의 원리를 거의 같은 것으로 취급하되, 디자인의 변화는 단순한 설계변경으로 간주하는 경향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를 받기까지 고단한 길을 통과해야 한다.
 
디자이너 성춘향은 자신의 UI/UX 디자인에 대해서 판단을 해야 한다. 만일 그 디자인이 디바이스의 통상적인 기능과 프로세스에 참신한 그래픽 디자인을 입힌 수준이라면 굳이 특허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그 디자인이 새로운 기능변화와 프로세스의 혁신을 불러온다면 어쨌든 특허신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디자이너가 적극적으로 특허신청을 검토하는 경우라면 아마도 디자이너 스스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상업적 성공에 흥분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런 흥분에 동의한다. 이 시대는 UI/UX 디자이너의 섬세한 후각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랫폼이 있어야 하고, 사업 파트너와 유능한 엔지니어를 찾아야 하며, 디자인을 어필할 레토릭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런 요건이 따라주지 않으면 특허는 환상에 머물 따름이다.
 
그래픽 디자인은 다양한 아이콘, 버튼, 위젯, 심볼을 포함할 수 있다. 그런 구성요소가 창작 표현으로서 독창적인 것이라면 당연히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당연히 그 보호는 어렵기도 하다. 저작권은 표현에 대한 보호인 까닭에 표현을 변경한 모방까지 권리 주장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UI/UX 디자이너 중에 타인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는 디자이너가 몇 명이나 될까.








 
글 / 정우성 변리사 (특허사무소 임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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