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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영문’ 상표의 일부 사용



상표법에서는 상표권자 또는 사용권자가 등록받은 상표(혹은 서비스표)를 일정기간 이상 사용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상표를 등록만 하고 ‘사용’하지 않는 것을 불허하고 있다. 이는 제3자의 상표 선택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1, 제4항2에서 규정한 ‘등록상표의 사용’은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할 것을 의미하지만, 사실상 업계에서는 상품의 특성, 상품이 판매되는 시장, 시대의 변화 등에 따라 등록상표를 다소 변형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영문자와 영문 발음을 한글로 옮긴 글자가 결합된 등록상표를 영문자나 그 한글 음역 중 어느 한 부분을 생략해 사용한다면, 이는 타당한 등록상표의 사용이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유사 상표의 사용으로 간주해 등록상표 불사용으로 인한 등록 취소 사유가 되는 것일까?

1 제73조(상표등록의 취소심판) 제1항 제3호: 상표권자·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중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취소심판청구일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
2 제73조(상표등록의 취소심판) 제4항: 제1항제3호에 해당하는 것을 사유로 하여 취소심판이 청구된 경우에는 피청구인이 당해 등록상표를 취소심판청구에 관계되는 지정상품중 1 이상에 대하여 그 심판청구일전 3년 이내에 국내에서 정당하게 사용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는 한 상표권자는 취소심판청구와 관계되는 지정상품에 관한 상표등록의 취소를 면할 수 없다. 다만, 피청구인이 사용하지 아니한데 대한 정당한 이유를 증명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주식회사 에이스이십일(이하, 에이스이십일)은 ‘고무브이벨트’를 지정상품으로 영문자 ‘CONTINENTAL’과 한글 ‘콘티넨탈’을 병기한 상표(그림1)를 국내 특허청에 등록받았다. 그런데 에이스이십일은 등록상표 중 위에 쓰인 영문자 ‘CONTINENTAL’만을 실제 상품에 표기하여 사용(그림2)했다. 콘티넨탈 라이펜 도이치란트 게엠베하(이하, 콘티넨탈)는 이러한 사용을 등록상표의 사용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에이스이십일이 등록받은 상표(제287071호)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등록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존 영문자와 이를 단순히 음역한 한글이 결합된 등록상표의 불사용으로 인한 상표등록취소심판에서는 콘티넨탈이 주장한 바와 같이 영문자나 그 한글 음역 중 어느 한 부분을 생략하여 사용한 경우 거래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의 사용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해왔다.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후698 판결,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후711 판결, 대법원 2002. 9. 27. 선고 2001후2542 판결,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후1437 판결,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후1673 판결 등)




그러나 본 판례에서는 기존의 판례와 배치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도출해냈다. 대법원은 ‘CONTINENTAL’을 발음 그대로 한국어로 표기한 ‘콘티넨탈’은 모두 ‘대륙(풍)의’라는 의미로 관념될 뿐 그 결합으로 인해 새로운 관념이 일어나지 않으며, ‘CONTINENTAL’은 그 한글 음역 부분인 ‘콘티넨탈’의 병기 없이도 ‘콘티넨탈’로 동일하게 호칭된다. 따라서 영문자만 사용하더라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등록상표와 동일한 호칭과 관념을 일으키며, 이는 거래 통념상 정당한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등록상표의 취소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 이유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① 상품의 특성, 상품이 판매되는 시장, 시대의 변화 등에 따라 등록상표를 다소 변형하여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 거래의 현실이어서, 영문자와 아울러 그에 대한 한글 발음을 옮긴 음역이 결합된 상표를 등록한 후 영문자나 그 한글 음역 중 어느 한 부분을 생략한 채 사용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는 점,
② 우리나라의 현재 영어 보급수준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등록상표에서 그 한글 부분은 영문자의 발음을 그대로 표시한 것임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쉽게 알 수 있고, 호칭 내지 발음이 표시하는 그 영문 단어 자체의 의미로부터 인식되는 관념 외에 한글 음역의 결합으로 인하여 새로운 관념은 생겨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 점,
③ 이러한 경우에는 상표권자 또는 사용권자가 위 등록상표에서 영문자나 그 한글 음역 중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형태의 상표를 사용하더라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는 위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호칭ㆍ관념되는 같은 상표가 사용된다고 인식되어 그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것이므로, 오히려 그 상표들 사이의 동일성을 부정한다면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의 신뢰를 깨뜨리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에서 영문 상표와 한글 음역 상표 중의 일부 사용을 인정했다.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는 기존 대법원 판결에 적용한 헌법·법률에 대한 의견을 바꿀 때 소집한다. 전원합의체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대법원 및 하급심에서 유사 소송을 판단할 때 관련 업계에 새로운 가이드가 될 것이므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번 사례는 국문/외국문 혼용 상표는 혼용 상태로 사용하여야만 동일 상표 사용으로 인정한다는 1992~2004년간의 오랜 대법원 판결을 뒤엎은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영문 등과 국문이 발음이나 의미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병기 상표까지 확장하는 데에는 엄밀한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사회의 현실 및 일반 수요자의 인식을 고려하여 등록상표 사용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다소 탄력적으로 해석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글 / 디자인맵 편집부
감수 / 김기훈 변리사 (해담특허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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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콘티넨탈 #전원합의체 판결 #국문/외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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