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팽팽한 긴장이 흐르던 남북 관계에 따뜻한 봄 물결이 일어났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고, 북한과 남한의 새로운 평화의 물꼬를 텄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 12일에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 회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극적으로 변한 남북 관계에, 사람들의 관심은 남북 정상 회담의 순간에 집중되었다. 만찬 때 선보인 평양식 냉면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메뉴가 되었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훈훈한 모습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런 모습을 통해 평화적인 통일의 시작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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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북한이라고 하면 군인들의 모습과 핵미사일, 김정은 위원장만 생각했던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평양냉면을 넘어 북한 사람들의 생활, 그리고 '디자인'으로 이어져 나가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 그래픽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책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 uk.phaidon.com/store/design/made-in-north-korea-9780714873503/?

영국에서 태어나 조경 건축을 공부했던 니콜라스 보너 Nicholas Bonner는 1993년 중국 북경 여행을 하던 중 북한 학생을 만나 첫 북한 여행을 시작했고 이후 북한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베이징 기반의 관광회사인 '고려 투어'의 설립자이며 2001년 부터 북한에 관련한 3편의 다큐멘터리와 장편 영화를 제작한 북한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20여 년간 북한을 드나들며 그는 북한의 주요 관광지에서 얻을 수 있는 관광지 팸플릿, 제품 패키지, 비행기 티켓 등 다양한 그래픽 디자인을 모았으며, 이를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 

그가 펴낸 240페이지에 달하는 '메이드 인 조선 Made in Chosun'은 그동안의 발전해 온 북한의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를 담고 있다. 분홍빛의 표지가 인상적인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국가의 평범한 일상을 엿볼 수 있으며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북한의 그래픽 디자인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우표, 맥주, 통조림, 사탕, 담배 패키지부터 만화, 포스터 등 니콜라스 보너의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수집한 제품들을 보면 북한에서의 디자인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왔는지 알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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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과 상황에 따라 비유적인 표현,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 요소가 많은 다른 나라의 그래픽 디자인에 비해, 북한의 디자인들은 전반적으로 딱딱하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특히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보면 정직하게 제품의 모양을 나타내는 이미지가 대부분이고, 장식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일제 시대 이후 거의 동유럽권의 영향만을 받으며 발전해온 것을 생각한다면, 그 나름대로의 미학을 가지고 발전해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북한 체제의 특성상 들어가 있는 프로파간다 메시지가 담긴 내용을 배제한다면, 북한의 디자인 감각은 현재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복고풍, 레트로 디자인과 어울려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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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북한'과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같이 두기에는 어색하지만, 그들의 디자인 철학은 분명히 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들만의 미학을 둘러보기에 '메이드 인 조선'은 알맞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리포터_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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