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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 시계의 변신 – 도대체 고향이란 무엇일까?

슈테판 슈트룸벨의 작품세계

 

거리 그래피티 작가로 활동하다 슈테판 슈트룸벨(Stefan Strumbel)은 예전에는 공공기물 훼손혐의로 법정에 서기도 했지만 지금은 칼 라거펠트 같은 유명 패션디자이너가 그의 작품을 소장할 정도로 예술가로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독일 남서부 흑림지역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오펜부르크에서 태어나고 활동하는 슈트룸벨은 1990년말에는 다른 그래피티 예술가들처럼 거리 담벼락이나 기차 벽면 등에 불법 스프레이 작업을 해왔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거리 담벼락이나 공공시설물에 불법으로 스프레이를 뿌리는 대신, 스프레이 분사 같은 그래픽적 작업 방식 쇼핑카트, 독일 자가용 실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모양의 방향제 같은 일상용품이나, 뻐꾸기 시계, 비더마이어 풍의 사슴머리 장식, 또는 독일남부 전통의상 같은 전형적인 독일 전통제품으로 여겨지는 사물들에 여러 색상의 스프레이를 뿌려 작업을 한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알록달록한 색과 일상적으로 보는 사물들이 상상외의 재미난 방식으로 결합한 팝아트적 특징을 지니게 된다.

 

도대체 고향이란 무엇인가 What the fuck is Heimat?“, „향수 Heimweh“, „누가 사슴 밤비를 죽였나 Who killed Bambi?“라는 작품 시리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슈트룸벨의 최근 작업에서 눈에 띠는 것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꾸며진 뻐꾹 시계와 고향이라는 주제이다. 독일에서 Heimat(하이마트), 고향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우리가 아는 고향의 개념보다는 더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갖는다. Heimat는 원래 인간과 그 주변공간을 뜻하는데, 이전에는 출생지를 의미하는 법률적인 용어로 주로 사용되다 20세기 초에 와서는 문학작가들에 의해 이상세계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흔히 고향으로 번역되는 이 단어가 문화 예술분야에서 민감한 주제어로 자리잡은 것은 바로 히틀러 정권의 문화정책에서 기인한다. 히틀러는 순수 독일혈통주의를 강조하면서 그것의 문화적 표현으로, 낭만주의를 거쳐 19세기 말부터 퍼져갔던 고향 지키기 운동(Heimatschutzbewegung)을 나치 문화 예술정책의 전면에 내세웠던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독일에서 고향이라는 용어는 조금 고리타분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사용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환경운동에 대한 관심의 높아지면서 탈 도시화를 내포하는 의미로 고향이라는 개념이 새로 정립되고 있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독일 전통, 독일인의 마음의 고향 또는 향토성과 연관되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 중 하나가 바로 울창한 나무가 있는 흑림지역, 슈바르쯔발트 지역이고, 이 지역의 대표적 생산품의 하나가 바로, 스위스 전통 기념품으로 잘못 알려진 뻐꾹시계이다. 슈트룸벨은 자신의 활동지역을 나타내면서도 독일인의 향토성이나 고향을 대표하는 의미를 지닌 뻐꾹시계를 그의 작품 소재로 선택한 것이다.

 

뻐꾸기 집 모양에 나무로 만들어진 뻐꾸기가 매 시간마다 튀어나와 시간을 알려주는 뻐꾹시계는 나무가 많은 흑림지역의 생산품답게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다람쥐 같은 나무의 조각 장식이 많이 달려있다. 슈트룸벨은 이런 전통적인 장식 대신 작품 주제에 따라 다양한 색을 입혀 마치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해골, , 수류탄, 뼈다귀, 하트모양, 사슴뿔, 종종 거꾸로 매달린 토끼나 뻐꾹새 같은 것을 넣어, 복합적인 의미의 고향라는 개념을 좀 더 밝고 유쾌하면서도 블랙코미디적인 우스꽝스러운 작업으로 표현한다.  

 

슈트룸벨은 그 외에도 실제 건물 벽면에 그래피티를 입히는 작업으로 다른 사람 또는 공공 시설물의 훼손시키는 대신, 디지털 이미지를 영상으로 건물 벽에 쏘아 공공시설을 훼손하지 않고도 대중과 접촉하는 길거리 아트 작업 정신을 계승하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슈트룸벨의 작품들은 독일 내 각 지역뿐만 아니라 이집트, 슬로베니아, 모스크바, 뉴욕 등 국제적으로 전시가 되는데, 평상시에는 오펜부르크 인근에 위치한 대도시인 프라이부르크에 있는 슈프링만 갤러리(Galerie Springmann)에서 전속으로 전시된다.

 

Tag
#그래피티 #뻐꾹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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