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의 새로운 전환, 현대판 참기름 방앗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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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제품디자인,라이프스타일,트렌드전망 등록일2019.06.23 작성자 서민정(kitri79) 조회수1822

소비자들의 취향 및 소비 문화 형태가 변화하면서, 생산자 및 판매자들도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안전한 먹거리, 더 나아가서 프리미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식 (食)문화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다양한 아이템 중에서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전통 먹거리 “참기름”이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함께 내부에 생산 시설을 갖춘 도심 속 공장 형태로 전개되거나, 전국 장인들의 제품을 세심하게 선별하여 판매하는 편집매장 형태로 보여지기도 한다. 소비자들에게는 투명한 제조 공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체험, 경험 등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젊은 세대들에게는 공간 자체의 독특함으로 SNS 인증 공간으로 활용됨으로써 더욱 쉽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생산자들에게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고, 비즈니스의 새로운 전환 기회를 줄 수 있어 주목 받고 있다.

* 이미지 출처 : 연남방앗간 인스타그램, 쿠엔즈버킷 사이트

장인들의 손길이 담긴 참기름 편집매장 & 카페 “연남방앗간”

연남방앗간은 자신을 자칭 참기름 소믈리에라고 부르는 이희준 대표가 2018년 4월 정식 오픈한 로컬식음료 브랜드 편집매장이자 카페이다. 연남 방앗간을 오픈한 이희준 대표는 참기름 장인이 점점 사라져 가는 요즘, 전국 참기름 장인들의 레시피를 계량화하고 이를 지켜나갈 참기름 소믈리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참기름 장인은 전국에 약 300여명이지만, 고령에 전수자가 없어서 그들의 노하우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는 약 7년 동안 각 지역의 참기름 장인들을 찾아 다니면서 노하우에 대해 연구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전국 장인들의 참기름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으며, 판매 수익은 참기름 장인과 나누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직접 만든 참기름이 들어간 참깨 라떼, 참깨 아이스크림등을 판매하는 “연남방앗간”을 오픈했다.

* 이미지 출처 : 연남방앗간 사이트

연남방앗간은 지하를 포함해서 3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하여 카페 겸 매장으로 만들었다. 레트로한 분위기의 나무 장식과 커다란 샹들리에가 독특함을 더한다. 또한 매장과 카페의 역할 이외에도 다양한 커뮤니티와 이벤트를 통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식음료를 기반으로 하는 동네 커뮤니티” 공간을 지향한다. 따라서 내부 공간의 명칭도 “누군가의 상점”, “누군가의 식탁”, “누군가의 작업실”, “누군가의 책방”이라 부른다. 누군가의 작업실은 창작자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소통하는 공간, 누군가의 책방은 개인이 기획한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공간이며, 누군가의 식탁은 연남방앗간에서 기획한 콘텐츠로 참여자와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1층은 식음료 편집매장과 카페로 구성되어 있으며, 입구 정면에는 다양한 한국의 참기름들이 앤틱한 장식장에 전시되어 있다. “제주”를 테마로 하는 잼, 참기름, 과자 등의 다양한 식품들과 경북 안동, 예천, 강원도 영월, 제주 한림 등에서 수확한 국내산 참깨를 전통 시장 방앗간의 장인들이 착유한 다양한 참기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카페 메뉴들도 참기름을 활용한 메뉴들이 주를 이룬다. 그 중 참깨 라떼는 미숫가루, 참기름, 우유를 믹스해서 만든 것이다. 지하 공간은 전시 및 카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기적으로 전시가 개최된다. 2층은 쇼룸, 워크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식음료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이벤트들이 개최된다. 품질은 좋지만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음식을 소개하는 “방앗간 미식회” 를 비롯하여, “방앗간 토크”, “방앗간 음악회” 와 같은 모임을 통해 지역 문화와 로컬 브랜드를 소개하고 친목을 도모한다.

* 이미지 출처 : 연남방앗간 인스타그램

도심 속 오일 팩토리 “쿠엔즈버킷(queens bucket)”

2013년 창업한 참기름 스타트업 쿠엔즈버킷. 한국 고유의 참기름과 들기름을 고급 향신료의 대열에 올리고자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특히 깨의 고유 성질이 기름에 담기도록 하여, 기름을 조미료가 아닌 건강한 천연 식품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 새로운 착유법을 만들어냈다. 참깨나 들깨를 저온(140도 이하) 압착 혹은 냉압착 방식으로 제조하여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맛이 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좋은 원료를 생산하는 정직한 농가와 협업하며, 시기별 재배지도를 통해서 최고 품질의 원료를 생산하도록 한다. 또한 엄선된 원료를 저온 착유 방법으로 얻어내고, 다시 한번 유해 성분을 걸러내어 영양소 파괴를 막고 발암물질이 없는 기름을 만들고 있다. 이처럼 기존 참기름, 들기름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드레싱, 페스토 등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프리미엄 제품으로 거듭나도록 했다.

* 이미지 출처 : 쿠엔즈버킷 사이트

쿠엔즈버킷의 박정용 대표는 한국 고유의 참기름 시장이 수십년 간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덧붙여 박정용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전통 참기름은 지금처럼 진하고 강한 맛이 아니었으나, 1960년대 일본에서 착유기를 들여오면서 기름 추출량을 늘리고자 고온에서 볶고 강하게 압착하면서 지금의 강한 맛과 향이 각인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쿠엔즈버킷에서는 참기름의 전통적인 맛과 향을 살리면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한 기술을 찾아냈고, 이를 통해서 “프리미엄 참기름”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쿠엔즈버컷의 제품은 국내 백화점의 프리미엄 식품관을 비롯하여, 홍콩의 수입 식료품 판매점 “시티슈퍼” 미국의 고급 레스토랑 “Daniel (다니엘)”과 “Batard(바타드)” 에도 납품하고 있다.

* 이미지 출처 : 쿠엔즈버킷 사이트

또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위해 “생산 시설은 소비자의 거주지역 내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2019년 4월, 동대문 인근에 도심 속 참기름 방앗간을 오픈했다. 건물은 공장과 매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버킷이 쌓여있는 듯한 모습으로 디자인되었다. 5층 건물로 이루어진 이 곳은 원재료 투입, 압착, 추출, 필터링까지 전체 기름 제조 공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갓 짜낸 참기름을 맛보고, 체험하며 구매할 수 있는 장소로써, 보다 신선한 제품을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고객들과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도심 속 공장 겸 플래그십 스토어”를 병행한다.

1층에서는 각종 참기름 판매 공간과 함께, 커피, 참깨, 들깨로 만든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쿠엔즈버킷이 제조하는 53종의 참깨, 들깨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오일제품, 선물세트, 과자류, 화장품류 등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2,3층 내부에는 참기름과 들기름을 제조하는 설비들이 배치되어 있다. 지하에 보관된 참깨, 들깨를 엘리베이터로 이동 시키고, 세척한 후, 3층에 있는 저온 로스팅기를 사용해서 볶고 짜낸 뒤, 2층에서 추출과 병입까지 마무리하는 공정을 볼 수 있다. 2, 3층에 갖춰진 장비들로 하루에 1,000여병 분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쿠엔즈버킷 역시 동네 주민들과의 교류를 넓히기 위해, 지하 1층에 음악회를 비롯한 문화행사를 마련하고 있으며, 4층에 위치한 쿠킹 체험장에서는 비건 (vegan,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 요리 교실도 운영 중이다.

* 이미지 출처 : 쿠엔즈버킷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