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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러 방으로 갈까나' _ 최두은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러 방으로 갈까나’
 
글  최두은
 
이제 우리는 고기를 잡으러 꼭 바다로 가지 않아도 되는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다. 기존의 게임을 생각하며, ‘그 고기와 저 고기는 다르지 않은가?’ 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고기가 저 고기라면?
 

그림 1. sharkrunners, 게임 시작 화면. 웹 스크린 샷

그림 2. sharkrunners, 게임 진행 중 나타나는 각종 실시간 표시들. 웹 스크린 샷
 
디스커버리 채널(Discovery Channel)이 샤크 위크(Shark Week) 20주년을 기념해 오픈한 ‘샤크러너스(Sharkrunners)’(2007년)는 플레이어들이 해양 생태학자가 되어 상어를 연구하는 혼합 현실(mixed reality) 온라인 게임이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꼬리에 장착된 위치추적장치(GPS)를 통해 캘리포니아 혹은 호주의 해변을 돌아다니는 ‘진짜’ 상어의 움직임이나 위치에 대한 텔레마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달받는다. 화면 상에서 보는 것은 ‘가짜’ 상어의 모습이지만 그 움직임은 ‘진짜’ 살아 숨 쉬는 상어로부터 전달되는 것이므로, 이것도 결국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별난 상어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게임 안에서 배들도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게임에 접속해 있지 않을 때에도 이메일이나 문자를 통해 접근 경보를 전달 받기도 한다.
 

그림 3  블래스트 띠오리(Blast Theory), ‘내가 보이는가? (Can you see me now?)’, 2003~
All Pictures copyright Blast Theory
 
반대로, 거리로 뛰어 나온 사람들이 온라인의 플레이어들을 잡으러 다니는 게임도 있다. 영국의 아티스트 그룹 블래스트 띠오리(Blast Theory)의 ‘내가 보이는가? (Can you see me now?)’ (2001년~)는 온라인과 거리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일종의 술래잡기 게임이다. 전세계의 누구나 온라인에서 플레이어로 참여할 수 있다. 거리의 플레이어들은 물리적 도시를 무대로, 온라인 접속자들은 도시를 똑같이 시뮬레이션 해놓은 가상의 환경에서 게임을 시작한다. 거리의 플레이어들은 위치추적장치가 부착된 개인용 인터페이스(PDA)를 들고 온라인 플레이어들의 위치를 수신 받아 잡으러 다니고, 온라인 플레이어들은 도시의 플레이어들을 피해 도망 다닌다. 결국은 어느 누구의 입장에서도 가상 공간(virtual space) 혹은 물질 공간(real space)에서만 존재할 수는 없다. 이는 유비쿼터스 도시가 직면한 새로운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림 4. 블래스트 띠오리(Blast Theory), ‘내가 보이는가? (Can you see me now?)’, 2003~
All pictures copyright Blast Theory
 
또한, 온라인에 접속하자마자 당신에게 ‘오랫동안 보지 못했지만 여전히 생각나는 사람의 이름은?’ 이라는 질문이 던져지고, 여기에 반드시 OOO라고 답을 해야 한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만약 당신이 다른 블래스트 띠오리 멤버들에게 잡히면 ‘1번 선수가 OOO를 보았습니다.’라는 음성이 들리면서, 게임 시작과 동시에 적어 넣었던 ‘오랫동안 보지 못했지만 여전히 생각나는 그 사람’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된다. 당신의 과거는 현재로 불러들여지고, 부재와 존재, 기억과 망각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이 당신에게 주어진다. 우리는 절대 불변의 확정적인 공간이나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비정형과 비선형의 디지털 생태계에 초대된 것이다. 
 

그림 5.  제드 버크, 줄리안 블리커 외 (Jed Berk in collaboration with Julian Bleecker, Ewan Branda, Bruce Hubbard, Nikhil Mitter, Mathieu Pung), , 2006, photo by art center nabi
 

더 나아가, 인간과 하늘, 땅, 우주 만물로만 구성되었던 자연계에 기반을 두었던 지구는, 이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제 3의 존재의 출현을 준비하고 있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아직은 현실이 아닐 것 같은 이 제 3의 존재와의 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제드 버크(Jed Berk)와 줄리안 블리커(Julian Bleecker)의 공동작업인 ‘ALAVs(Autonomous Light Air Vessel) 2.0’(2006년)는 일종의 ‘과도기적 종(種)’이다. 우리는 휴대폰으로 사람이 아닌 이 자율광비행체에 전화를 걸어 대화를 시도한다. 구름 모양의 자율광비행체는 인터랙티브 음성인식 장치에 의해 사람들에게 다가와 눈높이를 맞추며 춤추듯 비행을 하기도 하고, 배가 고프다며 빛을 깜빡 거리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은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인공지능형 거리 설치물에 적용되어, 일상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영국 캠프리지(Cambridge)의 정션 씨어터(Junction Theater) 야외에 설치된 ‘휴지통과 벤치들 (Bins and Benches)’ (2005년, greyworld)은 내장된 정보수집 장치 및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하여, 햇빛이 비칠 때에는 노래하고 비가 내리면 나무 밑으로 이동하여 비를 피할 사람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디지털과 만난 이상하고 신기한 이 매개된 현실(mediated reality)이 한없이 유쾌하기만 할까? 지금까지는 선택 가능한 환경으로 존재하던 이 현실이, 더 이상 선택 불가능한 현실이 된다면?

다음 편에서는, 인간의 신체 자체를 미디어로 탈바꿈시키는 스텔락(Stelrac)의 ‘제 3의 귀(Extra Ear)’를 통해 새로운 인간의 출현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최두은_아트센터 나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물고기와 대화해 보자는 작가의 말에 동참하며 꿈꾸기를 10달, 10명이 넘는 우리들이 10대가 넘는 컴퓨터를 연결하고 수많은 케이블들과 씨름하기를 10일 만에, 드디어 빛과 소리로 물고기, 가상생명체, 사람이 하나가 되었던 그 순간, 내 심장은 뛰고 있었다.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 미디어 아트를 만난 지 10년, 앞으로 10년 그리고 또 10년, 나 스스로 ‘오픈 플랫폼’이고 싶다. 창의적 미래를 위한 진정한 ‘나비’ 효과를 꿈꾸며…
 

 

Tag
#게임 #유비쿼터스 #온라인 #매개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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