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액시스는 호르몬의 일종인 ‘아드레날린’이란 단어로 현 디자인 트렌드를 표명했다. 이 침체된 분위기를 극복하는 대책으로 시대에 활력을 불어넣는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 사실 오래지 않은 역사만 들춰봐도 ‘창의력’을 촉진시킴으로써 경기를 회복했던 나라들도, 디자인 덕에 기사회생한 기업들도 많이 있지 않았는가. 이 사회를 활기차게 만들고 흥분시키는 기능을 가진 아드레날린 같은 디자인 사례들이 근미래 트렌드를 내다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첫 번째는 다음 세대를 위해 영국이 택한 시나리오이다. 세 명의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다가올 세대 영국의 디자인은 희망적이다. 영국의 2008년 통계를 보면, GDP의 8%가 창의산업(Creative Industry)에 쓰이고 있다고 한다. 과거와 달리 이미 사람들의 취향은 고급스러워질 대로 고급스러워졌고, 이러한 상황에서 맞게 된 경제 불황이기에 예전과는 상황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런던의 고급 상점과 레스토랑들이 불황에도 여전히 북적이는 이유이다.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는 영국의 시나리오
이 전문가들은 비용절감으로 위기를 견뎌낸다는 평면적 사고보다는 국가적인 특성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창의성을 발휘하여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디자인이 영국의 경제상황을 회복시키는데 물꼬를 터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정책적으로 환경 오염도가 낮은 사회를 만들고 분리되어 있는 디자인 관련 기관들의 노하우를 교류함으로써 새롭고 강력한 네트워킹을 만든다. 산재해 있는 디자인 지식을 한데 모으는 일, 그렇게 축적된 지식을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창의력으로 전환하는 것이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영국의 움직임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연구에 빠져든 디자이너들
디자인 리서치에 힘쓰는 네덜란드 디자인
경제 불황은 미국과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심각했다. 네덜란드 역시 수많은 소규모 디자인 에이전시들을 폐업시켰다. 제작 공정의 기계화, 중국의 부상, 원가 절감, 복제 디자인 등 모든 상황은 디자인 회사들에게 점점 불리해지고, 경제 불황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승부수는 불황을 헤쳐 나가는 새로운 아이디어일 것이고, 이것은 그 동안 소홀했던 디자인 리서치에 힘을 실어준다. 경제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연구를 해 놓아야 할 것이며, 때가 왔을 때 획기적인 변신을 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탄탄한 디자인 리서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수리하는데 쓰는 부속품들을 대량으로 사들이기만 해도(이것이 수리 시장에서 유통만 된다면) 장기적으로 경제를 회복시키는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논리는 상당한 공감을 자아냈다. 네덜란드 디자인이 강한 이유는 ‘팔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살 수 밖에 없는’ 디자인을 하라는 기본적인 태도 때문인 듯 하다. 이 말은 비단 네덜란드 디자인에만 통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비용을 낮추고 기능은 향상시킴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1차원적 방법에서부터 돈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이라는 고차원의 연구까지, 우울한 암흑기에 희망의 빛이 되어줄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소개된 7개의 사례들 중 4개가 영국의 사례였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 충실한 도구로서의 디자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디자인을 산업과 교육 측면에서 두루 강조하고 육성하고 있는 디자인 강국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났다.
파나소닉이 개발한 안마 의자
특집기사는 아니지만 파나소닉에서 개발하고 디자인한 안마 의자도 같은 맥락으로 묶을 수 있다. 기능성에만 초점을 맞춘 안마의자가 인테리어에도 도움이 되며 건강까지 증진시켜주는 기능성을 겸비하고 있다면 흥분요소를 배가시킬 것이다. 기존의 ‘안마 의자’가 아닌 디자인된 ‘안마 소파’임을 강조하며 10가지 컬러로 커버 교환도 가능한 나름 맞춤형 디자인제품이다. 소비자의 기호를 배려한 이 건강보조 디자인제품은 파나소닉이 소비자들의 아드레날린 분비를 돕기 위해 한 연구의 작은 결과물인 것이다. 이러한 결과물들이 제품이 되어 나오고, 그러한 제품과 환경에 의해 사람들의 생활이 윤택해진다면 결국 디자인은 이 사회의 아드레날린이다.
우리는 우리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겪게 된다. 트렌드 진단은 바로 감정을 변화시키는 동인을 짚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고로 아드레날린으로서의 디자인, 이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우리를 즐겁게 하는 디자인에 대한 갈망, 그것이 바로 이 우울한 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들의 정확한 니즈일 것이다.
--
<액시스> 2009년 6월 호
목차
FEATURE023 Design as adrenalin
TOPIC074 The Design Laboratory at Central Saint Martins 078 The World Space Creators Awards 2009097 Design Indaba 2009102 Things to consider from Finland’s Fennia Prize
SERIES002 The Prototype Universal Testing Machines Autograph AG-XXX(Shimadzu)006 Angle Ultra-Black Sun 020 James Dyson on One of his favorite designer054 Final Installment Cars that speak your language 056 Traditional Craft Forms "Stencils" 081 Valerie Casey086 How designers learn a second language Astrid Klien088 The Civil Engineering of Ethics "Thougtful Japan"118 The future of technology and design124 Gentle cutivators of life130 Doing industry-academia collaborations righr136 Chotoku Tanaka’s Contemplating about things throughout the might134 Creator’s Work and Soul Hiromochi Konno / 6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