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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본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디자인

 

디자인의 새로운 관점과 디자인 산업의 미래 - 이미지 

 

 

다시 기본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디자인

 

 이한나 차장​ (매일경제신문)

 

 "포켓몬GO"가 뭐길래. 그 게임을 하려는 열망 만으로 강원도 속초에 젊은이들이 몰려 들었단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대만, 미국, 프랑스, 독일 할 것 없이 전세계에 포켓몬GO 열풍이 불어 각종 사건 사고가 잇따르며 일대 사회적 현상이 돼 버렸다. 이 사건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포켓몬고 로그인 화면



 "스마트폰"이란 일상품 덕분에 게임이 더욱 대중화되고 있다지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던 게임 매니아들이 방문을 열고 나와서 바깥 세상에서 요괴를 잡는다고 설치고 돌아다닌다.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유대관계를 맺는 일 또한 서슴치 않는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게임에 적용됐다는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과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등 미래 기술이 우리 생활 속에 성큼 다가왔다는 놀라움 보다는 우선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과 인간 본연의 사회성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게임을 하면서 점점 고립되는 게이머들을 현실 속 인간관계로 끌어올리려 했던 개발자들 의도가 적중한 것이다. 과거 "위(Wii)"라는 게임기로 사람들이 운동을 하게 만들었던 닌텐도가 가세한 것도 자연스럽다.


 더욱이 닌텐도와 함께 게임을 개발한 미국 벤처 나이앤틱의 아트 디렉터가 한국계 디자이너 데니스 황이라는 점도 반갑다. 구글 출신 황씨는 기념일에 맞춰 구글 로고에 동영상 등을 입히는 "구글 두들"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구글 화면에 인간이 추구하는 "재미(Fun)"요소를 살짝 곁들여 구글 사용자들에게 한층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포켓몬GO와 구글두들 이 둘의 공통점은 인간의 기본 욕구를 자극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겠다.


 인간(人間)이란 한자 뜻만 풀어봐도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서로 의지하는 존재, 어떤 관계성을 맺는 존재다. 인간의 속성 안에 사회성이 담겼다 하겠다. 그리고 타자와의 관계맺기를 추구한다.


 구글의 움직이는 로고도 마치 기계적인 세상에서 말을 거는 친구와 같이 느껴진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대 사회에서 첨단 기술의 발달은 인간과 인간 간 관계 맺기에 방해가 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직접적인 대면접촉 기회가 줄었을 뿐 아니라 인간은 산업사회 속 일개 부속품으로 전락하며 스마트폰 속 세계로 침잠하고 있다.


 최근 디자인 제품에서 자연스러운, 복고적인 이미지가 겹쳐 보이는 것도 과거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알파고"처럼 강력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자리까지 위협하는 시대가 올수록 더욱 더 인간적인 가치에 대한 동경이 강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때문인지 최근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혁신기업들은 직원들의 사고방식을 유연하게 만들고 상호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공간을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이 눈길을 끈다. 핀란드산 국민 게임 "앵그리 버드"를 만든 로비오가 성장한 알토대학 창업보육센터에서 서로 다른 벤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교류하며 창의적인 발상도 도출하게 디자인된 카페 공간을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디자인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디자인은 본래 인간의 "의도적인 계획"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어느새 아름다운 외관, 형식에 치우친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양산하는것이 아니라 어떤 해법(solution)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해진다.


 스탠퍼드대학 D스쿨의 한국 워크숍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시제품(mock up)을 만드는 체험은 신선했다. 다양한 분야의 낯선 이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각자 의견을 조율하고 최종 산물을 만드는 과정은 어렵지만 보람있었다. 미국의 혁신적인 기업들의 뒤에는 D스쿨의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가 작동하고 있었다. IDEO와 같은 선도 디자인회사는 초기부터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을 흡수해 창의적 솔루션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차별화하려고 노력했다.


 유치한 재료로 만들어진 시제품일지라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볼 수 있는 "실체"를 통해 디자인은 적극적으로 해법을 제시하려 한다는 점에서 다른 학문과 차별화된다.


 사고방식의 전환 만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이들 중에서 디자이너 출신들이 반갑다.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 창업자도 여행을 다니면서 "현지인처럼 살아보기"나 남아도는 방 한칸 낯선 이에게 열 수 있는 젊은이다운 순수한 발상이 신선하다. 인스타그램과 그루폰 의 창업자들도 디자이너 출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배달음식 앱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 화장품 샘플 배송사업 "미미박스"의 하형석 대표, 자동차 매매 앱 "겟차" 정유철 대표 등 디자인 전공자들의 유망 벤처 창업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제품"에 연연하기보다는 보이지 않지만 경험의 차이를 만드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각자의 해법을 제시한 점에서 닮았다.


 최근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도 선도적으로 디자인을 사회문제 해결의 키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도 반갑다. 마포구 염리동과 관악구 행운동, 용산구 용산2가동, 중랑구 면목동 등에 "범죄예방디자인(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을 적용해 그 효과를 확인한 후 그 적용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소공장이 밀집하거나 공가와 폐가가 상존한 곳, 주취 폭력이 빈번하거나 외지인과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 주 대상이다.


 음침한 지역에 노란색 페인트를 칠하고 쓰레기가 집중 투기되는 지점에 거울을 설치하는 시도만으도로 지역민들 행동을 변화시키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와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의 책 "넛지(Nudge)"에서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한다"는 의미로 "넛지"란 용어를 사용한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도널드 노먼이 "행동유도성(Affordance)" 개념에서 사용자 행동을 유도하는 속성을 지닌 것과도 상통한다.


 앞으로 노년인구 증가세에 발맞춰 서울시가 치매예방 디자인을 개발해 보급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립된 존재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우리에게 큰 도전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디자인 본연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더욱 북돋아 커뮤니티도 활성화하는데 디자이너들 관심이 더욱더 절실해 지는 시점이다.

 

 

 

Tag
#사회균형 #디자인 #인간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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