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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새로운 관점과 디자인 산업의 미래

 

 

 

디자인의 새로운 관점과 디자인 산업의 미래



이장우(경북대 교수, 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기술융합과 초연결사회의 급속한 진전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거대한 시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이 글로벌 경제의 중심에 부상하면서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것은 글로벌 환경 변화에 적합하도록 경제구조를 대전환해야 하며  기업들은 선발주자로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혁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적 대전환기를 맞아 소프트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디자인 산업은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되어야 하며 미래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에 대한 제4의 관점 

디자인에 대한 전통적인 제1의 관점은 제품형태 디자인으로서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형태를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2의 관점은 비즈니스 전략 차원으로서 디자인을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중요한 일부로 보는 관점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개별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통해 하나의 통일되고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비즈니스 전략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애플은 기술과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였다.
디자인에 대한 제3의 관점은 디자인 개념을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여러 사회적 문제를 풀기위해서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제안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도시 재개발, 자원의 효율적 사용, 공공 서비스 분야 등에 적용하면서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덴마크 코펜하겐시는 기후변화에 대한 데이터와 교통 데이터 등을 분석해 예측모델을 만들고 그것을 도시 디자인에 적용함으로써 모범적인 사례를 남겼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제4의 관점은 앞의 세 가지 관점을 국가수준에서 통합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촉매로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것이다. 특히 창조경제에서 디자인은 감성을 기반으로 국가 혁신을 제고시키는 엔진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영국은 20여 년 전 제조업 경쟁력 하락 추세를 디자인을 포함한 창조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함으로써 국가 창의력을 제고시키고 1인당 GDP 2만 달러의 벽을 14년 만에 깨고 2006년 4만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영국에서 디자인 산업은 창조 산업의 핵심으로서 전체 국가 GDP의 약 2.4%(부가가치 기준)를 차지함으로써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촉매 역할을 담당한다. 이 수치는 한국의 경우 문화콘텐츠 산업 전체가 GDP에 차지하는 비중(2.6%)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제조업이 쇠퇴한 영국의 지방 도시들은 디자인 산업을 기반으로 도시 재생에 성공한 경우가 많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는 국가 발전을 위한 3대 핵심전략으로 디자인 산업을 지정하고 기업들이 비즈니스 전략 및 제품 개발 과정에 디자인을 접목시킴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한국 경제의 구조전환과 디자인 산업의 역할

한국 경제는 산업화와 정보화를 넘어 창조화 단계에 진입해 있다. 이러한 창조경제에서는 과학기술과 함께 문화심미 축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 첫 번째 과학기술 축은 과학기술의 융합을 통해 이루어지며, 기초과학에서 응용기술, 응용기술에서 상업화로 이어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것은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사례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문화심미 축은 문화와 미적 요인의 융합을 통해 상업화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디자인 산업은 이러한 문화심미 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두 축은 하나로 융합될 때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디자인 산업은 문화심미 요인들의 융합을 촉진함으로써 새롭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창조경제를 발전시킨다. 예를 들면 유럽의 여러 도시들 사례에서 보듯이 제3의 관점, 즉 사회적 문제해결의 수단으로서 디자인 산업은 정체된 지역 성장을 극복하고 지역을 창조경제로 편입시키는 기능을 한다. 


한편 세계는 지금 제4차 산업혁명에 돌입해 있다. 디지털정보통신 혁명이라 부르는 제3차 산업혁명이 개별 기업, 개별 산업, 개별 국가 단위로 이루어진 반면에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 컴퓨터 및 통신 기술에 로봇, 인공지능, 센서, 빅데이터, IoT 등 새로운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결합해 높은 수준으로 통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따라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거대 산업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불현듯 등장하며 드라마틱한 기업 흥망성쇠를 연출한다.
그러나 한국의 R&D 혁신체계는 GDP대비 세계최고 수준의 ‘양적 투입’에도 불구하고 관료적 평가시스템과 추격형 개발 프로세스로 인해 정작 사업화 성과는 OECD 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융합을 통해 연구개발 과제의 상업화 성공률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제품 개발과 비즈니스 전략 관점은 물론 사회적 문제의 해결이라는 관점을 통합해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촉매로서 디자인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영국과 싱가포르 사례에서 보듯이 국가 수준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회를 획득하고 경제구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제4의 관점에서 디자인 산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또 다른 과제는 중국 경제의 굴기에 대한 대응이다. G2로 올라선 중국 경제는 2014년 구매력평가지수에서 17조 6천억 달러로 미국을 누르고 세계 1위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중국 경제의 굴기를 맞아 중국 경제의 성장과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는 세계 경제는 물론 중국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한국 경제에 커다란 환경변수로 떠올랐다. 2014년 본격화된 신창타이(新常態)의 중국 경제 구조의 대전환은 대한민국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오는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전 세계 발표 논문의 31.5%를 차지함으로써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 과학논문 저자들도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8년이면 R&D 절대 투자금액에서 세계 1위국 미국을 추월할 예정이다. 과학기술만으로 중국을 상대하기란 이미 어렵게 되었다. 한국 경제의 대안은 아직 중국이 따라오지 못한 소프트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다. 특히 디자인 산업은 소비재, 패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 창조산업에 속해 있으면서 모든 분야와 융합이 가능한 기간산업의 역할을 한다. 즉 우리가 승부를 걸어야 할 소비재, 콘텐츠, 서비스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촉진하는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앞으로 ‘차이나 효과로 인한 양극화 현상’(China Divide)이 심화될 것이다. 2013년 3월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포스코, 동국제강,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K이노베이션, GS 등 대표적인 한국 전통제조기업의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반면, 아모레퍼시픽, 하나투어, 오뚜기, 한국콜마, 호텔신라, 삼립식품 등 소비재 기업들의 주가가 급속한 성장세를 보임으로써 주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추세는 생활산업과 같은 소프트 분야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기간산업으로서 디자인 산업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결언

한국 경제는 재빠른 후발주자에서 선발주자로 나서야하는 전환기에 처해 있다. 선발주자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어 가장 먼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경쟁력을 획득하는’ 성장전략을 의미한다. 이러한 성장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신 시장을 개척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문화심미 요인과의 융합은 필수적이다.
IT 융합이 과학기술 축을 활용하는 중요 수단이듯이 디자인 융합은 문화심미 축을 활용하고 감성 가치를 창조하는 핵심 수단이다. 특히 국가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제품 개발, 비즈니스 전략,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모든 관점을 국가 수준에서 통합하는 제4의 관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영국이나 싱가포르 사례는 중요하게 참고할 만하다.
그러나 현재 국내 디자인 산업은 그 중요성에 비해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연간 약 1.7조 원 수준에 불과한 디자인 시장에서 2천 5백여 개의 디자인 전문회사들이 과당 경쟁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평균 종업원 수 2~3인 수준의 소규모 영세기업들이다. 또한 디자인 전문회사의 수출은 전체 매출 0.8%에 불과할 정도로 글로벌화가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디자인 산업 육성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대안이 필요하다. 앞으로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디자인 수요 확대, 디자인 융합을 통한 국가 R&D 체계의 생산성 제고, 디자인 교육훈련시스템의 혁신 등에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디자인 산업은 문화, 예술, 기술, 비즈니스 등을 융합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단순히 제품과 비즈니스 전략만이 아니라 신 개념과 사회적 가치 창출 등으로까지 그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하드웨어 중심 경제에서 중화학공업이 기간산업이 되었듯이 소프트 중심 경제에서 새로운 기간산업으로서 디자인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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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산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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