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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진정한 기업의 무기로 삼으려면







디자인을 진정한 기업의 무기로 삼으려면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디자인이 경쟁력이라”이라는 말은 어제 오늘의 말이 아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산업혁명의 초창기인 18세기에 이미 그것을 알고 실천한 도자기 사업가 조자이어 웨지우드가 있다. 이 사람은 디자인이라는 직업 자체를 만든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니까 디자인의 중요성, 경쟁력을 알아본 최초의 사람이니 당연히 디자인이라는 직업을 창출했을 것이다. 이렇듯 비즈니스를 하는 데 무척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디자인은 생겨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후로도 디자인을 무기로 성공 가도를 달린 무수한 사례들이 있었다. 그런데 웨지우드의 사례 뒤 3세기가 지난 21세기에 왜 여전히 “디자인이 경쟁력”이라고 목 아프게 떠들어야 할까? 너무 진부하지 않은가?


그것을 지금까지도 주장해야 하는 이유는 아마도 사람들이 디자인에 대해서 여전히 피상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디자인에 대해서 막연한 상상을 한다는 거다. 그것은 디자인을 하나의 환상적인 마술로 보고 대하는 태도다. 환상의 마술로 대한다는 건 디자인에게 엄청난 변화, 즉 어떤 화려한 도약, 극적인 매출곡선 같은 걸 기대한다는 거다. 이것은 오히려 디자인을 본질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데렐라를 하룻밤 공주로 바꿔놓는 그런 마법이란 실재하지 않는 것이다. 하룻밤의 실재하더라도 그것은 지속적일 수 없다. 나는 그래서 이 지면을 빌어 차라리 대중이 갖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오해를 말하고자 한다. 그것으로부터 “디자인이 경쟁력”이라는 뜻에 가까이 가고자 한다. 

 

디자인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다

먼저 “디자인은 반짝이는 아이디어, 매출 곡선을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요술 방망이”라는 오해에 대해 말해보자. 이것은 미디어를 통해 발표된 수많은 디자인 성공사례가 빚어낸 오해다.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은 디자인의 성공사례를 왜곡 보도한다. 모든 것이 디자인 하나로 잘 된 것처럼 말이다. 또한 미디어는 하나의 상품이 또는 기업이 성공에 이르기까지 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그 엄청난 시련과 갈등, 노력을 간략하게 축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이디어’라는 것을 신화로 만들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것을 구현하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 좋은 디자인은 사실 이 세상에 널려 있다. 수많은 책, 강의, 방송만 봐도 좋은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그런데 왜 성공하지 못할까? 그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흉내 내는 것조차 실제로는 엄청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서 흉내 낸다는 것은 그 아이디어를 자기 사업에 구체화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어떤 기업이 최고의 디자이너로부터 디자인 컨설팅을 받았다고 해보자. 또는 사내 디자인팀에서 정말 놀라운 디자인을 했다고 해보자. 이것을 생산과정에 적용하고자 할 때, 그 때부터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나는 예전에 지방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브랜딩, 제품, 그래픽, 사진 등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그 기업을 위해 브랜드를 개발하고 제품을 디자인해주고 사진을 찍고 카탈로그까지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그 기업은 그것을 생산하고 유통할 여력이 없었다. 최고의 디자인 서비스를 받고도 그것을 구체적인 물질로 만들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디자인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지만 그것을 실제의 모습으로 구체화하는 것에서 진정한 실력이 드러난다. 똑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디자이너의 실력 차이 또는 생산기술의 차이로 정말 하늘과 땅 차이로 그 결과가 바뀐다.




디자이너가 잘 해야 성공한다

좋은 디자이너를 고용해야 성공에 이른다. 이 말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가 있었다. 하지만 발표되지 않아서 그렇지 최고의 디자이너를 보유하고도 성공하지 못한 사례는 더 많다. 디자인이란 디자이너만의 산물이 아니다. 디자인은 디자이너와 의사결정권자, 그것이 기업의 경영자이건 아니면 그 기업 집단이건 그 두 주체가 같이 만드는 것이다. 의사결정권자가 디자이너의 별볼일 없는 디자인을 지적하고 다듬어서 더 좋게 만들 수도 있고, 잘 된 디자인을 망칠 수도 있다. 결국 결정하는 사람의 판단력이 중요한 것이다.


수많은 기업에서 훌륭한 디자인이 단계별 의사결정권자들의 뜻을 반영하면서 처음의 안과 완전히 다른 괴상한 결과물로 바뀌는 일은 흔하게 벌어진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만큼이나 그것을 비평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업 내 의사결정권자들의 전문성과 안목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디자인이 실패하면 디자이너를 탓하고 만다. 창의력이란 집단의 산물이다. 어떠한 지역, 어떠한 시대에도 창의력을 폭발하게 하는 건 몇 사람의 천재가 아니라 집단의 힘이었다. 마찬가지로 좋은 디자인이란 자기 비즈니스의 시장환경을 이해하고 디자인에 대한 안목을 갖춘 의사결정권자와 마지막까지 철저한 디자이너 공동의 결과물이다.

 

디자인은 많은 돈이 필요 없다

대부분의 기업이 생산설비, 마케팅에 투자하는 것은 어떤 당연한 비용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여전히, 조자이어 웨지우드가 무려 3세기 전에 그 중요성을 인지한 디자인에 대해서만큼 인색하기 그지없다. 이것 또한 디자인은 물질화되기 이전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도면 한 장으로 디자인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생산은 재료가 투입되고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생산설비가 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큰 돈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디자인은 단지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니 돈을 조금 줘도 된다는 안이하고 무책임한 고정관념이 대기업 경영인들에게조차 남아 있다. 그래서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그토록 많은 재능기부 요청이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디자인은 아이디어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구체화하는 데에도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최초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그 비전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수정을 해야 하는 경우 자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최초의 디자인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고 만다. 그 모든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평생 동안 쌓아온 경험과 자기만이 알고 있는 노하우가 녹아나는 것이다. 그림 한 장을 그리더라도 그 순간의 노동이 아니다. 그것 역시 과거에 축적된 지식과 경험의 산물이다. 마치 가수나 무용수, 피아니스트가 노래 한 곡을 하거나 몇 분짜리 공연을 하더라도 그 가치를 높이 사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3세기 전 조자이어 웨지우드도 그 가치를 뼈저리게 알고 있던 디자인에 대해서는 그런 지식과 경험은 아예 없었던 것처럼 “공짜로 해주세요” “싸게 해주세요”만 되풀이 하니 그런 자세로 어떻게 좋은 디자인이 나오길 바라는가? 좋은 디자인이란 투자한 만큼 나오는 것이다.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에서는 최고의 디자인을 위해 디자이너들이 비용 문제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를 생각하는 순간 디자인의 예리한 아이디어들이 무뎌지기 때문이다. 비용은 그것을 구현하는 엔지니어링과 경영팀의 문제라고 일축한 바 있다. 디자이너는 비전문가에는 식별조차 안 되는 0.1mm의 차이를 두고 밤을 새며 고민한다. 마치 단어 하나를 갖고 퇴고를 거듭하는 시인이나 소설가처럼 말이다. 경영자가 그 차이를 모르더라도 그 가치를 인정해줄 때 비로소 디자인을 자사의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마케팅은 전략이므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생산과 유통 역시 그 현장에 가지 않는 한 미지의 세계다. 그에 반해 디자인은 시장에 가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 그 재료와 형태, 색상과 질감은 금방 식별할 수 있고 분석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디자인은 좀 더 쉬워 보이는지 모르겠다. 간단하게 도입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런 얕은 생각을 미디어가 한술 거든다. 이런 이유로 디자인에 대한 오해가 쌓인다. 디자인은 즉흥적으로 도입하고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디자인에 대한 태도가 먼저 바뀌어야 디자인을 진정한 경쟁력의 무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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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무기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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