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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이 그래픽 디자인을 만났을 때_<아이> 2009년 여름 호

일러스트레이션이 그래픽 디자인을 만났을 때
_<아이> 2009년 여름 호
   
글  유지원  
   

바야흐로 이미지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시대가 왔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한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필요한 이미지를 스스로 그려내는 데에 특별한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호의 타이포그래피 특집 ‘활자의 황금시대’에 이어, 계간 <아이>의 여름호에서는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래픽 디자인의 얽히고 설킨 함수관계를 다루었다.

특집 |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그래픽 디자이너

이번 호 특집에서는 타이포그래피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표현력을 겸비한 디자인 작가나 디자인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게리 허스트윗(Gary Hustwit)의 다큐멘터리 영화 ‘오브젝티파이드(Objectified)’ 포스터를 디자인한 빌드(Build)의 작업이 그 예이다.
 

  
 <아이> 2009년 여름 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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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집의 머리말로, 아드리안 쇼네시(Adrian Shaughnessy)는 이러한 최근의 추세를 분석하며 ‘갈라서기와 재결합하기(Schism and reunification)’라는 글을 썼다. 한때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은 동거관계였다. 70년대와 80년대 초반의 디자인 연감을 들여다보면, 손으로 그린 이미지들이 대세였다. 그러나 80년대를 지나면서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의 관계에는 수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이나 디지털 도구들을 사용해서 이미지를 좀더 쉽게 얻을 수 있는 테크닉들이 일러스트레이션을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대로 일러스트레이션은 상업적 영역에 종사하기보다는 독자적 입지를 찾아 갈라섰다.

지금, 신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들 가운데에는 ‘디자이너로서의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했다. 스스로 그래픽 디자이너라 생각하면서도 일러스트레이션 이미지를 그려낸다. 그들의 타이포그래피에는 일러스트레이션의 기법이 용해되고 흡수되었으며, 이것은 그래픽과 일러스트레이션의 재결합이되, 전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하이브리드이다. 그래픽적 표현들은 90년대의 그래픽 순수주의에 비해 풍요로워졌으며, 손으로 그린 그림들은 디지털 시대 이전의 스타일을 상기시키는 방향으로 거슬러 간다.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는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들로, 아드리안 쇼네시는 빌드(Build)의 마이클 C. 플레이스(Michael C. Place), MM/Paris, 논포맷(Non-Format), 그리고 마리안 반티에스(Marian Bantjes)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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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그린 장인적 일러스트레이션 타이포그래피, 마리안 반티에스


마리안 반티에스 집중 조명 기사

이번 호 <아이>의 인상적인 표지는 마리안 반티에스(Marian Bantjes)가 대가적 역량을 발휘하여 그려낸 타이포그래피 작품에 색채를 입혀 디자인된 것이다. 마리안 반티에스는 잡지의 이번 이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부각되어 여러 기획들에서 이구동성으로 거론되었을 뿐 아니라 많은 지면을 단독으로 차지하며 집중 조명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이렇게 화려한 디자인계의 스타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63년생 캐나다 출신 일러스트레이터-디자이너인 반티에스는 경력의 첫 20년 동안이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2003년, 마흔 살을 넘겼다. 그녀는 인생의 의미와 방향에 회의를 느끼는 진정한 ‘중년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하지만 기회는 위기 속에서 찾아왔다. 그제서야 그녀는 자기가 정말로 내고 싶은 목소리를 스스로 발견했던 것이다. 막연하지만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것. 그러나 이러한 전환을 모색한 후에도 경력이 순조롭게 풀리지는 않았다. 그녀의 새로운 작업들을 처음 본 사업 파트너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정말 멋지군요. 하지만 누구도 이런걸 원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녀는 여러 군데를 접선하며 작업들을 알리려 했으나 초기에 돌아온 것은 무관심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슈테판 자그마이스터와 같이 굵직한 예술가들과 아트디렉터들, 클라이언트들이 그녀의 작품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녀가 주목을 받고 자신이 모색한 새로운 방향에 탄력을 얻은 건 마흔을 훌쩍 넘긴 최근 5년간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시간과 노고를 아끼지 않고 장인처럼 몰입하여 복잡하게 얽힌 장식적 타이포그래피를 일일이 손으로 그려낸다. 그래서 평론가들이 자신의 엄청난 노력과 공에 대해 이런 소리를 할까 퍽 겁이 나기도 한단다. “예쁘긴 하다. 그러나 마리안이 이런 사소한 작업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인다는 건 너무 나쁜 일이다.” 그녀는 이제 이런 회의에 사로잡힐 필요 없이 탄탄한 인정을 받게 된 것 같다. 오늘날 같은 디지털 시대에 그녀가 수작업으로 성취해낸 시각적 어법의 성과, 전적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융합된 일러스트레이션과 타이포그래피의 화학작용은 혁신적이기까지 하다는 평가를 끌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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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스토리텔링의 거인, 크리스토프 니만


크리스토프 니만의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에, 텍스트적 아이디어를 끌어들여 용해시킨 합성물을 다루는 이가 있다. 뉴욕 타임즈와 뉴요커를 보면 까다로운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이라도 누구나 웃음을 머금고 알아볼 수 있도록 쉽고 위트 있게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시선을 끈다. 그래픽적 단순함, 콘셉트의 날카로움, 언어를 그림으로 전환하는 능력, 이 모든 것을 갖춘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낸 장본인은 독일 출신의 에디토리얼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토프 니만(Christoph Niemann)이다.

그는 신문과 잡지를 위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계속 하면서도 최근 그래픽 영역의 작가로서 문필적 재능을 드러내며 새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첫째, 그는 어린이 그림책 ‘경찰 구름(The Police Clouds, 2007)’과 ‘애완 드래곤(The Pet Dragon, 2008)’을 펴냈다. 둘째, 뉴욕 타임즈의 웹사이트에서 ‘추상도시(Abstract City)’라는 그래픽 텍스트 블로그(http://niemann.blogs.nytimes.com)의 운영을 시작했다. 그의 블로그에는 수많은 방문객들이 몰리고, 그의 비주얼 에세이에 수백 개의 호의적인 댓글이 달리는 등 이러한 행보는 큰 공감과 호응을 얻어오고 있다.

그는 10년이 넘는 뉴욕 생활을 청산하고 자국인 독일로 돌아와 작년부터 베를린에 새롭게 본거지를 차렸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뉴욕과 베를린의 일상을 아주 개인적인 자신만의 각도에서 바라보면서 독특한 시각언어로 풀어나가는 작업을 한다. 그는 그래픽 디자인적 테두리 안에서 매번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글과 그림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를 통해 텍스트와 삽화의 관습적이었던 역학관계는 새롭게 정의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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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장식 숭배


스티븐 헬러의 장식적 경향에 대한 칼럼

이번 호를 관통하는 굵직한 화두는 스티븐 헬러(Steven Heller)의 칼럼으로 마무리된다. 필자는 오늘날 장식적 경향이 다시금 과도해져 간다고 진단하며 그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용이 워낙 산만한 나열식인데다가 문맥조차 일관성 없이 갈팡질팡하고 있어서 글을 쓴 저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가닥을 잡기 어려웠다. 지금 독해를 잘못하고 있나 의심스러워져서 몇 번이나 앞 문장을 거슬러가며 읽어야 했던 칼럼이었다.

마지막 부분의 짧은 두 문단에 이르러서야 그가 과도한 장식을 문제삼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바로 이 점이 문제이다. 장식이 난무하면 디자인은 하찮은 것이 된다. 덩굴과 꽃 장식들이 통제 불가능하게 표면을 뒤덮어 질식시키기 전에, 이를 중단해야 한다.”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것은 장식의 긍정적인 기능과 유희적인 즐거움에 대해 전혀 통찰하지 못하고 균형을 잃은, 부당하고도 유감스러운 견해라 할 수 밖에 없다.

디자인과 공예의 역사에서 장식이 두드러졌던 흐름들, 페르시아의 문양, <켈즈의 서>의 정교한 페이지들, 바로크와 로코코의 모티프들, 빅토리아 시대의 장식들, 중세와 고딕 양식의 영감을 받았던 윌리엄 모리스의 작품들, 아르누보와 아르데코, 60년대의 사이키델릭 아트, 힙합과 스트리트 문화, 마리안 반티에스의 레터링, 요즘 인터넷에 자주 보이는 백그라운드의 패턴 등에, 바우하우스와 같이 장식을 절제했던 흐름들을 대비시켜 차분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더라면 좋은 기획이 되었을 텐데, 치우친 시각으로 견해의 설득력을 잃고 있는 점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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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2009년 여름 호

목차

CRITIQUE
03  Bad timing 
A Bond-themed magazine fails to incite ‘product lust’. By Rick Poynor

REPUTATION
14  Marion Bantjes
The Canadian designers talks about type, illustration, her mid-life crisis and ‘swirlies’. 
Interview  by  john L. Walters, photograph by Andrew Querner

FEATURES
24  Sampling the Modern 
GF Smith. Designers on paper by Bill Mackay and SFA. By Liz Farrelly
28  Body Type
Maxime Buechi’s Sang Bleu mixes tattoos with fetishism, philosophy and pop culture. By Keith Miller

ILLUSTRATION SPECIAL SECTION
32  The graphic designer as illustrator 
Build, Dust, Alex Trochut, IWANT, Karlssonwilker, Universal Everything, Airside and Grandpeople.
Design that embraces the made image. 
Plus an essay that puts this ‘new’ hybrid into critical perspective. 
Schism and reunification By Adrian Shaughnessy
44  Artwork and play 
Brian Knight’s lovingly detailed Airfix paintings of boats, planes and soldiers. By Robert Hanks
48  Storytelling giant 
Profile of illustrator Christoph Niemann, From blogs to picture books. By Steven Heller
56  Fired up and hired
Will MTV continue to champion animators From around the globe? By Liz Farrelly
60  Drawn into conversation 
Big brands use illustration to say ‘honest’, ‘natural’ and ‘popular’. By Steve Hare
70  The orderly chaos of James Joyce
Monthly flyers propelled this former graphic designer into illustration. By John L. Walters

UNCOATED
82  Agenda: Cult of the squiggly 
Over-abundant embellishment is spiraling out of control. 
Time to get out the shears, cries Steven Heller
84  Reviews 
Including: Richard Hollis on Corporate Diversity, Christian Schwartz on Helvetica Forever, 
Rick Poyner, David Crowley, Paul Shaw and Henrik Kubel on Subway Art
94  Education 
Scrapbook from China, Algerian poster project and an alphabetical cat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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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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