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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는 노이에스 박물관_<도무스> 2009년 6월 호

다시 태어나는 노이에스 박물관
_<도무스> 2009년 6월 호

   
글  오정미  
   

이탈리아 현대건축잡지 <도무스domus>의 2009년 6월 호는 오는 10월에 재개관하는 베를린 노이에스 박물관(Neues Museum)의 복원 과정과 결과물을 큰 기사로 다루었다. 과연 전쟁 동안 손상된 박물관을 손보려면 어떤 일부터 해결해야 할까? 또 이러한 경우, 예술로서 건축의 딜레마는 무엇일까? 바로 이러한 질문이 무려 10년 동안 박물관 복원 작업에 매달려야 했던 데이빗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에게 주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독에 속하게 된 노이에스 박물관은 여러 번의 재건 시도에도 불구하고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폭격과 탱크의 화염으로 지붕이 거의 날라가고 한 구역 전체가 없어진 한편, 또 다른 한 쪽엔 벽화와 나무작품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누구라도 섣불리 손을 대기에 난해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 까다로운 폐허 더미의 복원 작업을 놓고 여러 번의 건축공모전이 열렸고, 결국 이 건물은 1997년의 우승자 치퍼필드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도무스> 2009년 6월 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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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스 박물관(좌: 2층 이집트관, 우: 그리스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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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퍼필드의 작업에 대한 묘사는 다음과 같다. 그는 최근 박물관 건축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건축만이 눈에 띄는 스타일을 거부한다. 그의 스타일은, 말하자면 박물관의 황금 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스스로 돋보이는 건물보다는 전시를 제대로 받쳐 줄 진정성 있는 박물관을 짓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60년간 유기되었던 건물의 구석구석을 센티미터 단위까지 살펴보며, 각각 수천 개의 개별적인 경우들마다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서 각별한 기술과 인내심을 보여주었다. 사실 이것이 그의 작업의 핵심이다. 혹시 우승자의 비법치고는 시시하게 들리는가? 물론 치퍼필드가 제친 건축가들 중엔, 예를 들어 프랭크 게리(Frank Gehry)처럼 관광객을 충분히 매혹시킬만한 쇼맨쉽을 보여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베를린은 치퍼필드의 정직한 건축관을 택했다. 그럼으로써 2009년의 노이에스 박물관은 일부분에선 손상된 부분이 최대한 기워지고, 또 다른 부분에선 완전히 모던한 요소가 깃든, 즉 과거 본래의 독창적인 구조물과 현대적 제안이 공존하는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사실 이처럼 역사를 보존하거나 지나치게 꾸미지 않으려는 건축에서의 신념은 독일 의회인 라이히스탁(Reichstag) 복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건물엔 1945년 적군이 침공했을 당시 그려 넣은 키릴 문자 그래피티가 그대로 남아 있다. 본지는 이와 같은 치퍼필드의 선택에 적극적인 신뢰를 보이는 한편 그의 작업이 지닌 미학적 의의를 부각시키며 2009년 노이에스 박물관 방문이 시간과 공간, 건축 자체를 넘나드는 지적이고 미적인 탐험이 될 것이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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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디스패셔널 쇼(2007) by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우: 큐비즘(2003) 설치 by 가스파르 유리키에비치(Gaspard Yurkiev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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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패션 부문 기사인 ‘빌트 앤 언빌트(Built & Unbuilt)’는, 오늘 날 패션이 디자이너들에게 허락한 공간 실험의 참신한 예들을 선보인다. 기사에서 다룬 중심 작품은 프랑스 미술가이자 디자이너인 키릴 뒤발(Cyril Duval)과 텍스타일 디자이너 아사(Asa), 건축 스튜디오 어시스턴트인 일본인 히로이 아리야마(Hiroi Ariyama)와 메구미 마츠바라(Megumi Matsubara)의 손에서 탄생한 BUIY(Build-&Unbuild-It-Yourself) 스토어다. 즉, 이것은 문자 그대로 참여자(건축물 방문객)가 직접 짓고 부술 수 있는 가게다. 신발 상자들을 벽처럼 쌓아 올려 만든 이 가게는 상품이 하나씩 팔려나감에 따라 점차적으로 사라져간다. 그러므로 가게의 중간 단계는 방문객들 수와 각각의 선택에 따라 가지각색의 배치도를 보여주며, 최종 목표는 가게의 증발이다. 즉 여기에서 건축이 이끌어낸 공간 자체는 소비의 대상이 되고, 이러한 소비 과정 모두는 하나의 퍼포먼스가 된다. 본지는 또한 위 작품에 영감을 준 선구적 작품들로 레이 가와쿠보(Rei Kawakubo)의 콤므 데 가르송(Comme des Garçons)을 위한 실험과 디스패셔널(Dysfashional) 쇼 등에 주목한다. 전자의 경우 2008년 베를린 거리의 빈 가게에서 게릴라 스토어를 열어 고객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일년 동안 물건을 팔았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게의 메시지를 직접 해독해보도록 했던 것이다. 후자의 경우 룩셈부르크와 로잔을 거쳐 올해 하반기엔 파리에서, 내년엔 베를린에서 각각 쇼를 이어갈 예정이다. 여기에서 쇼란 곧 패션과 공간의 관계를 주제로 한 물건들의 배치 자체를 뜻한다. 이른바 미술 갤러리와 쇼핑공간, 스튜디오 사이의 접경과도 같은 이 쇼 안에서, 전면에 내세워지는 것은 옷이 아니다. 소비자가 보고 느끼게 되는 것은 옷 보다도 그 옷을 통한 경험과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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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 약간의 변형을 가함으로써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어반 레트로피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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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본지가 기획력 있게 다루는 주제는 '어반 레트로피팅(Urban Retrofitting)'이다. 먼저 '레트로피팅'은 본래 기계 등에 부속품을 첨가하는 과정으로 기존의 본체를 파괴하지 않는 대신에 무언가를 더하고 변형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어반 레트로피팅'이란 '레트로피팅'의 개념이 도시 건축으로 확장된 것이다. 오늘날 유럽 도시는 세계 대전 후 1960~1970년대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고층 건물들을 흉물스러운 존재로 여기며 마치 역사의 실패를 깨끗이 지울 수 있기라도 한 듯 이것들을 제거하는 데에만 급급하다. '어반 레트로피팅'은 이러한 도시 계획에 반기를 든다. 그것의 기본 정신은, 각 건물들 안에 휴면 중인 본래의 가치를 찾아내는 데 있다. 즉 각각의 건물들엔 태생적으로 개조를 위한 가능성이 있음을 확신하기에, 단지 그것을 살짝 변형시키는 정도로써만 양질의 공간을 창조하려 한다. 본지엔 '어반 레트로피팅' 운동을 펼치는 앤 라카튼(Anne Lacaton), 장 필립 바살(Jean-Philippe Vassal), 프레드릭 드뤼오(Frederic Druot)의 글이 실려 있다. 이들은 건물 파괴를 비정상적인 사업이라 부르며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라는 점에서도 건물 변형을 추천한다. 그러므로 이들의 주택안을 간단히 개념화하자면, 이는 곧 건축을 밖에서가 아닌 안에서부터, 먼 거리에서가 아닌 근접한 부분에서부터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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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살라F(Sala F) by 마시모 바르톨리니, 
우: 빌 스파시알(Ville Spatiale) by 요나 프리드먼(Yona Frie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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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의 작품도 몇 점 다루었다. 특히 팔라조 델레 에스포시지오니(Palazzo delle Esposizioni)관에서 각각 서점과 카페테리아, 교육 공간을 창조한 리르크리트 티라바니야(Rirkrit Tiravanija), 마시모 바르톨리니(Massimo Bartolini), 토비아스 레베르거(Tobias Rehberger)의 작품 등에 주목한다. 티라바니야는 실제 상업 행위가 이루어지는 진짜 서점을 만들었고, 책이라는 상품의 특성 상 단지 상품이 팔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창조되는 서점이란 공간의 본질에 집중하도록 한다. 레베르거의 바는 거울과 위장 벽, 현란한 페인팅 등을 이용해서 보기에 2차원 같은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태어난다. 이곳에 들어온 고객들은 일상적인 시공간 감각을 잃어버리게 된다. 바르톨리니의 교육 공간은 무대, 탁자, 객석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 특히 탁자를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공간 자체가 회의실로도, 강당으로도, 극장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대략적인 작품 내용과 이미지가 전부여서, 기사만을 통해 위 작품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기는 어려울 듯 하다.
   
이밖에 2009년 7월 월드게임을 맞이해 건축된 대만의 나선형 스타디움, 자연의 미에서 영감을 받는 디자이너 토쿠진 요시오카(Tokujin Yoshioka)의 구름을 닮은 종이 작품(Paper Cloud), 홀 안에 하늘로 올라가는 원통 탑을 세워 모든 신을 경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런던의 한 교회에 대한 기사 등도 짤막하지만 흥미로운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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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스> 2009년 6월 호

목차

ARCHITECTURE
012  Neus Museum, Berlin
022  New York, New York: Alice Tully Hall
085  Stadium for the world Games in Taiwan
100  Residential and Retail Building in Moura, Portugal

FASHION
030  Fashion Built & Unbuilt

DESIGN
048  Speciale Salone, New Tables: Technology & Restraint
130  Quilt Sofa
132  Paper Cloud

ART
035  Between Two Worlds Venice Biennale

INTERIORS
044  Lumen Centre: The Church of Any God

INTERSECTIONS
065  Urban Retrofit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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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도무스 #노이에스 박물관 #건축 #데이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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