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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대한 탐구_<그래픽> 2009년 9월 호

사진에 대한 탐구_<그래픽> 2009년 9월 호

   
글  유지원  
   

런던의 월간 <그래픽>지는 2009년 7월부터 리뉴얼한 디자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7월 호(통권175호) 표지를 처음 봤을 때는 마치 팬시한 메모지 같은 느낌의 새로운 외관에 다소 회의적인 인상을 받았다. 그러다가 8월 호를 거쳐 9월 호에 이르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시퀀스가 쌓인 모습을 접한 후에야 이 잡지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시각적 어법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었다. 7,8,9월 호 옆에 리뉴얼 전의 6월 호를 놓고 보면, 6월 호가 확 낡아 보인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리뉴얼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본문은 ‘노이차이트(Neuzeit)’와 ‘레테라(Lettera)’로 조판했다. 타자체와 같이 고정폭(mono-spaced) 타입페이스인 ‘레테라’는 타입페이스 자체가 획이 가늘고, 견고하기보다는 바스러질듯한 느낌이라 힘이 부족하다. 거기에 본문 활자 크기까지 작게 조판했으니 본문을 읽을 때 시선과 집중력을 놓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잡지를 다 읽고 나서는 그 불편함에 대해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래픽> 2009년 9월 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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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들이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촘촘하게 짜여지기보다는 얼기설기 툭툭 놓여져 있고, 텍스트의 묵직한 중량감에 비중을 싣기보다는 훌훌 읽히며 넘어가도록 편집이 되어 있어서, 작은 크기로 조판되고 가벼워 보이는 레테라가 독서에 편하지는 않아도 잡지의 성격을 시각적으로 솔직하게 대변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래픽>을 식단에 비교한다면, 회심의 주 메뉴 두 개가 가운데 큼직하게 놓여있고, 앞 뒤로 전식과 후식이 제공되며, 그 주변에 조그만 접시에 담은 반찬들이 놓여서 부담스럽지 않게 소화 잘 되는 식사를 연상케 한다. 잡지의 구성은 크게 ‘프리뷰’, ‘몇몇 작가와 작품의 간단한 소개’에 이어, 주 메뉴인 ‘프로파일’과 ‘스페셜 리포트’가 등장한 후 ‘뷰’, ‘리뷰’로 이어진다. 그러니, 이번 호 잡지를 대표하며 표지와 책등에도 실린 두 가지 주 메뉴를 우선으로 <그래픽>의 맛을 보는 편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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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 | 카럴 마르텐스

카럴 마르텐스(Karel Martens)의 이름은 이미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그래픽 디자인계의 박애주의적인 할아버지(the benevolent grandfather of graphic design)’는 이미 많은 것을 세상에 베풀었고 여전히 베풀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카럴 마르텐스 © grafik
 
이 70세 할아버지에게 일상의 사물들은 여전히 경이에 가득 찬 세계다. 숫자는 끝없이 매혹적이며, 알파벳은 ‘기적’이고, 삼원색으로 어떤 색채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은 ‘마법’이다. 그는 그 세계를 관찰해서 그래픽으로 옮겨놓는다. 그리고 그것은 그래픽의 고전이 되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카럴 마르텐스의 스튜디오를 방문한 <그래픽>의 기사에는 이 인물의 성품과 작품을 직접 마주하는 경이로운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베르크플라츠 티포흐라피(Werkplaats Typografie) 학생들의 학위를 손수 인쇄하느라 분주한 와중이었다. 모든 학생들은 선생님이 수작업으로 직접 만들어준 증서를 받으며 졸업한다. 카럴 마르텐스는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씩 거명하며 베르크플라츠에 대해 얘기했다. 베르크플라츠에서 그의 교육관은 직업인으로서의 디자이너를 양성해내기 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의 관심사를 발전시키고 디자이너로서의 자아를 발견할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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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디자인 교육에서 제가 조금 유감스럽게 여기는 부분은, 디자인, 디자인, 디자인, 해대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항상 잡지를 들여다보고, 다른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했는지 들여다보지요. 그건 근친상간입니다… 학생들은 다른 작업의 에너지나 디자인 너머의 정신성이 아니라, 그 풍과 표면적 측면을 베끼는 데서 영감을 얻으려 할 때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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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럴 마르텐스의 작업 © graf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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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업에 영감을 주는 것은 디자인 사조나 유행이 아니라, 문자, 수학, 색채와 같이 세계를 이루는 근원적인 것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그는 학생들이 작업의 모태로 사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경이의 원천을 찾아내도록 독려한다.

카럴 마르텐스의 암스테르담 스튜디오 중심부에는 자동차 부품이나 메카노 장난감, 원반들, 길거리에서 주운 물건들과 같은 금속 조각을 찍어내는 모노프린트 작업대가 있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마르텐스식 작업 방식의 엑기스이다. 손으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작업은 거의 명상에 가까운 속도로 진행된다. 조심스럽게 고른 형태를 인쇄하는데 하루에 하나의 색상만을 쓴다.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다음날 또 다른 색으로 인쇄한다. “나는 아직도 빨강과 노랑이 오렌지색이 되는 것에 놀라움을 느껴요.” 그는 감탄을 한다.

카럴 마르텐스는 그의 책 <인쇄물 Printed Matter>에서 “디자인은 우리 일상 속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썼다. 진실로 그러한 삶을 살고 있는 디자이너 한 명이 그곳에 있더라고 기사는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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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 사진


제임스 랭든의 기사 © graf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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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9월호의 커버 특집 기획은 ‘사진’을 둘러싼 여러 탐구들이다. 세 편의 기획 기사로 하나의 특집을 구성했다. 제이슨 줄스(Jason Jules)는 팝 문화에서 남성 패션 사진이 정의해온 ‘남성성’이 담긴 순간들을 포착해냈다. 제임스 랭든(James Lagndon)은 크로핑(cropping)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진의 모서리들이 세계를 틀에 담는 방식에 관한 통찰이 돋보이는 기사를 썼다. 로라 클래이튼(Laura Clayton)은 온라인 사진 프로젝트로 한층 유명해진 제이슨 에반스(Jason Evans)를 직접 방문하여 담소를 나누었다.

제임스 랭든의 기사는 그래픽 디자인이 아닌 사진의 영역에서 ‘크로핑’의 의미를, 5명의 잘 선택된 작가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다각도로 도출해낸 훌륭한 읽을거리다.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는 것뿐 아니라 모서리를 정의하는 것, 이미지를 편집하여 새로운 의미를 도출해내는 것 모두가 크로핑의 영역이다. 렌즈가 동그랗게 창출해낸 시야가 필름의 사각형 프레임 안으로 제한되는 카메라의 메커니즘 자체가 크로이며, 세상의 일부만을 포착하는 사진의 행위 또한 크로핑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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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데일리 나이스>에 게재된 사진들 © graf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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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기사의 제목은 ‘일상의 멋진 것들(Everyday Niceties)’. 사진 작가 제이슨 에반스는 <더 데일리 나이스 The Daily Nice>라는 사이트에서 매일 ‘나이스’한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업로드한다. 이것은 그가 2004년 사이트를 런칭한 후 5년 간, 매일같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치르는 일상의 의식이 되었다. 그 사진은 24시간 동안 인터넷에 올려져 있다가 사라진다. 다음 날이면 새로운 사진이 나타난다. 하나의 페이지, 하나의 사진, 하루의 시간, 그리고 무료인 사이트다. 2003년에 그는 일본의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로부터 일생일대의 커미션을 제안 받았다. 시세이도는 두 달 동안 제이슨 에반스가 원하는 곳 어디든 여행할 수 있는 경비를 지불해주었다. 그는 그 대가로 매일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야 했다. 이 프로젝트가 <더 데일리 나이스>의 기반이 되었다.

그는 소니 사이버샷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여 채도 높은 색상의 사진들을 찍어 올린다. <더 데일리 나이스>에는 누가 봐도 명백히 ‘나이스’한 것들만 업로드되지는 않는다. ‘나이스’한 것에 대한 해석은 열려있다. 그는 똥을 사진 찍기도 한다. 가장 아끼는 강아지의 똥이라면 그 똥은 똥이라도 나이스한 똥이니까. 우리에게 노출된 미디어들이 우울한 소식들을 주로 내보내는 이 세상에, 그는 매일같이 조그만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 기사에 담긴 작가의 생각은 그의 사진만큼이나 즐겁고 ‘나이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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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전시 리뷰

<그래픽> 9월호가 소개한 신간 서적 가운데는 독일의 타셴(Taschen) 출판사에서 발행한 책 <활자: 타입페이스와 그래픽 양식들의 외형적 역사 Type: A Visual History of Typefaces and Graphic Styles> 제1권이 눈에 띈다. 활자 견본집의 개인 수집가 중에서도 양적 질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대의 소장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얀 톨렌나르(Jan Tholenaar)의 소장품들이 360페이지의 크고 두툼한 책으로 엮여 나왔다. 이 책의 성격은 ‘활자견본집의 견본집’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번에 나온 제1권에서는 1628년 윌리엄 캐슬론(William Caslon)의 활자 견본집부터 1900년까지의 활자 견본집들을 망라하여 수록하고 있고, 20세기 활자 견본집을 다룰 제2권은 2010년 2월경에 출간될 예정이다.

베를린에 위치한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Martin-Gropius-Bau)의 18개 갤러리에서는 오는 10월 4일까지 ‘모델 바우하우스(Modell Bauhaus)’라는 전시를 열고 있다. 베를린 시의 여름 프로그램 가운데에서 주목할만한 대형 이벤트로 기획된 이 전시는 바우하우스와 관련된 독일의 세 기관에서 공동으로 주최했다.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대학, 데사우 바우하우스 재단, 베를린 바우하우스 아르히프가 의기투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바우하우스에 관한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시의 구성과 기획에서 이러한 의미를 잘 살려냈는가가 관건인데, <그래픽>의 전시 리뷰는 여기에 대해서 다소 비판적인 견해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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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2009년 9월 호 – 통권 177호

목차

07  Things to See and Do  Essential design events and exhibitions for September
13  Talent    Designer Rasmus Svensson
21  Talent   Artist Lucy Barlow
24  Showcase   This month’s best new graphic design work
36  Profile   Karel Martens by ANGHARAD LEWIS and ROBERT URQUHART

SPECIAL REPORT | Photography
50  Boys Keep Singing  Defining men in photography
56  Everyday Niceties  Jason Evans’s photowork The Daily Nice
62  Crop Circles  A Study of eccentric photographic cropping

VIEW | Opinions, advice, perspective
74  Logoform  The V&A logo chosen by MELANIE MUES
76  Letterform  Replica uppercase ‘R’ by NICOLE JACEK
78  Bookshelf Essentials  From resident book expert HUGO
80  Viewpoint  Which is your photograph that got away?

REVIEW | Critiques of new books, exhibitions and events
84  Exhibition  Modell Bauhaus reviewed by ANTHONY NOEL
88  Film  Chevolution reviewed by SCOTT KING
90  Six Books  The latest design books under fire
92  Exhibition  Polish Posters at MoMA reviewed by BUZZ POOLE
94  Performance  Brian Eno’s Apollo reviewed by MAX LEONARD
96  Book  Art and Text reviewed by ROBERT URQUHART
98  Magazine  Michael Bojkowski looks at newsprint pub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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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그래픽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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