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유가·고금리 시대가 계속 되면서, 지갑 사정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늘어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물가에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라는 웃픈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마음이 가는 대로 플렉스를 즐기던 이들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사람들은 바짝 허리 끈을 조이고 현명한 소비를 통해 절약하는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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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의 일상을 대표하는 것은 바로 '현금 챌린지'다. 이는 한 달, 일주일과 같이 정해진 기간에 생필품, 의류, 식비, 주유비 등 항목별로 얼마를 쓸지 예산을 정해두고 이를 현금으로만 사용하며 생활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런 생활 방식을 소셜미디어에 인증하는 것도 챌린지에서 중요한 요소다. 주로 일주일 단위로 금액을 책정하며, 항목별로 현금 바인더에 돈을 넣어두고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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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해 현금 챌린지는 이미 해외에서 널리 인기를 얻는 절약 방법이었다. 영미권에서는 2-3년 전부터 '캐시 스터핑(Cash Stuffing)'이 유행했다. 이는 신용카드가 대중화되기 전 쓰이던 재테크 방식으로, 사용 목적에 따라 현금을 분류하여 봉투에 담아뒀던 것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한다. 틱톡,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작된 유행은 이제 국내에서도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현금 챌린지는 정해놓은 액수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사용 금액이 체감되지 않는 신용 카드보다 실제로 보고 만질 수 있는 현금을 사용한다는 점이 심리적인 영향을 미친다. 줄어드는 돈을 바로 눈 앞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낭비를 줄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절약된 돈은 저축으로 이어지며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텐바이텐 '현금 챌린지' 검색 결과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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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중심의 절약 소비는 쇼핑 분야에서 이미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금 챌린지'를 검색해 보면 챌린지를 위해 필요한 바인더, 다이어리, 계산기, 지출·저축 용도 구분에 도움이 되는 스티커 등이 판매되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는 효과적인 지출 계산 및 절약 노하우를 공유하는 다양한 사람들도 볼 수 있다. 그만큼 현금으로 생활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을 느낄 수 있다. 현금으로 생활한다고 해서 '현금 생활', '현생'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유튜브 '현금생활' 검색 결과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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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카드로 해결되는 세상에서 현금을 챙기는 것이 번거롭고 불편하다면, 현실과 타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결제 방법을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로 바꾸거나, 결제 방식은 기존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페이크 머니를 사용하여 돈의 흐름을 체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결국 현금 챌린지의 궁극적인 목적은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금 챌린지 이전부터 절약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왔다. 최대한 생활비를 절약하고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방법이 유행하면서 인색하다는 의미의 '짜다'와 재테크가 결합하여 '짠테크'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하루 생활 지출을 '0'원으로 줄이는 '무지출 챌린지'도 인기를 끌었다. 그와 더불어 식비를 줄이기 위해 냉장고의 음식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장을 보지 않는 '냉장고 파먹기'도 유행했다. 그럼에도 소비하고 싶은 욕구가 사그라들지 않는 사람들은 '거지방'을 만들어 사람들과 절약 꿀팁과 함께 소비를 자제하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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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트렌드보다 현금 챌린지가 크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 볼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결제 과정이 간편해진 데에 있다. 신용카드는 물론이고, 핀테크 서비스 덕분에 단 몇 초 만에 결제가 가능해졌다. 지출이 체감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양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는 소비를 조장시키고, 결국 무분별한 소비를 이끌게 된다. 이런 소비를 줄이고자 실제 화폐를 손에 쥐는 행위가 필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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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문화, 그리고 '다이어리 꾸미기'문화가 현금 챌린지 유행을 확장시키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사람들은 지출에 대한 기록과 현금을 분류하는 과정 등을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처럼 즐기며, 이런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돈을 절약하는 방법을 놀이처럼 즐기면서, 동시에 저축에 대한 성취감을 함께 얻을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현금 챌린지가 계속해서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경기 침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앞서고 있는 가운데, 통제력 있는 소비 방법은 계속해서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무분별한 소비를 막기 위해서 체감할 수 있는 현금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계속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박민정(국내)

11010design@naver.com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현)프리랜서 패턴디자이너

(현)디자인프레스 온라인기자

(현)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전)삼성전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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