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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커버 아트의 향연: 예술가 힙노시스(Hipgnosis)의 삶Ⅰ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노력했고 뻔한 것을 추구하지 않았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을 때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추구하는 모든 종류의 꿈을 생각해 내는 것이다” 


- 스톰 소거슨(Storm Thogerson) · 오브리 포 파월(Aubrey Po Powell) -

​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우리와 같은 디자이너에게, 혹은 앞으로 난 길을 꿋꿋이 걸어가고 있지만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우리 모두에게 신선한 에너지를 불러 일으켜 줄 만한  ‘힙’ 한 디자이너 그룹을 소개하고자 한다. 작품 탄생에 얽힌 비화와 실제로 음반 커버를 디자인 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들의 기발한 창의력과 무모하지만 대단한 도전 정신을 살펴볼 수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음반 산업에서 영국 디자이너 그룹 힙노시스(Hipgnosis)만큼 거대한 예술적 발자취를 남긴 예술가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1967년 캠브리지에서 스톰 소거슨(Storm Thogerson, 1944~2013)과 오브리 포 파월 (Aubrey Po Powell, 78)에 의해 설립된 힙노시스(Hipgnosis)는 앨범 커버가 단순히 앨범을 보호하는 실용적인 기능의 포장재에서 벗어나, 앨범 자체가 음반의 필수적인 경험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앨범 아트 워크의 개념에 혁명을 일으킨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1967년부터 1983년까지 15년 동안 함께 작업하면서 음악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앨범 커버들을 많이 남겼다. 

 


왼쪽: 스톰 소거슨(Storm Thogerson), 오른쪽: 오브리 포 파월 (Aubrey Po Powell) | © HIPGNOSIS LTD 

 

1960년대 후반부터 '록장르의 음악의 전성기가 시작되면서 아티스트들은 앨범 커버가 그들의 음악을 반영하기를 바라기 시작했다. 

힙노시스(Hipgnosis)는 당대 가장 유명했던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거의 모든 앨범 커버 뿐만 아니라 윙스(Wings), 10CC, ELO, 에머슨 레이크 & 파머(Emerson, Lake & Palmer), 레드 제플린(Led Zepelin) 등과 같은 아티스트들의 20세기 록 음악에서 가장 유명한 음반 이미지를 만들어낸 팀이다.  

 

 

PINK FLOYD 핑크 플로이드,《Atom Heart Mother》, 1970 

 

핑크 플로이드의 네 번째 정규 앨범으로 당시 영국 차트 1위를 기록했고, 미국 빌보드 차트 55위까지 진입했다. 오브리 포 파월이 가장 좋아하는 앨범 커버 중 하나이자, 그들의 명성을 굳건하게 만들어 준 앨범이기도 하다. 밴드의 렵조와 도움으로  앨범 제목과 밴드의 이름도 적혀 있지 않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고 대담한 앨범 커버가 제작 되었다.

당시 밴드는 그들에게 예술에 대한 어떠한 지시도 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표현해보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스톰 소거슨(Storm Thorgerson)은 평소 좋아하던 앤디 워홀의 Cow wallpaper(소 벽지)를 보고 영감을 받아 런던 북부에 있는 들판으로 가서 무작정 소를 찍었다.

 


PINK FLOYD, '
Atom Heart Mother' , 1970 앨범 커버 앞과 뒷면의 젖소 사진|출처: S. THORGERSON © PINK FLOYD MUSIC LTD

 

그들은 곡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다른 록이나 사이키델릭 커버와는 같지 않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듯한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충격적이지도 않고, 예상치 못한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회상한다. 음반사는 앨범 표지가 끝까지 마음에 들지 않아 글자를 새기기 위해 싸웠고 밴드는 이 상황을 맞서 싸웠다고 한다. 

앨범이 발매되자마자 어떤 음악이 담겨있는지 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며 인기를 끌게 되었다.

 

 THE NICE 나이스,《Elegy》, 1971

 

앨범 전곡을 듣고 난 후 잠에서 깬 스톰 소거슨(Storm Thogerson)이 불현듯 머릿 속에 떠오른 광활한 사막의 모래 언덕 이미지를 연출한 앨범 커버이다. 

빨간 축구공을 사막으로 가지고 가서 연출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당시 알고 있던 사막이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 뿐이라는 이유로 그들은 무작정 사막으로 떠났다. Marrakesh(마라케시)에서 남쪽 Morocco(모로코)로 차를 몰고 가서 박스에 넣어 둔 공기를 빼낸 빨간 공들을 자전거 펌프를 이용해서 최대한 멀리 날려 보내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빗자루를 가지고 다니며 모래에 남은 발자국을 닦아냈다고 한다. 

 


요즘 찍은 광고 촬영 이미지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세련되고 아름답다. THE NICE, 'Elegy', 1971 앨범 커버|출처: 
출처: A. POWEL/S. TOGERSEN © 2017 HIPGNOSIS LTD 

 

사진을 찍기 시작한 저녁 8시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했고 모든 상황이 완벽했다. 포는 빨간 공과 태양, 그리고 깊고 푸른 하늘과 멋진 오렌지색 모래 언덕의 조화는 가장 완벽한 촬영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음악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작업도 큰 인기를 끄는 앨범이 될 수 있음을 알게 해 준 티핑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고 언급했다.

 

PINK FLOYD 핑크 플로이드,《The Dark Side of the Moon》, 1973

 

이 음반은 전 세계에서 약 4천 5백만장 가까이 팔리면서 마이클 잭슨 앨범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음반이라 앨범 표지 역시 아주 익숙하고 유명할 수 밖에 없다. 

초현실적인 색깔의 기존 앨범 디자인과는 다른 단일 이미지의 명확하고 스타일리시한 이미지 제작을 요청 받은 스톰과 포는 며칠 동안 고민에 빠졌다. 스톰은 오래된 프랑스 물리학 교과서를 훑어보고 있다가 인상깊은 무지개 프리즘 이미지를 발견했다. 하얀 빛의 굴절을 통해 스스로를 무지개 색으로 드러내고, 이것이 결국 음악을 표현하는 의식적인 노력을 담는다는 아이디어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음악, 영상, 공연 등과 결이 맞다고 판단했다. 또한 핑크 플로이드의 콘서트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조명을 의미하기도 한다.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전달이 담긴 이 앨범은 741주(1973~1988) 동안 빌보드 차트에 머물면서 핑크 플로이드와 힙노시스의 위대함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PINK FLOYD(핑크 플로이드),'The Dark Side of the Moon' , 1973 앨범 커버|출처: G. HARDIE © PINK FLOYD MUSIC LTD 

 

오늘날까지도 ‘The Dark Side of the Moon’의 디자인은 티셔츠부터 다양한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대중 문화에 계속해서 울려 퍼져 시대를 초월하는 상징으로 남아있다. 

컵, 슬리퍼, 모자, 가방 등 다양한 생활용품의 디자인으로 적용된 앨범 이미지|출처: https://shop.pinkfloyd.com/store

LED ZEPPELIN 레드 제플린,《Houses of the Holy》, 1973

당시 밴드의 음악과 곡의 색깔을 공유받지 못한 채 사무실에 다같이 둘러앉아 종이에 그림을 그리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영감을 떠올렸다. 
다양한 얘기를 나누던 중 밴드의 곡 작업에 영감을 준 아서 C. 클라크의 1953년 공상과학 소설인 <유년기의 끝(Childhood’ end)>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는 지구의 모든 아이들이 거대한 폭풍우 속에서 일어나 우주로 올라가는 내용이 있었다. 스톰과 포는 소설의 초현실적인 내용에 매우 흥미를 느꼈고, 이를 발전시킨 이미지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Led Zeppelin(레드 제플린), ‘Houses of the Holy’ , 1973 앨범 커버|A. POWELL, P. CRENNELL © MYTHGEM LTD

장소는 스코틀랜드 북부에 있는 스테파(Staffa) 섬으로 자이언트 코즈웨이(Giant's Causeway)와 북해(North Sea)의 다른 끝에 있는데, 그곳에는 크고 작은 현무암 바위들이 무수히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무인도 섬이다. 

원래 계획과 달리 일주일 동안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그들은 흑백으로 여러 각도의 아이를 찍은 후 콜라주 기법처럼 바위 주변을 자르고 이어 붙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해 후보정(리터칭) 작업을 거친 후 신비로운 색감까지 더하여 지금과 같은 아름답고 독특한 앨범 커버가 완성되었다.

 


앨범의 배경이 된 팔각형 모양 바위의 장관이 펼쳐져 있는 스태파 섬|출처: https://en.m.wikipedia.org/wiki/Staffa 

 

오늘날 디지털로 만드는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가짜 이미지 속에서, 눈속임 하나 없이 가위와 풀로 직접 잘라내고 붙이는 후속 작업을 통해 이리도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다니 매우 흥미롭고 대단하다. 사진 촬영, 그래픽과 텍스트 표현에 있어서 얼마나 정교하고 날렵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오늘날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포토샵이 없던 그 시대에 모든 것을 연출하여 카메라를 통해 필름을 찍고 수많은 수작업을 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그들은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기획력 못지 않게 일에 대한 엄청난 열정과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업들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류인혜(국내)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졸업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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