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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커버 아트의 향연: 예술가 힙노시스(Hipgnosis)의 삶 Ⅱ


"부자들은 미술품을 벽에 걸지만 가난한 이들은 바닥에 쌓아 놓는다. LP는 가난한 이들의 미술 소장품이다."

"LP 아트 워크는 그들에 의해 탄생한 12인치의 정사각형 캔버스였다."

 

앞선 4개의 앨범 커버 탄생에 얽힌 두 그래픽 디자이너의 스토리에 이어 다섯 번째로 소개할 음반은 너무나 유명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Wish You Were Here’(1975)이다.

 

PINK FLOYD 핑크 플로이드,《Wish You Were Here》, 1975

 

양복을 입은 두 명의 비즈니스맨 중 한 명이 몸에 불이 붙은 채 쓰러질 듯 악수하고 있다. 이 모습은 이익만을 쫓는 당시의 음반 산업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온몸이 불에 데듯 배신 당하는 모습을 시각적 은유로 보여주는 앨범 커버이다. 수록곡 ‘Have A Cigar’ 노래 가사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로, 정작 누가 핑크 플로이드인지도 모르면서 돈을 벌기 위해 앨범 사업에 투자하며 마음에도 없는 찬사를 늘어놓는 비즈니스맨을 비난하고 있다.   

 


왼쪽: 
POWELL GRAPHICS: G. HARDIE RETOUCHING: R. MANNING © PINK FLOYD MUSIC LTD(앨범 전면)

오른쪽: Pink Floyd, Wish You Were Here Desert Man in Bowle r© PINK FLOYD MUSIC LTD(앨범 후면) |출처: https://sfae.com/Artists © Hipgnosis

 

장소는 로스앤젤레스의 버뱅크(Burbank)에 있는 위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뒷 공간에서 찍은 사진으로, 불타는 남자를 연출하기 위해 실제로 스턴트맨을 고용하여 몸에 기름을 바르고 불을 지핀 것으로, 15차례나 걸친 시도 끝에 탄생한 커버이다.

뒷면 커버는 사막에서 핑크 플로이드 제품을 파는 얼굴 없는 에이전트를 묘사하면서 앞면 커버에 등장하는 불타는 판매원에 대한 변형을 시도한 이미지이다. 초현실주의와 추상주의에 큰 영향을 받은 스톰과 포는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루이스 부누엘, 마르셀 뒤샹 등의 예술가들을 오마주 하는 작품들도 다수 남겼다. 

 

PINK FLOYD 핑크 플로이드,《ANIMALS》, 1977)


팝 역사의 전설이자 상징인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10번째 앨범 표지이다. 이 앨범이 발매되었던 1976년과 77년의 영국은 암흑기였다. 파업 사태, 청년 실업 등의 사회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무능하고 권력에만 집착하는 유명 정치인을 동물에 빗대어 희화화했다. 앨범 커버를 비롯한 수록곡 전체에 돼지, 개, 양 등 동물을 등장시켜 사회를 비판한 앨범이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정치적 우화인 <동물 농장(Animal Farm), 1945>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Pink Floyd(핑크 플로이드), Animals, 1977|출처: https://thepressmusicreviews.wordpress.com/2014/02/13/pink-floyd-animals-1977/ © PINK FLOYD MUSIC LTD

그들은 영국 템즈강 남쪽에 위치한 배터시 화력발전소 굴뚝을 배경으로 돼지 풍선을 띄우려는 계획을 세웠다. 
9.1미터 크기의 대형 헬륨 풍선으로 제작했으며, 원래 계획과는 달리 지속된 악천후로 촬영이 지연되고 묶여있던 돼지 풍선이 날아가는 바람에 소동이 벌어져 영국 공군 비행기가 출동할 정도로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으며,  당시 인근 농장의 소들이 돼지 풍선에 놀랐다는 항의가 쏟아졌다고 한다. 결국 최종 제작물은 돼지만 따로 합성하게 되었다. 

이를 계획했던 스톰은 당시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항공 조종사들이 하늘을 나는 돼지들을 보고 있다는 신문 헤드라인을 봤을 때, 건물의 본질적인 역동성과 극적인 하늘의 아름다움, 그리고 장엄한 돼지의 모습이 얼마나 화려하고 황당할까요?"

PETER GABRIEL 피터 가브리엘,《Car》, 1977


런던 완즈워스(Wandsworth)에서 스톰 소거슨(Storm Thogerson)의 차량 조수석에 앉아있는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보닛 위에는 호스로 물을 뿌려 진동하는 엔진에 의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는 무수한 물방울을 연출했다. 각각의 물방울들은 그 자체의 삶을 품고 있는 것 마냥 반짝이고 있다. 흑백으로 찍었던 이 작품은 후속 보정으로 리터칭 하여 색감을 입혔고 물방울은 메스로 깨끗하게 긁어내어 반짝임을 더했다.


(왼쪽) Peter Gabriel(피터 가브리엘), Car, 1977 앨범 전면 (오른쪽) 앨범 후면 |© Peter Gabriel / Art by Hipgnosis

 

10cc,《Look Hear?/ Are you Normal?》, 1980 

 

소파에 앉아 있는 양의 모습이 아주 작게 담긴 이 앨범은 영국의 아트 록 밴드 10cc의 1980년 앨범인 Look Hear의 대표적인 앨범 커버이다.

애초 스톰이 하고 싶었던 방향은 크고 특이한 그래픽 글자를 만드는 것과 파도가 이는 하와이 바닷가에서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소파 위에 양을 올려두고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현지에서 양과 소파를 힘겹게 구한 뒤 겁에 질려 소파에서 계속 뛰어내리는 양을 수도 없이 달래가며 겨우 찍어낸 사진이다. 그렇게 힘겹게 찍어낸 사진을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작게 배치한 그들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 앨범을 만들었을까? 앨범 제목 그대로 '당신은 정상인가요?' 내용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던 것일까.

 


출처: https://sfae.com/Artists/Storm-Thorgerson(소파 위 양 사진) A. POWELL GRAPHICS: G. HARDIE © HIPGNOSIS LTD 


15년 동안 앨범 커버 디자인의 황금기를 보낸 그들. 이제 황금기는 지났고 그런 무모함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과거에 비해 모든 것이 빠르게 제작되고 소모되기 때문에 충분히 고민하고 감정을 담는 작업이 예전보다는 어려워졌다. 모든 것들을 수작업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그만큼 고민의 과정이 길었지만 가치 있고 아름다운, 혁신적인 아트 커버들이 나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답을 찾으려고 하는 순간 본질을 잃게 된다. 기능적인 것을 제외한다면 아무런 이유 없이 진행한 디자인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다.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그 속에 담긴 스토리를 알아가면서 때로는 정해진 계산 없이 열정을 밑바탕으로 한 무모한 도전이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TV와 CD등으로 음악을 감상하기 시작하면서 LP의 시대는 저물었다. 영상 제작에도 관심이 많았던 두 천재 예술가는 뮤직비디오나 영화 등으로 눈을 돌렸으나 1980년대 중반 큰 실패를 하게 되면서 문을 닫고 헤어지게 된다.

 

그들의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이 창조되기까지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나누면서, 오브리 포 파월(Aubrey Po Powell)이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남겼던 다섯 가지 조언을 많은 디자이너와 공유하고자 한다.  

 

 1. 관심 분야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질 것.

 어떤 분야든지 본인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의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2. 두려워 말고 누군가의 문을 두드릴 것.

 아무도 나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다. 무언가를 정말 하고 싶다면, 직접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3. 적당한 장소에 있을 것.

 영감은 주위를 둘러 싼 모든 과정에서 찾아온다. 나의 관심사와 관련된 모든 일이 일어나는 중심부에 있어야 한다.

 4. 적절한 타이밍과 운도 중요하다. 

 타이밍과 운은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필요하다. 하고 싶은 무언가를 확인한 뒤, 알맞은 시기에 관련자들에게 접근해야 한다. 

 5.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할 것

 나는 힙노시스(Hipgnosis)를 시작했을 때 일주일 내내 하루 10시간씩 일했다. 너무 열정적인 나머지 10년간 개처럼 일했고, 결국 유명해질 수 있었다. 당신이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이것이 가장 중요한 기본자세이다. 


 

류인혜(국내)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졸업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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