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halie Djurberg(나탈리 뒤버그)와 Hans Berg(한스 버그)의 전시 “Beneath the Cultivated Grounds, Secrets Await(경작지 아래, 숨 쉬는 비밀)”이 송은 갤러리에서 진행 중이다. 1978년 스웨덴 뤼세실 출생의 나탈리 뒤버그는 클레이(점토) 피규어와 목탄 드로잉을 기반으로 기괴하면서도 매혹적인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작가이다. 뒤버그는 제 53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의 파트너이자 작곡가 겸 뮤지션인 한스 버그는 뒤버그의 스토리텔링에 중독성이 강한 사운드 트랙을 더하여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2004년부터 듀오로 활동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음악, 조각, 설치물 등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서 그로테스크하고 초현실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품 속에 의인화된 동물과 오브제들은 행동과 표정이 과장되거나 비틀리게 표현되고, 스톱 모션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에서는 말풍선을 통해 단편적인 문장들로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블랙 코미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송은 갤러리의 공간적 특성에 영감 받아서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가 구성된 점이 특별하다. 1층 로비부터 2, 3층 전시공간으로 연결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이동하는 순서로 진행되는데, 각각의 공간 특성을 극대화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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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형의 계단이 독특한 1층 로비에 들어서면 금박이 씌어진 나무 형상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많은 나무 형상의 작품들 중 유일하게 금색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두 작가는 숲을 주요 모티브로 활용하지만 실제 자연과는 다른 신비로운 모습으로 표현하여, 관람객들에게 낯선 환경을 선사하고자 했다.
Get Close To Each Other and Stick Together (Gold),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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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곰, 개코원숭이, 코끼리, 마법사, 광대 등 기이한 캐릭터들이 여성의 몸을 음흉하게 쳐다보는 등 노골적인 모습들을 뮤직비디오처럼 짧은 러닝타임으로 표현하면서 중독과 욕망이라는 주제를 표현했다. 1인칭 시점으로 촬영하여 관객이 직접 보는 듯한 효과를 의도했으며, 좌석에 비치된 헤드셋을 통해 한스 버그가 작업한 사운드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How to Slay a Demon (악마를 죽이는 방법, 2019)
이미지 출처 : 서민정
How to Slay a Demon (악마를 죽이는 방법,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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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늑대에게 잡힌 달걀 캐릭터를 피규어로 만든 작품과 유리로 된 작은 방에 나탈리 뒤버그가 목탄으로 드로잉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Wolf and Moon (늑대와 달, 2023)
이미지 출처 : 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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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로비에 전시된 금박을 입힌 나무의 시리즈 작품들이 2층 전시 공간 곳곳에 놓여 있다. 꽃과 버섯이 피어나는 코발트 블루 컬러의 나무와 다채로운 컬러의 곤충, 새, 알을 낳은 타조들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정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금속, 아크릴, 스티로폼, 목재, 천, 석고, 아크릴 페인트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여 풍부한 질감이 돋보인다. 새의 깃털은 캔버스 천을 낱장으로 하나하나씩 붙인 듯하고, 꽃과 버섯은 아크릴, 석고 등을 사용하는 등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양한 표현력과 섬세함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The Enchanted Garden (마법에 걸린 정원, 2024)
이미지 출처 : 서민정
The Enchanted Garden (마법에 걸린 정원, 2024)
이미지 출처 : 서민정
The Enchanted Garden (마법에 걸린 정원,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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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원통형의 공간에는 새장에 갇혀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새가 있다. 새장과 새, 새가 낳은 알까지 모두 화이트 컬러로 표현하여 정원의 다른 오브제들과 대비를 이룬다.
The Enchanted Garden(Cage) (마법에 걸린 정원, 2024)
이미지 출처 : 서민정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면, 앞서 바닥에 놓여진 작품들과 비슷한 작품들이 벽면을 따라 전시되어 있다. 반대쪽 유리 벽면에서 들어오는 채광과 어우러져 실제로 신비로운 정원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The Enchanted Garden (마법에 걸린 정원, 2024)
이미지 출처 : 서민정
The Enchanted Garden (마법에 걸린 정원, 2024)
이미지 출처 : 서민정
The Enchanted Garden (마법에 걸린 정원, 2024)
이미지 출처 : 서민정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가면, 밝은 분위기의 2층과 달리 어둑한 전시장 중앙에 여러 개의 스크린을 통해 애니메이션 3부작이 상영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클레이로 제작한 의인화된 동물과 오브제를 통해서 풍자와 비틀어진 유머를 보여주고 있다. 사람처럼 말하고 움직이는 달걀, 달, 늑대, 돼지, 소, 집 등이 등장하는데, 순수하면서도 타락한 것 같은 스토리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5 - 6분 정도의 길지 않은 영상으로 천천히 모든 영상을 감상해보길 권한다. 각 스크린마다 빈백 좌석이 있어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작품 A Pancake Moon(2022)은 달걀이 숲 속을 춤추면서 돌아다니다가, 달걀을 유혹해 잡아먹고자 하는 동물들의 꾀임에 넘어가게 된다. 달걀은 탈출하기 위해서 달로 둔갑하지만, 중력에 의해 땅으로 떨어지면서 무력하게 패배하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A Pancake Moon (2022)
이미지 출처 : 서민정
Dark Side of the Moon(2017)는 그늘진 숲을 배경으로 말하는 집, 담배 피우는 늑대, 어린 소녀, 뚱뚱한 돼지, 춤추는 달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데, 이들의 잃어버린 순수함, 호기심과 탐욕을 중심으로 불안정한 분위기의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Dark Side of the Moon (2017)
이미지 출처 : 서민정
Howling at the Moon(2022)은 늑대와 암퇘지 커플의 불균형한 관계에서, 달은 무기력한 상태로 등장하고 늑대의 지저분한 욕망으로부터 암퇘지를 구해내지 못한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Howling at the Moon(2022)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애니메이션이 상영 중인 어두운 전시 공간 벽면에는 다양한 소재로 만든 꽃과 버섯 오브제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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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2층 갤러리에 들어서면, 어둡고 커다란 지하 동굴 속을 달빛이 비추고 있는 듯한 공간을 만나게 된다. 나탈리 뒤버그는 동화, 민속, 신화 등에서 모티브를 얻는데, 동굴처럼 미스터리하고 비밀스러운 공간 연출이나, 금박을 활용한 조각품 등이 대표적이다.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을 활용해서 만든 커다란 달이 로프에 매달려 있는 작품 The Silent Observer(침묵의 관찰자, 2024)는 달빛이 신비로운 동굴 속을 비추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The Silent Observer(침묵의 관찰자, 2024)
이미지 출처 : 서민정
달빛이 비치는 지하 공간 곳곳에는 황금 비버 열두마리가 푸른 빛을 내는 나뭇가지로 댐을 지으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3D 프린팅과 구리, 니켈, 도금으로 제작한 다양한 포즈의 비버들이 반짝이고 있다.
Possibilities Untouched by the Mind(2024)
이미지 출처 : 서민정
Possibilities Untouched by the Mind(2024)
이미지 출처 : 서민정
Possibilities Untouched by the Mind(2024)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송은 갤러리는 2021년 9월에 개관한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송은’에 B2부터 4층까지 위치하고 있다. 스위스의 건축 듀오인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Jacques Herzog & Pierre de Meuron)이 설계하였으며, 건물 외관과 나선형 계단 및 우물처럼 지하와 연결되는 중앙 공간 등 기하학적인 형태가 돋보인다. ‘숨어있는 소나무’를 의미하는 ‘송은’에서 영감 받아, 콘크리트 외벽에는 소나무의 자연스러운 결을 새겼으며, 층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전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www.songeun.or.kr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전시 장소 : 송은 갤러리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41)
전시 기간 : 2024년 05월 17일 - 2024년 07월 13일
관람 시간 : 월 - 토요일 11:00 – 18:30 (매주 일요일 휴무)
관람료 : 무료 관람 (네이버 예약, 자율 관람 및 도슨트 투어 선택)
참고 자료
송은 갤러리 : www.songeun.or.kr
서민정(국내)
mjseo@yonsei.ac.kr
연세대학교대학원 의류환경학과 석사 졸업
(전)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 분석 연구원 및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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