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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다가올 노들섬,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의 소리풍경(Soundscape)

지난 5월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서울시장, 심사위원단, 시민, 전문가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들 글로벌 예술섬’의 설계(안) 선정을 위한 공개 심사 발표회가 개최되었다. 

당선작은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의 ‘SOUNDSCAPE(소리풍경)’ 작품이 선정되었다. 

 

우수한 7팀의 작품 가운데에서 헤더윅의 설계안이 선정된 이유는 노들섬이 가진 본질적인 장소성을 살려, 기존 건축물의 형태와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능을 더하여 활용성을 높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높은 공중부에 메탈 소재를 활용한 커브형 스테인리스 기둥을 활용하여 다양한 시점에서 섬을 조망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의 전통적인 산의 형세를 보여주는 경이로운 풍경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소리풍경(Soundscape) 공중보행로|자료 출처: https://www.youtube.com/@seoullive

 

노들섬은 몇 번의 설계 공모가 진행되었으나 막대한 공사 비용의 문제, 행정상의 문제, 디자인이 단조로워 특색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지난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시는 예술성과 상징성이 필요한 공공건축물의 경우에 사전 공모를 도입하여 ‘선(先)디자인, 후(後)사업계획’ 방식을 도입했다.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의 ‘SOUNDSCAPE(소리풍경)’ 작품이 선정된 배경에도 이처럼 유연한 디자인 혁신 방안이 한 몫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검증된 국내외 건축가 7팀을 초청하여 지명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공개 심사를 통해 노들섬을 바라보는 7팀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자연과 예술, 색다른 경험이 가득한 한강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목표로 국내를 비롯한 국제적인 명소가 될 수 있도록 디자인을 최대한 살리고 제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첫 사례가 되었다. 

 

작년 초 서울 시장은 서울의 디자인 혁신을 위한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창의적 설계를 유도하고 유연한 제도 운용하며 신속행정을 책임지는 3가지 방안을 통해 창의적 건축물 건립을 어렵게 만들었던 제도와 행정 절차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규제개혁과 행정지원 등의 개선방향을 마련하여 특색있고 상징성 있는 건축물 디자인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을 위해 항상 열려있고 음악과 예술이 흐르는 유연한 플랫폼이 될 '노들섬'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한강대교 중간에 위치한 노들섬은 인공으로 만든 섬이다. 백사장이 깔린 쉼터 공간에 1916년 조선총독부가 한강 인도교 건설 공사를 시작하면서 다리를 건설하기 위해 한강 중간 모래톱에 언덕을 쌓아 인공섬을 만든 것이다. 이후 1960년대 한강 개발을 맡은 민간업체가 소유하게 되면서 시민들의 접근이 어렵게 되었고, 1970년대 유원지로 개발하려다 무산된 후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이후 2005년 당시 서울 시장이 사들이고 오페라하우스 건축을 추진했으나 이 또한 무산되었다. 현재 서울 시장이 앞서 언급한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첫 대상지로 ‘노들섬’이 채택된 것이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톰 메인 건축가는 “이번 노들섬 국제공모는 매우 흥미로운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경계부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도시의 아이콘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건축과 조경의 관계 등을 고민해야 했다”며 “글로벌 차원에서도 단순히 공모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더 큰 틀의 시각에서 노들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어떠한 메시지를 줬는지를 중점적으로 심사했다”고 평가 소감을 전했다. 

공모에 참여한 7팀의 디자인 설계안 모두 노들섬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유입할 수 있도록 활성화시키는데 주력했지만 요즘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이슈인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 다양한 공간 경험을 고려한 헤더윅의 설계안이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돋보였다.

 

현재의 노들섬도 다양한 행사와 전시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나 안에서 밖으로 바라봤을 때 노들섬은 ‘섬에 있다’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도시에서 벗어나 섬에 와 있다는 느낌, 도시에서 잠시나마 도피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는 누구나 원하는 곳일 것이다. 헤더윅은 이 점에 착안하여 도망갈 수 있으면서도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 사회가 함께 다시 모일 수 있는 곳을 구현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디지털 혁명과 팬데믹 이후 현대인의 외로움, 고독함이 가장 큰 질병이라고 보고, 함께 공유하고 영감을 얻는 장소, 즉 모이고 싶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노들섬과 같은 여유 공간을 품고 있는 것은 아주 큰 장점으로, 이 곳이 음악과 예술, 다양한 이벤트를 위한 유연한 플랫폼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헤더윅은 노들섬을 레벨에 따라 4개의 레이어(Layers)인 수변부, 기단부, 지상부, 공중부로 나누어 각 영역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   


수변부, 기단부, 지상부, 공중부 4개의 레이어로 나누고 이를 수직으로 연결하여 이동하면서 느끼는 공간 경험을 강조했다.|자료 출처: https://www.youtube.com/@seoullive

 

 

물과 가장 가까운 수변부는 자연친화적이면서 활기찬 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으로 보고, 물과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와 보행로, 떠있는 무대 등을 설치하여 폭포, 해변가, 습지 등의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계획했다. 형태적으로는 물의 형태적 속성과 유사하게 곡선형으로 디자인한 것을 볼 수 있다.   

 


수변부를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형태적·기능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했다.|자료 출처: https://www.youtube.com/@seoullive 

 

 


물과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수변 보행로, 징검다리, 풀장 등을 제안했다.|자료 출처: https://www.youtube.com/@seoullive 

 

기단부는 활발한 액티비티의 장으로 마련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새로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자 계획했다.

기존의 기단부를 둘러싸고 있는 옹벽에 다채로운 미디어 아트월, 팝업 공간 등으로 활기차게 조성하여 매력적인 보행로로 만들고 서울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하여 작가들과의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한다. 기존의 형태는 유지하되,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살아있는 공간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기존의 옹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민과의 상호작용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했다.|자료 출처: https://www.youtube.com/@seoullive

지상부에는 다양한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새로운 클라스터 형성을 목표로 계획했다. 기존 환경의 좋은 점은 유지하면서도 매력적인 다층구조를 통해 아트센터, 숲길 조성, 야외 푸드트럭, 갤러리, F&B 테라스 등을 추가하여 활용도를 높였다. 기존 시설이 공중부와 연결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추가로 신설하여 내·외부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추가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해도 기존 시설과 전혀 충돌되지 않고 다채로운 공간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지속가능성·재활용의 관점에서 기존의 구조를 그대로 두고 기능을 더하면서 수직적 확장을 꾀하였다.|자료 출처: https://www.youtube.com/@seoullive

헤더윅의 노들섬 계획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다양한 식재가 담긴 떠있는 화분과 같은 형상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그는 ‘음악과 풍경이 함께 할 수 있을까’에서 생각의 출발점이 시작되어 서울시 주변 산세의 형태에 영감을 받아 3차원적으로 그렸다고 한다. 또한 도로의 수많은 차로 인해서 섬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시민들에게 도시 하이킹을 하면서 힐링이 되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고 한다. 
그가 설정한 7개의 숲 클라스터에는 산책하는 보행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유도하면서 다양한 액티비티가 담겨있다. 노들섬의 모든 레벨을 연결시키면서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여 노들섬 전체가 하나의 놀이공원으로 느껴지고, 경관과 풍경에 몰입해서 특별한 계획없이 돌아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휠체어로도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계획해 두었다고 한다. 

7개의 숲 클라스터를 통해 노들섬의 동과 서, 위와 아래를 모두 연결짓는 다이나믹한 보행로가 완성되었다. |자료 출처: https://www.youtube.com/@seoullive

콘크리트 기둥 위에 커브 메탈을 활용한 다양한 곡선 형태는 한국의 전통 가옥 지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려한 곡선이 연상되기도 한다. 여러가지 높이의 콘크리트 기둥들이 각기 다른 시점과 파노라마를 만들어내며 한국의 산세를 연상하게 만든다.
식재들은 우리나라 22개 국립공원의 토종 식물을 조사하여 4계절 내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식물들로 계획했다고 한다.

다양한 식재를 계획하여 계절마다 색다른 느낌의 산책로를 제공한다. |자료 출처: https://www.youtube.com/@seoullive

헤더윅의 프로젝트 중에서 기둥의 형상을 가진 유사한 건축물인 미국 뉴욕 허드슨 강에 지어진 리틀 아일랜드(Little Island)가 생각난다. 리틀 아일랜드는 끝부분이 나팔 모양으로 된 280개의 콘크리트 기둥으로 구성된 도시공원이다. 그 곳은 35종 이상의 나무와 관목, 수백 종의 식물을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이다.
그의 프로젝트들을 보면 기능과 성격이 다른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에게 빛, 그림자, 바람, 지형의 높낮이, 재료의 소재와 질감 등을 달리하면서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자연스럽게 연결짓는 것이다. 


헤더윅의 설계안으로 한단계 더 아름다워질 노을 맛집, 노들섬|자료 출처: https://www.youtube.com/@seoullive

올해 7월에 설계 계약을 체결하고 기본·실시 설계를 진행한 뒤, 내년 2월 공사를 시작해 수변부 팝업월, 수상예술무대, 생태정원 등을 2025년까지 먼저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후 공중부와 지상부의 보행로 및 라이프 가든 등은 2027년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한다. 해 질 녘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운 노들섬이 서울의 풍경을 바꾸고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할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을지 궁금하다. 서울시의 디자인 혁신 방안이 잘 이행되어 예산의 문제, 행정·절차상의 문제로 원래의 디자인이 더이상 수정되거나 축소되지 않기를 바란다.  

 

류인혜(국내)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졸업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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