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에서 6월 12일부터 7월 10일까지 <양성철> 사진전이 열린다.

양성철의 사진들은 공설 운동장이나 놀이 한마당에 모인 군중들, 고가다리 밑에 모여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 정자나 공터에 모여 장기를 두는 노인들, 길가에 쪼구려 앉은 할머니들, 도로에 나들이 나온 유치원 아이들, 공원에서 산보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더운 여름 가로수 밑에 모인 사람들, 안내자 설명을 듣고 있는 관광객들, 거리를 걷는 젊은이들, 시내 광장에서 잡담하거나 앉아 있는 사람들, 어느 변사의 연설을 듣고 있는 군중들 등의 장면들을 너무나 자세하고, 친근하게 보여준다. 물론, 여기에는 공통적으로 도시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장소와 어디서 많이 본 사람들, 그리고 언제나 일어나는 시간의 조건들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장면들을 통해서 감상자들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장면과 메시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사진 속 장면들만큼이나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의 사진들이 말하는 무언의 메시지는 웅장한 현실의 스펙터클한 장면이나 역사와 개념을 주파하는 설득력 있는 웅변과는 달리, 도시의 회색 공간에서 작가 자신이 체험한 삶의 굴곡에서 침전된 존재의 포착으로 이해되며, 이때 사진은 이러한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탁월한 재현 도구이다.

이번 전시는 양성철의 사진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제시하는 인간의 존재와 존재의 배경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