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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관 르포] 배리어 프리로 장애인을 자유롭게 하는 일본

[무역관 르포] 배리어 프리로 장애인을 자유롭게 하는 일본

- 2020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 배리어 프리 제품 개발과 서비스 확대 활발 -
- 장애인을 위한 제품을 고안하다 보면 고령자, 외국인 등 다양한 용도의 제품 탄생 가능 -
- 인공지능, IoT를 결합한 첨단 장애인 보조기기 등장에, 기술력 있는 한국 스타트업 진출 유망 -

 



필자는 매일 아침 지하철로 출근하는데 8시 20분경이면 어김없이 50대로 보이는 시각 장애인이 지팡이를 탁탁 짚으며 반대 방향으로 간다. 일본에서 생활하다 보면 지하철, 마트 등에서 한국보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자주 마주치게 되는데, 장애인 비율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양측 정부 기관 통계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장애인 수는 25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0%, 일본은 94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100명 중 3명가량 일본이 많아 차이는 크지 않지만, 체감상 느끼는 건 그 이상이다. 그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이유에는 장애인 관련 정부의 정책과 다양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상품과 서비스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정부가 나서서 장애인을 위한 환경 마련


올해 10월부터 도쿄의 음식점 및 버스·택시 등에서 장애인 배려를 의무화한 조례가 시행됐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악질 사례가 적발되면 해당 사업자의 이름을 공표하는 등 내후년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 민간 사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장애인 배려를 장려하기 위함이다.
2016년 4월, 이미 ‘합리적 배려’를 위한 ‘장애인 차별 해소법’이 시행되었지만, 민간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장애인들로부터 의무화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이 음식점이나 병원을 방문할 경우 필담이나 태블릿 단말기로 안내하거나 시설 내에서는 방송 이외에 문자로도 내용을 알리는 것이 포함된다. 또한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 시 승하차를 도와야 하며 부동산 중개업자는 장애인의 요청에 따라 배리어 프리 물건을 찾아줘야 한다.


이러한 조례 마련 외에도 최근 일본 정부는 늘어나는 입원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령자를 포함하여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문제없이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주택 개·보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화장실과 계단 등에 손잡이나 난간 설치 △집 안의 턱 제거 △휠체어 진입 슬로프 설치 △손잡이 미닫이문으로 교체 등을 해주는데 최대 약 200만 원을 지원한다.  지자체별로 액수가 조금씩 다르지만, 도쿄 미나토구의 경우 싱크대와 세면대를 휠체어 환자도 쓸 수 있는 것으로 교체하는 데 최대 156만 원을 지원하고, 장애인 욕조로 교체하는데 최대 379만 원을 지원한다.

 

자료원 : 도쿄도 홈페이지, 조선닷컴 가공

 

이처럼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자금을 투입하고 조례를 만들어 장애인을 포함한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 대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간기업들은 어떤 서비스와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지 살펴보자.

 

배리어 프리 서비스

 

상기 조례가 시행되기 이전에 장애인 배려에 동참한 기업도 있다. 상업 시설을 전개하는 마루이(Marui)그룹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영업 담당 사원들은 장애인 응대를 위한 연수를 시작하고 휠체어 이용자 및 시각 장애인의 요청을 반영해 옷 가게 안의 탈의실을 확장하거나 시착하기 편하게끔 소파를 두고 있다.

 

도쿄 키타구에서는 청각·시각 장애인 및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유니버설 영화관’도 마련했다. 20석에 불과하지만 모든 좌석 팔걸이에는 이어폰 잭을 꽂을 수 있게 되어있어 접수 데스크에서 빌린 이어폰을 연결하면 영화가 상영하는 내내 음성 가이드로 영화를 ‘들을 수 있다’. 이 영화관은 시각 장애인뿐만 아니라 영화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마니아 층이 모이면서 단골 관객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영화관
 
자료원 : 산케이신문

 

여기서 사용되는 음성 가이드는 ‘UD 캐스트’라고 불리는 서비스로, 영화·영상·방송 등의 음성을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단말 기기 마이크가 골라내는 것으로, 이 단말기를 통해 자막이나 수화 표시, 음성 가이드를 재생할 수 있는 앱이다.
영화나 방송 채널, 웹 동영상, 전시시설 등에 대해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언어적 벽이 존재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 크게 6가지 특징이 있다. △무선 LAN 환경 불요 △단말기 수는 무제한으로 사용 가능 △스마트폰으로 사용 가능 △미디어가 바뀌어도 사용 가능 △실시간 갱신 가능 △다언어(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UD캐스트의 다양한 활용
 
자료원 : UDCast 홈페이지, KOTRA 나고야무역관 종합

 

위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처음에는 ‘장애인’만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도 개발 단계에서는 알 수 없었지만, 언어적으로 벽이 있거나, 생각지 못한 마니아층이 대상 고객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서비스뿐만 아니라 상품에서도 나타난다.

 

배리어 프리 상품

 

도쿄신유는 1985년 설립된 배리어 프리 제품 전문제조사로 처음 ‘강력 진동 손목시계 ‘New Wake V(뉴 웨이크 브이)’를 개발한 이유는 청각장애인을 위해서였다. 일본과 미국에서 특허를 취득하기도 한 이 손목시계는 지금은 오히려 잠귀가 어두운 회사원이나 시간 맞춰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험생, 여행이나 출장 중 내릴 역을 지나치지 않기 위해 구매하는 사람이 늘었다. 진동을 활용한 손목시계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진동부에 탄력성 있는 소재를 활용하여 적은 전력으로도 피부에 닿게 되면 강력한 진동을 느낄 수 있게끔 자체 기술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이 기술로 다른 진동 기능이 포함된 시계보다 오랫동안 전지 교환 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때문에 공식 판매가가 11,000엔으로 가격대가 있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상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미용실에서도 배리어 프리 제품을 들여놓았는데,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 샴푸를 할 수 있는 ‘높이조절 샴푸대’다. 보통 미용실 샴푸대 앞에는 긴 의자가 놓여 있어 고객을 뒤로 젖혀 샴푸를 하는 형식인데 지금까지 휠체어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따로 이 의자로 옮긴 후 머리를 감겨야 했다. 이 제품은 한 손으로 간단히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휠체어에 대응할 수 있다. 앞으로는 옮겨지는 손님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고 손님은 미용실 직원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배리어 프리 샴푸대
  
자료원 : 마이니치 신문

 

단순히, 장애인의 편리함을 위해 고안된 제품 외에도 사회참여를 돕는 첨단 제품도 등장했다. 오리연구소가 개발한 신장 120cm의 ‘OriHime(오리 히메)’는 간단한 제스처로 원격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데스크탑 형식의 분신 로봇이다. 그런 오리 히메를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 ‘OriHime-D(오리히메 디)’이고, 안구밖에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 시선으로 입력할 수 있도록 개량한 것이 ‘OriHime-eye(오리히메 아이)’이다. 특히 이 오리히메 아이는 2017년부터 구입보조 제도대상인 의사전달 복지 기기로써 전국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환자를 시작으로 신경난치병 환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제품 개발로 장애인은 자신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분신 로봇을 조종하여 물건을 옮기거나 접객을 하는 등의 사회 참여 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리연구소가 개발한 분신 로봇 오리히메
 
자료원 : 로보스타

 

확대되는 일본 배리어 프리 시장, 한국 스타트업 진출 유망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더불어 민간기업 및 일반 국민의 사회적 인식이 한층 더 ‘장애인의 시각’에 다가가면서 관련 제품의 개발이 이어지고, 개보수 전문 회사는 여느 때보다 장사가 잘되고 있고 24시간 대기 출동 회사도 있다.


이에 대해, 장애인을 위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 진출이 기대된다. 2017년 세계 최초로 판매를 시작한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 ‘Dot Watch’도 한국 스타트업이 개발하여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정숙’을 중요시하는 일본 사회에서 음성 안내 서비스가 껄끄러웠던 시각 장애인들이 SNS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뉴스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선천적 장애를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고령자 사회에 진입하면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시력을 잃는 장애 판정자는 앞으로도 늘어갈 전망인데, 일본은 아직 여타 선진국처럼 개인을 위한 제품이 완전한 보급 단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관련 제품 및 서비스 시장은 향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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