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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과 금연 _ 나조영

흡연과 금연


글  나조영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고 손이 떨린다. 머리 속은 멍하다가도, 갑자기 오만 가지 생각이 몰아친다. 그러다가 졸음이 쏟아지기도 하고, 잠을 잘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는 것 같다가도 허기지고, 그러다가 온갖 짜증이 일어난다. 딱 한 개비만 얻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은 해결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그 한 개비 때문에 또 스스로 자학해야 할지도 모른다. 경험해 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은 담배에 대한 금단 증상이다. 십 년 넘게 담배를 태우면서 그 동안 흡연과 금연을 반복하다 다시 담배를 끊기로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이제는 담배와 헤어져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알듯이, 그것이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최근 눈의 띄는 기사들 중 하나는 ‘사회에 나쁜 영향을 주는 품목으로 건강상에 해로운 담배와 술, 도박,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자동차(유류 포함) 등 외부불경제(外部不經濟) 항목에 대해서 일종의 죄악세(sin tax)를 도입하고자 한다’는 기사이다. 도박은 그렇다 치더라도 담배와 술에 관대한 한국사회에서 죄악이라는 이름의 세금으로 그 가격을 올린다면 일반 시민들은 빈정이 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 담배와 소주 가격이 오를 때마다 단골로 등장했던 서민들의 반응은 서민들 설움 달래주는 것은 오직 담배 한 개비와 소주 한 병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요즘 담배가 이슈라기 보다는 오히려 마리화나, 아편, 엑스터시 등 마약이 이슈화되고 있다고 하는 편이 맞을 지도 모른다.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갑작스레 연예인들의 연이은 마약 복용과 입건, 농촌 지역의 양귀비 재배 및 재배노인 입건, 강남, 홍대 앞 클럽에서 환각 파티 등의 소식이 언론에 매우 자주 등장한다. 심지어 지난 3월에는 뇌파를 조절해서 환각상태에 이르는 사이버 마약까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여기에 비하면 담배는 그나마 괜찮은 기호품 정도로 인식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담배 역시 사회에서 공인되었을 뿐이지 일종의 마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담배에 대해서 다소 관대하지만, 이제 식당, 학교, 병원, 공원 등 대다수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규제안이 시행되고 있거나 될 예정이다. 그리고 얼마 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보다 강력한 담배 규제안에 서명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담배를 끊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면 처음부터 경험하지 말 것을 이야기했다. 한 포털 사이트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화면에, ‘당신 곁에 우리가 있어요’라는 문구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 주관하는 캠페인 페이지가 나온다. 검색하는 순간 이미 마약의 호기심에 발을 들어놓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통과 진통을 다소 완화하거나 신경의 어떤 부분을 과도하게 각성시킨다는 차원에서 이러한 약초와 의약품이 조심스럽게 사용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담배에 관한 오래된 문헌을 보면 담배가 가래와 부종 같은 신체에 좋지 않은 수액 덩어리를 제거한다는 기록이 있으며, 두통에 좋다는 기록이 있다. 시골에서 몰래 양귀비를 키우는 촌부들이 시골에 약이 없고 신경통에 양귀비가 좋아 민간차원에서 키운다고 하지만, 사실은 양귀비가 신경통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잊게 해주는 것이다. 이렇듯 향정신성약품들은 근원적이지는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인간을 달래주어 왔다. 그래서 이러한 담배를 포함한 향정신성의약품들은 치명적인 유혹을 우리에게 제공했는지도 모른다.
 


그림1. 에드가 드가Edgar Degas,
압생트L'Absinthe, 1876, 캔버스에 오일
© Musée d'Orsay
이러한 유혹에 대한 찬미는 예술가들에게 쉽게 나타난다. 보들레르나 발자크, 빅토르 위고, 랭보 등은 헤시시 혹은 마리화나에 어느 정도 중독되어 있었고, 당시 녹색의 요정이라고 불렸던 술인 압생트(Absinthe)에 대해 찬미했다. 중국에서도 귀족과 왕실에서만 애용되던 아편이 대중화되면서 문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영감을 일깨워주는 뮤즈로 찬미되었다. 세기말 적 분위기와 자신의 창작의욕 그리고 파멸이라는 악마적 매력은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2007년 개봉한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앤디가 마약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근원적 고통과, 타인으로부터 위로를 기대할 수 없는 도시인으로서 자신의 절박함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약을 찾고 그에 의지했는지도 모른다. 프랑소와 사강이 자신을 파괴할 권리는 자신에게 있다고 이야기했던 것이나 전인권이 국가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없다고 이야기 했던 것도 일면 같은 맥락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이러한 마약에 대한 낭만적 태도는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담배 연기 속에는 4천 여종의 유해 화학물질과 60여 종의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니코틴의 중독성은 어떤 마약보다도 강하다고 한다. 한때 영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앨런 카(Allen Carr)의 <쉽게 담배를 끊는 법(Easy Way To Stop Smoking)>을 보면, 우리가 이처럼 유해한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은 니코틴 중독에 따른 신체의 반응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결핍에 대한 심리적 정서적 의존과 불안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담배를 포기했을 때 발생하는 모든 두려움과 공포 심지어 의지의 승리 같은 것 역시 담배를 경유해서 우리가 만들어낸 수많은 공포와 불안에 불과하다. 담배를 태우는 이유로 사람들이 언급하는 것 중에서 사실상 담배가 근원적으로 해결해 준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담배를 끊기 위해 만들어진 보조재나 의지의 실험들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 역시 불안을 강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담배를 한번도 태운 적 없었던 이전의 생활,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삶을 영위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면서 담배를 포기하라고 주장한다.




그림 2. 금연 광고들

여기에서까지 내가 금연하자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개인의 문제이고 기호의 문제이다. 물론 사회는 사회적 비용의 손실 문제를 운운하며 담배를 포함한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통제와 조절을 시행할 것이다. 그것이 보다 강도 높게 작동될지 아니면 느슨하게 작동될지는 모를 일이다. 어찌 되었든, 금연한지 일주일정도 되어가니 몹시 힘들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나조영_문화연구 및 문화 인류학 전공. paul.jy.nah@googlemail.com

문화 인류학적 시각으로 동시대 사회문화현상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을 즐긴다. 모든 트렌드에 대해서 호기심이 있지만, 그 트렌드를 쫓아 가기 보다 사회 문화를 분석하는 틀로 삼고자 할 뿐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게되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해서 디자이너가 적용 전유 가능한 또 다른 시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Tag
#금연 #마약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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