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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신분 감추기_<와이어드> 2009년 12월 호

디지털 시대에 신분 감추기
_<와이어드> 2009 12월 호

   
글  김의경  
   

이번 호 <와이어드 WIRED>의 표지는 서정적이다 못해 시적이기까지 하다. 안개 낀 해변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사라지다(GONE)'라는 표제와 함께 누군가의 일기장을 연상시키는 텍스트를 곁들였다. "누구에게도 내 계획을 말하지 않았다. 친구나 애인은 물론 부모님께도. 내 새 이름이나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힌트를 남기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찾아냈다면 순전히 내 실수 탓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와는 달리 이번 표지 기사는 '디지털 시대에 신분 감추기'에 대한 일종의 체험 보고서이다. 작가 에반 래틀리프(Evan Ratliff)는 미국 전역을 떠돌이처럼 숨어살며 기록한 한 달간의 일지로 특집 기사를 구성했다.

지난 8월 14일에 <와이어드> 홈페이지에는 9월 15일까지 래틀리프를 찾아내는 사람에게 5천 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는 흥미로운 공고가 게시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웃지 못할 콘테스트에 집요한 관심을 보였다. 일군의 추격자들은 래틀리프를 잡기 위한 전용 블로그를 개설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그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올려 의견을 공유하면서 포위망을 좁혀나갔다.

 

 
<와이어드> 2009년 12월 호 표지 
© W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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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사라졌던 에반 래틀리프 © WIRED

래틀리프도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를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상금에서 3천 달러를 부담하기로 했기 때문. 그는 웹 서칭 기록을 가려주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노트북에 미리 개통시켜둔 휴대폰 두 대, 그리고 가짜 이름과 이메일, 유령 회사까지 준비했다. 가급적 현금이나 비자 기프트 카드로 비용을 지불하고, 추적을 당하지 않고 온라인 구매를 하는 방법도 터득해두었다. 수염과 헤어스타일, 복장에 지속적인 변화를 주면서 외출 시엔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용의주도함까지 보였다. 그는 '사냥꾼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거나 거짓 흔적을 남기면서 미국 전역을 전전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쉽게도 시한을 일주일을 남기고 그는 잡혔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개인이 과거의 신분을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사실 이 콘테스트는 일련의 경고를 이끌어내기 위한 '당근'에 불과했다. 중요한 것은 추격자들이 한 달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그의 개인 정보는 물론 가족관계와 친분관계까지 파고들었고 취미나 취향처럼 매우 사적인 정보에 접근했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상에서라면 다른 존재로 쉽게 둔갑할 수 있겠지만 실생활에서는 결코 그렇지 못하다는 것, 바로 도망자를 자처한 래틀리프는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을 감수하고 거금 3천 달러를 날려가며 이 같은 가설을 입증했다. 요컨대 이 기사는 디지털 환경의 편의만 누릴 게 아니라 우리가 남기는 '디지털 지문'에 대해 재고할 것을 의미심장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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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 리스트 2009 중 레고 아키텍처 시리즈(좌)와 까사 부가티(Casa Bugatti)의 베라(Vera) 전기 주전자(우)
© WIRED

양적인 면에서 표지 기사를 압도하는 특집 기사 '위시 리스트 2009(Wish List 2009)'는 연말 시즌에 맞추어 특별한 선물 리스트를 제안한다. 과일 케이크나 촛불 장식 같은 진부한 선물은 이제 그만. 디자인과 기술 기반의 스타일리시한 제품들이 어른의 마음을 아이처럼 설레게 한다. 다만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진 않는다는 것이 다를 뿐. 와이어드 WIRED가 선정한 총 100개의 제품들은 간단한 설명과 함께 굵은 폰트로 가격을 명시하여 독자의 구매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자극한다. 위시리스트의 첫 번째 아이템은 수이사(Suissa)에서 출시한 원목 재질의 수제 PC로 가격이 만 6천 5백 달러에 이른다. E-플라이트 블레이드(E-Flite Blade)의 180달러짜리 mSR RC 모형 헬리콥터를 마지막으로 최저 12달러짜리 보온 물병에서부터 만 달러가 넘는 매력적인 제품들을 아기자기하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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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의 ‘재림’ © WIRED

영화 <타이타닉> 이후 조용했던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이 12년 만에 내놓은 <아바타 Avatar>에 대한 기사 '재림(Second Coming)'은 조슈아 데이비스(Joshua Davis)가 글을 써 이 영화에 대한 세인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2억5천만 달러라는 초유의 제작비를 들여 3D로 외계를 창출한 이 우주 스릴러는 영화 관람의 방식 자체를 바꿀 정도의 엄청난 특수효과를 선보인다고 한다. 이 기사는 스물 두 살의 트럭 기사였던 카메론이 어떻게 할리우드에 입성하여 SF 영화계의 거장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는지 영화 인생을 조망하며 이번 영화가 갖는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그러나 외계인이 사는 행성이 주 무대인 만큼 특수효과와 그래픽이 영화의 핵심인지라 기사에 덧붙여진 영화 제작 과정 스토리에 더 눈길이 쏠린다. 얼마 전 국내에서 열린 시사회에서는 화려한 특수효과에 비해 내용이 빈약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지만, 카메론의 장담대로 이 영화가 <스타워즈> 이후 SF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쓸 지는 12월 개봉 이후에나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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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 사의 인체 합성 모델은 방대한 의학 정보를 하나의 공식으로 통합시켰다 © WIRED

또 하나의 특집 기사 '인체 합성(The Body Synthetic)'은 인간의 생리와 질병에 대한 수학적 모델인 아르키메데스(Archimedes)를 조명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아르키메데스 사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이 모델은 나이와 성별, 인종, 가족력 등 개인마다 다른 입력 정보에 따라 예측 값을 내는 인터랙티브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건강 보험이나 제약 회사, 각종 의학 연구에 사용되며 특히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곤 하는 의약 분쟁 해결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담당 편집자는 컴퓨터 알고리즘과 인체를 합성한 이미지를 곁들여 독자의 이해를 도우면서 이 프로그램을 만든 데이비드 에디(David Eddy) 박사의 개발 과정과 그 열정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십 투(SpaceShip Two)''에 대한 기사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s)'는 우주관광시대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이 내놓은 이 우주선은 초고도 비행에 부드러운 착륙, 탑승자 편의를 도모한 기술력을 과시한다. 이 기사는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격납고에서 건조 중인 스페이스십 투와 이를 실어 나를 모선(母船)인 ''화이트나이트 투(WhiteKnight Two)''의 사진을 싣고, 그 제작 과정과 성능을 소개했다. 두 명의 승무원과 여섯 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이 우주왕복선의 티켓은 전 세계의 갑부 300명에게 총 6천만 달러 어치가 이미 판매되었다고 한다.

www.wir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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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드> 2009년 12월 호

목차

144  Gone
160  Second Coming
154  The Body Synthetic
172  Netscapes

023  Rants
029  Start
065  Play
130  Space Invaders
202  Found

085  Wish List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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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신분 #에반 래틀리프 #추적 #개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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