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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뉴욕의 이슈_<뉴욕> 매거진 00년대 특집호

2000년대 뉴욕의 이슈
_<뉴욕> 매거진 00년대 특집호
   
글  김의경  
   

2009년의 마지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뉴욕> 매거진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을 종합하는 특집 기사로 꾸며졌다. 표지는 별다른 이미지 없이 '2000년대 뉴욕의 이슈(New York The 00's Issue)'라는 제호로 장식했는데, 에나멜 광채를 반지르르하게 뽐내는 타이틀 디자인에서 지난 10년간 구가했던 경제 버블의 달콤함이 느껴진다. 편집진은 이번 특집이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지난 10년을 정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면서, 세기의 변화를 맞은 첫 10년이라는 점에서 돌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특집 기사는 데이비드 카슨(David Carson)이 맡은 타이포그래피 페이지로 시작한다. '변화는 좋다(Change is good)'와 '변화는 나쁘다(Change is bad)'라는 상반된 표제를 내세워 본지의 가치중립적인 태도를 넌지시 비췄다. 주제가 전 세계나 미국의 이슈가 아닌 '뉴욕'의 이슈이기에 지극히 뉴욕적인 사건들에 대한 감회로 먼저 서설을 풀었다.

 


<뉴욕> 매거진 00년대 특집호 표지 
© New York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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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와 지난 해 닥친 금융위기 등 뉴욕에서는 성할 날 없이 많은 사건들이 터졌지만 여전히 <타임>지도 발행되고 거리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되려 늘었다. 무시무시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삶은 더욱 부유해졌고 가치 있는 것을 누릴 기회는 많아졌으며 세계의 여러 도시들은 브루클린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낙관조로 글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뉴욕이 세계의 수도로 입지를 굳혀갈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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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붕괴되는 세계무역센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2001년 9월 11일
아래: 다우존스가 대폭락한 다음 날 뉴욕 증권 거래소, 2008년 9월 16일
© New York Magazine

그 첫 기사인 '야성의 쇼(The Ferality Show)'는 리얼리티 쇼를 패러디한 제목으로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과 사고들을 총체적으로 회고했다. <뉴욕> 매거진은 우선 2001년 세계무역센터 테러와 2008년 뉴욕증시 대폭락을 이 시기의 처음과 끝으로 잡았다. 그 사이 조지 부시에서 버락 오마바로의 정권 교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정치와 외교 분야의 사건을 살폈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걸친 가장 큰 변화는 단연 디지털 혁명이다. 특히 방송과 영화, 음반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미디어의 변화로 전통적인 산업군의 쇠락과 새로운 매체의 부상이 급격하게 전개되었다. 이 기사는 이 같은 변화가 과연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당신이 어떤 입장에 서 있는 지에 달려있다는 답으로 끝을 맺는다.

이어진 '10년 전(Ten Years Ago)'에서는 새로운 세기를 앞둔 1999년을 추억한다. 아이팟은 물론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도 없었던 이 시절엔 아직 인터넷이 어디로 방향을 잡을 지 가늠할 수 없었다. 인터넷 쇼핑이라면 개밥이나 껌 따위를 사는 정도였고, 1998년에 출범한 구글은 그저 쓸모 있어 보이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다우존스가 개장 이래 처음 만 포인트를 넘어서면서 모든 것이 확장하고 발전하는 희망적인 분위기였다. 대중음악에서는 너바나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왕좌를 양보했고, 리키 마틴의 '리빙 라 비다 로카(Livin’ La Vida Loca)'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시기에 들은 마지막 노래가 되었다. 영화에서는 <존 말코비치 되기>, <매트릭스>, <아메리칸 뷰티> 등 수작들이 대거 쏟아져 나와 1970년대 이래 가장 희망적인 영화의 해로 평가 받았다. 이 같은 낙관론과 세기말적인 종말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새로운 밀레니엄을 하루 앞둔 타임 스퀘어에는 기록적인 인파가 모였다. 그러나 새해에 대재앙이나 종말은 없었고 우리는 여전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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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2004년까지 대중문화의 주요 사건들 © New York Magazine

다음의 '10년: 문화 소사(Ten Years: A Million Little Cultural Pieces)'에서는 예술과 대중문화 산업에서 두드러졌던 주요 순간들을 연대기 형식으로 묶었다. 주로 영화와 텔레비전, 팝 음악, 미술 등의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과 인물들을 이미지와 함께 연대별로 실었는데, 아이팟의 세계적인 선풍,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 출연한 수전 보일에게 쏟아진 대중의 관심, <다빈치 코드>의 유행, 뉴욕 근대미술관(MoMA) 재개관 등 단편적인 사건들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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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을 대표하는 텔레비전 시리즈 ‘와이어’ © New York Magazine

'지난 10년에 대한 비평(The Critical Decade)'은 이번 특집의 마지막 기사이자 본론이라고 할 만하다. 텔레비전, 책, 영화, 미술, 건축, 스타일, 음식, 양육, 아이디어, 스포츠, 구식 발명품 등 총 11개 분야에 걸쳐 일목요연하게 지난 10년의 주요 경향을 정리했다. 그 첫 번째로 가장 대중적인 관심사인 텔레비전에 대해서는 '예술이 된 텔레비전(When TV Became Art)'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0년간 텔레비전이 얼마나 진화했는지를 '바보상자여 안녕, 두뇌 음식이여 오라(Good-bye Boob Tube, Hello Brain Food)'는 부제로 표현했다. 지난 시기 텔레비전은 말초적인 엔터테인먼트의 대상을 뛰어넘어 예술, 그것도 위대한 예술로 인식되는 중요한 기점을 넘어섰다. 지난 10년을 대표하는 텔레비전 시리즈 물로 '와이어(Wire)'를 꼽았고, 2020년에도 회자될 프로그램으로는 '소프라노스(The Sopranos)',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존 스튜어트의 데일리 쇼(The Daily Show with Jon Stewart)'와 '콜베르 리포트(The Colbert Reort)', '오프라 윈프리 쇼(The Oprah Winfrey Show)', '로스트(Lost)'를 선정했다.

책 부문에 대한 칼럼 '인터넷의 침투를 받은 문학(When Lit Blew into Bits)'은 '읽는 방식의 변화가 빚어낸 거대소설(Meganovel)의 축소'를 논했다. 그 동안 텔레비전을 비롯한 여러 서사적인 오락 거리들이 소설을 위협해왔어도 엄연히 장르간의 벽은 존재했다. 그러나 블로그와 채팅을 위시한 인터넷 글쓰기는 아예 문학에 침투하여 독서의 새로운 라이벌로 부상, 인간의 뇌가 텍스트를 처리하는 방식에 변화를 몰고 왔다. 한편 지난 10년을 대표하는 소설로는 주노 디아즈(Junot Diaz)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을 꼽았다. 영화 부문에 대한 비평 '꿈이 현실로(When Dreams Came True)'에서는 '인간의 잠재의식을 시각화'한 영화에 주목했다. <매트릭스>가 지난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면 지금은 <아바타>가 새로운 영화의 시대를 열고 있다고. 다만 지난 10년을 대표하는 영화로 <이터널 선샤인>을 꼽은 것은 다소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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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을 대표하는 예술 작품, 제프 쿤스의 <강아지> © New York Magazine

'저급 문화가 고급미술이 되다(When The Low Went Very High)'라는 미술 부문 글에서는 '누가 공공미술을 재미없다고 했나?'고 반문하면서 지난 10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GE빌딩 앞에 들어선 제프 쿤스(Jeff Koons)의 초대형 토피어리 <강아지Puppy>를 꼽았다. 크고 밝으며 빛나는 데다 대중 영합적이면서 엄청나게 비싸기까지 한 그의 작품이야말로 미국은 물론 한 시대를 재현하고 있다는 것이 선정 이유이다. 2020년에도 회자될 전시로는 데이비드 하몬스(David Hammons), 매튜 바니(Matthew Barney, The Cremaster    Cycle),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 캐럴 던험(Carroll Dunham)', 신디 셔먼(Cindy Sherman), 그리고 '누가 재스퍼 존스를 두려워하랴(Who's Afraid of Jasper Johns)' 등 6개를 꼽았다. 건축 부문에서는 '도시를 무대로 삼은 건축(When the City Became A Stage)'이라는 헤드라인에 '구석구석마다 하나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건물(Exposing Drama on Every Corner)'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지난 10년을 대표하는 건물로 뮤지컬 할인 티켓 판매소인 'TKTS 부스(The TKTS Booth)'를 꼽았고, 2020년에도 회자될 뉴욕의 건축물로는 리차드 마이어(Richard Meier)의 '173-176 페리 스트리트(Perry Street)',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의 '허스트 타워(Hearst Tower)', SANAA의 '뉴 뮤지엄(New Museum)',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IAC 본사', 스튜디오스 아키텍처(Studios Architecture)의 '블룸버그 LP 본사(Bloomberg LP Headquarters)'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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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없어진 발명품 중 명함정리기 롤로덱스(Rolodex, 오른쪽)는 디지털 주소록에 밀려 자취를 감추게 됐다
© New York Magazine

이 밖에 스타일에 대해서는 '짧아진 유행 주기'(Blink and You Missed It)에 따른 메가트렌드의 실종을 지적하면서 이 시대를 풍미한 35가지의 '단타' 트렌드를 사진 이미지로 보여주었다. '최고의 신선도(The Apotheosis of Fresh)'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음식 부문에서는 요리법 자체보다는 재료의 출처와 신선도를 중시하는 경향에 주목하면서, 이로써 뉴욕은 더 이상 외국 요리법을 받아들이는 데에 연연하지 않고 뉴욕만의 요리법을 고안해내게 되었다고 평했다. 아이디어 부문에 대한 '통념을 뒤흔드는 백과사전(The Encyclopedia of Counterintuitive Thought)'은 전문가는 물론 괴짜경제학자나 궤변론자들이 늘어놓는 이색적인 주장들이 눈에 띤다. '아마추어가 프로보다 낫다', '카시트는 위험하다', '남자 어린이는 성차별의 최대 희생양이다' 등 우리의 통념엔 어긋나지만 나름의 설득력이 있는 새로운 주장과 견해를 들여다보았다. 마지막으로 '영면에 든 구식 발명품(Rust in Peace)'에서는 자동 전화 응답기, 팩스, 카세트 테이프, 플로피 디스크, 폴라로이드 사진, 전화번호부 등 이제는 쓸모 없어진 역사적인 발명품 리스트를 뽑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요컨대 <뉴욕> 매거진은 지난 10년 동안 종말론적 불안감과 경제적인 풍요, 그리고 여전히 형태 변형 중인 기술 발전이 뒤섞여 뉴욕 문화계 지평을 더욱 넓혔다고 총평했다.

nym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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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매거진 00년대 특집호

목차

33 THE '00S: THINS FALL APART
34 How the hustler became the dominant archetype of the every-man-for-himself, dog-eat-dog era
44 A timeline of cultural history
52 Defining developments in television, books, film, art, and architecture
68 Ten years of fashion microphenomena
70 Hangin’ with aughts cover boy Jon Gosselin
76 The development, at last, of a distinctive city cuisine
78 The rise of the self-conscious parent
80 A glossary of contrarianism, the dominant thought game of the period
84 What the Yankees-Red Sox rivalry means for the future of sports
86 Review of the Rolodex, the answering machine, and the other casualties of the decade that future kids will find hilar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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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뉴욕 #2000년대 #변화 #10년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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