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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위대한 무용가 피나 바우쉬, 그리고 댄싱 드림즈



서울 씨네코드 선재에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무용가 피나 바우쉬를 기리는 다큐멘터리를 상영 중에 있어, 이 자리를 빌어 소개하려 한다.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피나 바우쉬는 2009년 타계 하였음으로, 이제 스크린을 통해서만 만날수가 있다. 필자는 피나의 생존당시 최후의 연출작인 콘탁트호프(Kontakthof)를 운이 좋게도, 유학시절 런던의 바비칸 아트 겔러리(Barbican Art Gallery)에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해 얼마 전 씨네코드 선재를 다시 찾았었다. 디자인 리포트 이지만, 다방면의 예술작품을 알며 섭렵함이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다양한 영감을 준다고 믿기에, 이 지면을 통해 잠시 이야기해 본다.



“나는 인간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보다는 무엇이 인간을 움직이는가에 더 흥미를 느낀다”
- 피나 바우쉬(Pina Bausch, 1940~2009)

독일 탄츠테아터 분야의 발전에 핵심적인 기여를 해온 안무가 피나 바우쉬는 1940년 독일 졸링겐에서 출생했다. 14세때 에센의 폴크방 예술대학에 입학하며 무용에 입문한 그녀는 폴크방 학교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장 재능있는 학생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 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줄리어드 음대에서 공부한 그녀는 33세인 1973년에 부퍼탈 발레단의 단장으로 취임하여 부퍼탈 탄츠테아터로 개명하고 발레단 스타일을 현대무용으로 바꾸는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1970년대 말, 피나 바우쉬와 부퍼탈 탄츠테아터는 완전히 변화된 새로운 작품을 발전시키기 시작하는데 수백가지의 의문들을 무용수들로 하여금 언어 혹은 비언어적인 내용으로 해답을 제시하게 만들었다.

피나 바우쉬는 한 작품을 가지고 여러 달 동안 작업하고 초연 후에도 고치고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였는데, <카네이션>을 비롯한 유명작들은 여러 차례의 공연을 통해 보완되어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점차 거듭나게 된다. 25년동안 독일 무용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지켜온 피나 바우쉬는 2001년 스페인출신의 세계적인 감독 페도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의 오프닝과 엔딩에 자신의 대표작인 <카페뮐러>와 <마주르카 포고>를 직접 연기하며 전세계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향년 68세의 나이로 사망하기까지 인간 실존의 문제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봄의 제전>, <푸른 수염>,<카페 뮐러>, <카네이션> 등의 수많은 작품들을 남긴 피나 바우쉬는 기존의 권위와 관습을 깨고 예술을 삶의 영역으로 한차원 더 확장시킨 위대한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피나의 대표작이자 불후의 명작인 Kontakthof에서의 피나




'콘탁트호프(Kontakthof)'

'콘탁트호프(Kontakthof)’는 사람들이 접촉을 위해 만나는 장소를 뜻한다. 소통의 순간이 열리고 닫히는 공간이다.
두려움, 욕망, 실망, 절박함을 품은 만남... 나의 ‘콘탁트호프’ 무대는 첫 경험, 첫 시도, 친밀감의 표현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 피나 바우쉬

1978년 12월에 초연된 피나 바우쉬의 ‘콘탁트호프’는 무용과 연극, 음악과 언어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며 탄츠테아터 방식의 가장 완벽한 예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독일어로는 ‘매음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콘탁트호프’는 남녀가 만나 처음으로 서로의 몸을 알아가고, 친밀한 감정을 교류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무용극이다.

피나 바우쉬는 ‘콘탁트호프’를 통해 남성과 여성 사이의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비롯되는 사랑과 두려움, 그리움과 외로움, 좌절과 공포,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 등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미학적인 방식으로 풀어놓는다. 무대 양쪽의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며 속옷만 남기고 옷을 벗는 동작들은 매혹적이고 순수하게 그려지지만, 한 소녀를 둘러싼 여러명의 소년들이 처음엔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를 쓰다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거칠게 몸을 매만지는 장면들은 사랑이 주는 친밀함과 다정함, 잔인함과 공격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피나 바우쉬는 2000년 65세 이상의 노인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댄서들로 ‘콘탁트호프’ 를 공연하여 성공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바 있다. 1978년 초연 이래 30년이 지난 2008년, 그녀는 무용을 배워본 적이 없는 평범한 14세 이상의 청소년들과 함께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30년 전과 똑같은 의상, 똑같은 안무, 똑같은 무대 디자인, 똑같은 스토리를 선보이는, 그러나 전혀 새로운 버전의 ‘콘탁트호프’가 탄생한 것이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콘탁트호프’에 경험의 무게, 사랑에 대한 설렘과 욕망을 담아냈다면, 10대 청소년들이 만들어낸 ‘콘탁트호프’는 경험하지 못한 순수함, 첫사랑 뜨거운 열정, 무모함, 상처와 두려움을 표현해내었다.



단정하게 묶은 긴 머리, 탐구하듯 바라보는 진지한 시선과 긴 손가락에 끼워진 담배는 세계적인 무용가 피나 바우쉬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수줍음과 낯가림이 심한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오직 무대에서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길 원했던 그녀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은 다큐멘터리 연출자이기 전에 친구로서 오랜 시간 우정과 신뢰를 다져온 안네 린젤 감독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피나 바우쉬의 댄싱 드림즈>는 전세계 어디서나 전석 매진의 신화를 이뤄내며 감각적이고 열정적인 무대를 펼쳐온 피나 바우쉬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치열했던 순간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첫 연습 과정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콘탁트호프 - 10대 아이들 편'을 담아낸 안네 린젤, 라이너 호프만의 이 기념비적 다큐멘터리가 얼마 전 부터 한국에서 상영중에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야근에 야근을 거듭하고 있는(마치 나처럼...) 동료 디자이너 독자들에게 거장 다큐멘터리가 잠시간의 휴식이 될꺼라고 확신하며,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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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황

디자이너 김황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일했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왕립예술학교(RCA)의 제품 디자인과(Design Produc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차세대 디자인 리더 8기,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2기로 선정되었다. 현재 Philips Amsterdam / Singapore 에서 Senior Interaction Designer로 활동하고 있다.

+44 (0)759 0039 380 | www.hwangkim.com | hwang.kim@network.rca.ac.uk


Tag
#pina #연극 #독일 예술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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