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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리서치 분야의 진보_<액시스> 2009년 12월 호

디자인 리서치 분야의 진보
_<액시스> 2009년 12월 호
   
글  오정미  
   
이번 호 <액시스>는 표지 기사로 MIT 미디어 랩(MIT Media Lab)의 히로시 이시(Hiroshi Ishii) 교수를 인터뷰 했다. 이시 교수는 디자인의 제1원칙으로 미래를 위한 비전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산업과 긴밀히 연관된 디자인은 기술이나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특성을 보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필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다. 왜냐하면 기술은 1년, 어플리케이션은 10년이면 수명을 다할 테지만, 강력한 비전이란 우리 세대가 모두 사라진 후에도 계속해서 빛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일하는 이시 교수의 마이너(minor) 론 또한 인상적이다. 그는 마이너의 존재를 본래 메이저(major)의 도처에 있는 것으로서 이해하며, 이에 대한 연구를 모든 독창성의 기반이라 본다. 그러므로 미디어 랩의 기본 방침은, 그들의 연구물이 메이저가 되고 나면 다시 새로운 마이너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리서치 분야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액시스> 2009년 12월 호 표지 © AX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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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리서치의 역할 논의는 그대로 특집기사로 이어진다. 기사 ‘디자인 리서치 분야의 진보(Advanced Design Research)’는, 최신 디자인 리서치의 독특한 케이스 10개를 35쪽에 걸쳐 상세히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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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의 리서치 프로세스 © AXIS

예를 들어 SRI(Stanford Research Institute)는 ‘실리콘 밸리의 영혼’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업적을 남긴 리서치 기구다 .1970년 스탠포드 대학에서 분리된 후, 개발 컨설팅과 기초 연구를 병행하는 비영리 리서치 기관으로 활약해왔다. 오늘 날 개발 컨설팅에 더 무게중심을 두는 SRI에서 눈 여겨 볼 점이라면, 바로 고객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방법론으로 삼는 혁신의 원칙이다. 이 원칙은 곧 SRI 컨설팅의 궁극적 목표를 드러낸다. 즉 이것은 단지 고객의 요구대로 생산물을 내는 것이 아니라, 통용되는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여 진보적 가치를 창조해 감을 의미한다. 다양한 분야에 속한 고객들은 학문 간 통섭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교차 학문적(cross-disciplinary) 결과를 원하기 마련이기에, 연구자들은 우선 통용할 수 있는 언어와 도구부터 찾아야 하는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미디어 X(Media X) 역시 산업 기관과 대학의 공동연구를 장려하는 리서치 기구로서, 교차 학문적 연구를 중요시한다. 필립스, 인텔, 보잉 등을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으며, 매 프로젝트마다 대학과 긴밀히 교류하며 리서치를 진행한다. 말하자면 아이디어를 공모해 창의성에 초점을 둔 심사를 거친 후 매번 가장 적합한 팀을 꾸리는 식이다. 이처럼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리서치에서 단연 키워드는 교차 학문적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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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장의 카드로 구성된 드라이버 오브 체인지 © AXIS

ARUP의 리서치 기구인 세계 예견·혁신 기구(Global Foresight & Innovation)를 통해서도 위와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구는 건설 기업과 디자이너 등을 고객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개발한 리서치 툴인 ‘드라이버 오브 체인지(Drivers of Change)’는, 고객들에게 미래의 컨텍스트를 보게 하는 일종의 틀이다. 사실 건설 현장에선 당장 처리해야 할 문제가 너무도 많기에, 막상 5년에서 10년 후의 미래조차 생각할 여유가 없기 마련이다. 그러나 드라이버 오브 체인지는 50년 후 미래까지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각각 25개의 카드로 구성된 8개의 테마(에너지, 쓰레기, 기후 변화, 물, 인구 통계, 도시화, 가난, 식량)가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이용된다. 이 역시 8명의 멤버들(건축가, HCI 전문가, 물리학자, 선생, 전직 여배우, 전직 은행장, MBA를 취득한 미술가)이 팀을 꾸려 열정적으로 소통한 결과다. 즉 드라이버 오브 체인지 또한 교차 학문적 연구의 결과물인 셈이다. 결국 오늘날 리서치 분야의 진보란 커뮤니케이션 툴의 진보와 같은 이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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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야와 쿠라마타가 함께한 작품들, 그리고 토모히코 미호야 © AXIS

토픽 기사로 넘어와 일본 국내 디자인 산업을 다루면서 글의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마치 각개 기업의 전략회의 보고서 같던 분주한 면모는 사라지고, 오랜 세월의 장인 정신을 부각시킨 따뜻한 기사가 넘쳐 난다. 창사 101주년을 맞는 미호야 유리(Mihoya Glass)에 관한 기사가 특히 그러하다. 1909년 유리창 가게에서 시작한 선대의 사업을 건축, 디자인, 미술 분야 다양한 작품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발전시켜온 토모히코 미호야(Tomohiko Mihoya)의 아기자기한 인터뷰가 이어진다. 그의 남다른 열정이 시로 쿠라마타(Shiro Kuramata)라는 거인 예술가를 만나면서 빛을 발하게 된 사연은 뭉클하다. 예를 들어 쿠라마타가 “언제 유리가 가장 아름답습니까?”라고 물었고 이에 미호야가 “깨질 때죠.”라고 대답하자, 쿠라마타는 “그럼 깨지는 순간의 유리를 얼려봐 주세요.”라고 청했다고 한다. 이것은 곧 쿠라마타의 대표작인 ‘깨진 유리(Broken Glass)’의 탄생 비화가 되었다. 이처럼 쿠라마타의 예술 세계에서 미호야는 단순히 재료를 공급하는 유리 상인이 아니라,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진정한 장인이었다. 토모히코 미호야는 미호야 유리의 101주년 기념으로 프로토타입(prototype) 전시를 준비하며, 무엇이든 오래 가는 것은 만드는 덴 시간이 걸리는 법이란 명언으로 전시의 의의를 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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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코이즈미의 작품 © AXIS

연재물인 전통 수공예 기사의 이번 호 주인공은 도장(seal)이다. 교토에서 삼대째 가업을 이으며 약 50년간 도장을 제조해온 케이 코이즈미(Kei Koizumi)의 공방을 찾았다. 그에겐 엄격한 기준으로 목재를 고르는 일부터 시작해서, 룰러와 조각칼 등 작은 도구 하나 손수 제작하는 것 모두가 기본이다. 코이즈미는 어린 시절부터 일부러 부모가 아닌 다른 스승 밑에서 도장 만드는 법을 배웠으며, 달필가를 찾아가 교육을 받았고 활판술도 따로 익혔다. 오직 세상에 하나뿐인, 한 사람만을 위한 도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므로 겨우 25 x 25mm 정도 크기의 사각 틀 안에, 제 주인의 존재와 개성을 드러낼 뿐 아니라 글자란 것의 기원과 도장공의 기술까지 품고 있는 도장은 열정의 조각 그 자체다.

이밖에 그래픽, 인테리어, 건축, 패션 부문 등 각계 분야 전문가들과 트렌드 분석가들이 전하는 디자인 관련 뉴스는 간결하지만 내용이 흥미롭다. 또한 산요(Sanyo) 전자에서 아프리카 우간다 지역 주민들의 요청으로 제작한 LED 램프에 관한 기사는, 디자인이 인간 삶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예를 보여주는 듯 하다. 충전식 배터리를 쓰며 태양열 발전기로 동력을 얻는 이 LED 램프는, 오직 실용성과 경제성의 원칙 하에 개발되었으며, 그간 등유 램프로 인해 기관지염을 앓아온 무수한 아프리카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www.axisinc.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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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시스> 2009년 12월 호

목차

010  Cover Interview  Hiroshi Ishii
019  Feature  Advanced Design Research

TOPIC
082  101 st Anniversary – Works-in Progress for Mihoya Glass
089  Antonio Citterio – in pursuit of a standard
094  Sanyo Electric’s rechargeable lantern illuminates African nights

SERIES
054  Traditional Craft Forms  “Se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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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디자인 리서치 #MIT 미디어 랩 #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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