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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야 할 길 - 인도의 공공은행 리브랜딩 _ 프리티 차투르베디(Preeti Chaturvedi)

아직도 가야 할 길
- 인도의 공공은행 리브랜딩

글  프리티 차투르베디(Preeti Chaturv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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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가치에 눈뜨다

인도 공공은행의 변화가 초읽기에 들어섰다. 지난 12월 29일 또 하나의 은행이 새로운 브랜딩 이니셔티브의 정체를 드러냈다. 바로 46,000명의 직원과 2,640개의 지점, 그리고 3천1백만 명의 고객을 가진 카나라 은행(Canara Bank)이다. 이로써 카나라 은행도 뒤늦게 리브랜딩을 시도하는 여러 공공은행들의 뒤를 따르게 된 셈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인도 은행들이, 그 중에서도 특히 공공은행들이 이렇게 적극적인 브랜딩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일까? 인도 은행 시스템의 변화하는 형세를 살펴보면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다.

이전에는 지리적 위치가 은행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오늘날 고객들은 언제 어디서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것이냐가 더 중요한 문제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인도 은행들은 2009년 이후 변화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인도의 은행 시장이 경쟁 체제로 들어가면서 지금까지는 인도 시장 안에서 부속물로 취급되어 온 외국 은행들이 앞으로는 더욱 큰 성장의 자유와 이득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인도의 공공은행들이 무역 금융 같은 현행 활동들을 되짚어 봐야 하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은행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소매은행업처럼 지금까지는 무시해왔던 작은 기회들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본질적으로 이제는 개인의 상상력을 포착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이를 위해 대형 공공은행들이 시도해온 방법이 바로 활발한 리브랜딩이다.

 


그림 1. 카나라 은행의 BI 개혁. 오른쪽이 바뀐 브랜드 아이덴티티이다.

 

사례 1 : 인디아스테이트은행

처음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것은 인도의 가장 큰 공공은행인 인디아스테이트은행(State Bank of  India : SBI)였다. 2005년, 일류광고대행사인 O&M은 “놀라운 SBI(Surprisingly SBI)”라는 슬로건의 캠페인을 펼쳤다. 이들은 SBI가 구시대적 금융 기관이라는 고객의 인식을 변화시켜 줄 만한 출판, 라디오 및 텔레비전 광고물들을 제작했다. 한 광고에서 주인공들은 SBI의 ATM 수가 다른 은행들보다 많은지 적은지를 놓고 내기를 거는데, 적다는 데 걸었던 남자는 보기 좋게 지고 만다. 그는 벌칙으로 ‘치만랄 찰리(Chimanlal Charlie)’라는 괴상한 이름으로 개명하고 동료들로부터 놀림을 받는다. 이 코믹한 스토리는 SBI가 기술적으로 상당히 앞서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려는 것이었다.

카나라 은행의 경영 책임자인 라오(M.B.N.Rao)는, 최근 공공은행들에게 있어서 리브랜딩이 ‘의무적인’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고객들을 유지하고 다음 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리브랜딩 전략을 실행하는 수준은 각 은행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림 2. SBI의 광고 비주얼
 

사례 2 : 카나라 은행

예를 들면, SBI와는 달리 카나라 은행은 총체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아예 은행 로고까지 바꾸어버린 것이다. 바꾸지 않은 것이라면 기존 고객과의 관계 뿐이다.

광고 캠페인을 보자. O&M이 제작한 TV 광고 시리즈는 남편의 취미 생활을 공유하기 위해 크리켓 용어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주부, 그리고 며느리와 의사소통하기 위해서 생판 모르는 펀자브어를 배우기 시작한 남인도 중년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변화하고 있어요.”라는 주제를 강조하면서, 전통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인도 사회의 여러 양상들을 묘사한 것이다. “함께라면 할 수 있어요.”라는 의미심장한 슬로건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리브랜딩이 단순히 TV 광고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브랜드 디자인 컨설팅사인 레이+케샤반(Ray+Keshavan)의 대표이사, 아르빈드 헥데(Arvind Hegde)는 바로다 은행(Baroda Bank)과 카나라 은행의 리브랜딩 업무를 담당한 바 있는데, 그는 리브랜딩을 하는 과정에 TV 광고 말고도 많은 것이 수반된다고 말한다. “공공은행의 고객층은 상당히 방대합니다. 그래서 은행의 리브랜딩은 결코 표면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가 없답니다. 한 예로 세계 최고 컨설팅 회사 매킨지(McKinsey)는 바로다 은행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아주 전략적인 컨설팅을 진행했죠.”

매킨지의 전략은 브랜드와 그 본질을 정의하기 위해 3가지 단계로 나누어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이는 브랜드의 비전을 정하고, 해야 할 임무를 파악하고, 그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로고에서부터 고객 서비스 채널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사례 3 : 바로다 은행

만약 과거의 리브랜딩 성공 신화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바로다 은행의 경우가 흥미로운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다 은행의 시장 점유율은 브랜드 이미지가 완전히 개선됐을 때까지 5퍼센트에서 3.5퍼센트까지 떨어졌다. 리브랜딩이 이루어지기 전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심지어 은행의 로고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떠오르는 해를 기반으로 한 새 로고가 만들어졌는데 이 로고는 은행의 브랜드를 국제적으로 어필하는 한편, 브랜드의 영향력을 보다 폭 넓게 하는 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였다. 또한 인도 크리켓팀의 전 주장이었던 스포츠 스타, 라울 드라비드(Rahul Dravid)를 브랜드의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을 짜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인도의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원데이 크리켓을 브랜드 이미지로 가져옴으로써 은행의 고객으로 젊은 세대를 발굴해 낸 것이다.

 

그림 3. 바로다 은행의 광고 비주얼. 오른쪽 상단에 태양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로고가 보인다.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이러한 공략들을 통해, 결국 바로다 은행은 전통적인 이미지를 벗고 현대적인 이미지로 갈아입게 되었다. 이 대대적 이미지 변신은 두 달 만에 완성되었고 은행은 2005년 6월 6일 브랜드를 재런칭했다. 리브랜딩을 한 뒤 삼 년 동안, 은행의 고객 수는 2천6백만에서 3천3백만으로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이 마케팅과 리브랜딩 이니셔티브로 2007년 깐느 국제광고제를 비롯, 수많은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바로다 은행의 마케팅부장 겸 인사부장인 디판카르 무커리(Dipankar Mookerjee)는, 브랜드채널(brandchannel.com)과의 독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바로다 은행은 인도 국영 은행의 선두주자였습니다. 그러나 2000년에서 2005년까지 우리는 고객 수가 심각하게 줄어드는 퇴보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시장조사기관인 IMRB와 ORG Marg에 의뢰하여 심층 연구를 하기로 결심했던 거죠.”

이 연구는 인도 공공은행들, 그 중에서도 특히 바로다 은행에 적용될 수 있는 흥미로운 점들을 보여주었다. 인도의 경제 개혁이 진행되는 동안 은행 시장의 역학 관계가 변화하면서 35세 이하의 고객들이 시장의 50퍼센트 이상을 장악하게 되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공공은행에서 고객들의 평균 연령은 45세에 불과하다. 또한 대부분의 공공은행은 그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대로 인식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바로다 은행 같은 경우가 그 극단적인 예가 되는데, 많은 인도 국민들은 바로다 은행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이 크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서부 지역에서만 경영하는 지방 브랜드라고 생각했죠. 97년 전통의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로고를 알아보는 사람조차 드물 정도였어요!”라고 무커리는 회고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인도의 금융기관들이 지금까지 전문적인 브랜드 구축에 소홀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태도는 은행 경영이 더 이상 한정된 신용 경제 속에서만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그 길 위에서 더 많은 시도들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프리티 차투르베디(Preeti Chaturvedi)

차투르베디는 인도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브랜딩 전문 기고가이다. 델리대학교의 명문 여자학교인 미란다하우스(Miranda House)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녀는 일렉트로룩스(Electrolux)사 인도 대표를 지낸 라지브 카왈(Rajeev Karwal)과 함께 최근 <인도의 기업블로그 문화(Corporate Blogging in India)>라는 마케팅 서적을 출간하였다. 또한 그녀는 브랜드채널(Brandchannel.com)의 고정 칼럼니스트로서 인도 기업의 브랜딩 전략과 그 특색을 전세계에 소개하고 있다.
preeti.chaturvedi@gmail.com
 

Tag
#차투르베디 #브릭스 #인도 #은행 #리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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