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이란 뭘까?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공공’이란 단어가 너무 광범위하다. 미술작품이 놓이는 장소? 미술작품의 소유권? 작품 제작의 주체? 알 수 없다.
1995년 등장한 ‘뉴장르 공공미술’은 수잔 레이시가 <지형그리기:뉴장르 공공미술>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일반적인 공공미술과 형식, 의도면에서 구분되는 뉴장르 공공미술은 회화나 조각 작품을 넘어 공공장소에서 행해지는 퍼포먼스와 설치, 개념미술 등 좀더 확장된 의미의 공공미술이다. 감상 위주의 공공미술에 대한 반성 위에 등장해 예술의 사회적 관심을 회복하고 공공의 참여를 유도한다. 음악, 공연 등 인접장르를 끌어들여, 작가는 한발짝 물러서 공공과 미술의 중개자가 된다.
![](https://file.designdb.com/imagedata/reporter/a149003/S/1230_1_2.jpg)
서울시 효자동에 위치한 서울 농학교의 담벼락은 뉴장르 공공미술이다.
<수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는 이 작품은 작가 배영환의 기획으로 서울 농학교 학생들이 직접 참여했다. 300×300(mm) 크기의 타일 300개에 학생들의 그림과 함께, 수화로 표현된 한글 자음, 모음, 숫자, 알파벳이 그려져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 놓여지는 단순한 공공미술의 결과물이 아니라 참여자에게 예술교육의 기회를 주고 실생활에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공공미술의 과정을 중시했다. 이것이 바로 뉴장르 공공미술이다.
![](https://file.designdb.com/imagedata/reporter/a149003/S/1230_1_3.jpg)
'담'은 경계선이다. 담벼락에 그려진 수화를 통해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통해 그들과 우리는 소통하고 있다. 타일 위에 쓰여진 농아들의 글귀를 보니,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그들을 우리가 변견을 가지고 바라본 것이 아닌가 새삼 부끄러워진다.
![](https://file.designdb.com/imagedata/reporter/a149003/S/1230_1_4.jpg)
tip/ <수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기획한 작가 배영환은 <거리에서>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거리에서>는 '노숙자 수첩'으로 더 많이 알려져있는데, 작고 빨간 수첩 안에는 서울에 위치한 무료 배급소나 보건소 등 노숙인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배영환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예술가와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