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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의 날과 저출산 _ 나조영

세계 인구의 날과 저출산


글  나조영

지난 7월 1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구의 날’이었다. 유엔은 1987년 7월 11일 세계 인구가 50억을 돌파한 계기로 이 날을 선정했다. 세계 인구의 날 선언은 인구 문제와 관련하여 인류가 직면하게 될 심각한 사태에 대해서 미리 준비하기 위한 조치이다.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 인구 기금은 올해 세계 인구의 날의 중요한 캠페인으로 가난으로 학업을 지속할 수 없는 소녀들을 위한 대규모의 행사를 진행했다. 개발도상국 이하의 국가에서 소녀들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통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며, 이를 통해서 가난이 대물림 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어린 산모와 영아의 사망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보건 정책의 필요성을 주창했다.


그림1. '유엔 인구 기금의 2009년 세계 인구의 날 포스터'

한국도 유엔의 날을 맞이하여 통계청에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구의 날을 맞이하여 전 세계가 남녀 평등의 확대와 가난의 극복을 통한 새로운 인류가치를 주창한 것과 다르게 한국에서는 초고령국가로 진입하게 될 생기 잃은 한국의 미래를 인구 문제와 더불어 피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는 2009년 7월 1일 현재 63억 3천명이고, 남북한을 통틀어 한반도의 인구는 7천 3백만 명으로 전세계 인구의 1.1%를 차지한다고 한다(한국 4천 9백만 명, 북한 2천 4백만 명). 문제는 산술적인 현재의 남북한 인구수에 있지 않다. 2005년에서 2010년 사이 인구 성장률을 비교해 보면, 전세계 연평균 인구성장률이 1.18%(선진국 평균 인구성장률 0.34%)인 반면 한국의 인구 성장률은 0.30%로 현저히 낮은 편이다(북한의 경우 0.39%). 이러한 추세로 나아간다면, 2050년 한국의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은 전체 인구의 38.2%로 증가하게 되며, 2050년 한국인구의 중위 연령 역시 56.7세로 초고령국가로 변화된다는 것이다.
 


그림 2. '인구보건복지협의회의 1980년대 산아제한 정책 포스터'

더욱이 15세 이상 64세 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되는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에서도 2010년 한국의 경우 15로 선진국(24)보다 낮으나, 2030년에는 38로 선진국(35)보다 조금 높아지는 수준에서 2050년에는 72로 평균 선진국(42)보다 매우 높아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또한 국가의 노령화 지수 역시 2010년 68에서 2020년에는 126, 2050년에는 429로 가파르게 상승할 예정이다. 이를 선진국과 비교해 보면, 선진국의 평균 노령화지수는 2010년 97, 2020년 126, 2050년 170으로 수치상으로 한국이 얼마나 급격하게 노령화 사회로 변화될 것인가를 추측할 수 있다(노령화지수는 유소년인구에 대한 고령인구의 비를 말하는 것으로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를 0세에서 14세까지의 유소년인구로 나누어서 곱하기 100을 한 수치이다.)
 

이러한 수치는 60년대부터 정부에 의해 진행된 산아제한정책을 되돌아 본다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에서 ‘대책 없이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그리고 ‘나라사랑 피임으로’라는 수 만가지 표어들이 난무했던 그 시절, 인구 증가를 낮추기 위해서 온간 수단과 방법 그리고 계몽을 동원했다. 야쿠르트 아주머니들에게 콘돔을 판매할 수 있게도 했으며, 정관수술을 받을 경우 예비군 훈련 면제뿐만 아니라 아파트 당첨권까지 주었던 시절이다.


 그림 3. '영화 <잘살아보세> 포스터'

2006년 개봉되었던 영화 <잘 살아보세>는 이러한 한국의 정치 사회적 현상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비단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낸 희극적 상황을 드러내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권력(bio-power)이 어떻게 인간의 생식권까지 통제 조절하며 우리의 의식을 인위적으로 작동시켰는지를 드러내는 비극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이제 대중은 지난날의 생권력에 저출산이라는 무기로 저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의 공포는 경제활동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소가 한 사회에 일으킬 경제 사회적 문제는 이 자리에서 시시콜콜하게 언급하지 않아도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세계 각국은 다양한 정책 개발을 통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다양한 세제혜택은 물론 출산을 많이 할수록 장려금을 지급할 뿐만 아니라 출산휴가를 남성까지 확대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더욱이 서구에서는 사랑하는 날을 지정해 임신을 위한 사랑까지 국가에서 장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제도의 이면을 들추어 보면, 임신과 출산의 주체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임을 자각하고 여성을 위한 복지의 혜택을 강화시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가 여성을 단순히 애를 낳는 생물학적 기계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주체로, 즉 자아실현을 이루면서도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을 생성할 수 있는 주체로서 이들을 인식하는 것이다.

사회과학적 연구를 하지 않더라도 주위의 여성들을 살펴보면, 이들은 결혼과 임신에 대해서 대부분 부정적이다. 독립된 사회적 개인으로 자아를 실현하는 데에 결혼과 출산은 걸림돌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은 비단 자신들 스스로의 생각일 뿐만 아니라 이미 자아실현이 다양한 조건들 속에서 좌절되었던 어머니 세대들에 의해서 딸에게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전수된 삶의 강령 같은 것이 되어 버린 것도 사실이다. 공공연히 어머니들은 딸들에게 ‘혼자 먹고 살수 있는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이 있으면, 고생하면서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 할 것 없이 재미나게 혼자 살아도 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한국 사회가 애 낳고 살아가기에 힘든 사회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어머니들은 많은 아이를 낳고 뒷바라지 하면서 잘도 살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비교할 수 없는 상황과 대상을 단순 비교하고 일반화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에는 동시대 여성의 위치를 한국 전쟁 당시 여성의 위치에 단순 대입하고, 여성의 역할을 단순히 애 낳고 기르는 것으로 폄하는 것이며, 여성을 단순히 남성의 보조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태도는 현재의 문제를 단순히 여성들이 야기한 문제로 전가하는 경직된 남성중심적 사고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의 여성들이 학습하고 체험한 문화적 사회적 경험은 한국 전쟁 당시 여성들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여성들은 더 이상 사회의 보조적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서 남성과 동등하게 노력하는 사회의 적극적인 또 다른 구성원인 것이다. 이러한 인식론적 차원에서부터 여성들은 이미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에 대해서 좌절하는 것이다. 더욱이, 먹거리 문제와 영아 유괴 및 살인, 사교육 문제, 입시 제도 등을 떠올려 본다면,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은 여성들에게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사회는 어떠한 안전장치를 구비하고 있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인구 감소 시대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우리가 맞이하고자 하는 새로운 사회 구성원은 누구인지를 반성적으로 생각할 필요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정상적인 한국 남성과 여성이, 문화적으로 정상적인 한 가정을 이루며 만들어낸 새로운 영아만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려는 것은 아닌지 반문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의 미혼모 가정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부족한 복지 정책은 이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구성원을 한국 사회의 적극적인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는 비단 인구의 숫자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사회 문화적 조건의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 문화적 조건은 지난날 자연적 상태의 삶의 조건을 흔들어 놓는다. 도시의 경험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이 성장하고 자신의 짝을 만나며 하나의 가정을 가꾸고 자녀를 생산하며 새로운 공동체를 가꾸는 자연스러운 것들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무관심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우리의 삶의 가치를 본연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 서로가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공의 안전한 장치를 개발하는 것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림 4.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고령화 사회 관련 공익 광고'



나조영_문화연구 및 문화 인류학 전공. paul.jy.nah@googlemail.com

문화 인류학적 시각으로 동시대 사회문화현상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을 즐긴다. 모든 트렌드에 대해서 호기심이 있지만, 그 트렌드를 쫓아 가기 보다 사회 문화를 분석하는 틀로 삼고자 할 뿐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해서 디자이너가 적용 전유 가능한 또 다른 시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Tag
#인구 #노령화 #산아제한 #저출산 #여성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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