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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진보적인 디자인 실험들 Curious Mind 展



현재 이스라엘의 수도이자 세계 종교인들의 마음의 고향인 예루살렘에 위치한 이스라엘 최대의 미술관, 이스라엘 뮤지엄(Israel Museum)에서는 가장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이너들을 한데 모은 야심찬 전시인 Curious Mind가 열리고 있다. 2011년 12월 16일에 대단원의 오프닝을 마친 이 전시는 2012년 4월 30일까지 약 5개월동안 개최된다. 필자의 작업인 "모두를 위한 피자"역시 이 전시에 일부인지라, 뮤지엄의 초청으로 강연 및 오프닝에 참가하기 위해 12월 중순(이스라엘 관광의 최고 피크 타임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뮤지엄을 찾았다.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어떤 디자인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지 공유하고자 본지의 지면을 빌려본다.


이스라엘 뮤지엄 입구 모습

미술관의 한켠을 지키고 있는 세계적인 조각가 아니쉬 카푸(Anish Kapoo)의 작품

이스라엘 뮤지엄은 사해 문서(Dead Sea Scroll)을 비롯해 유대인의 각종 유물들로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가 도착했을때는 한창 전시 셋업 중이었다. Unfold Design Studio의 작업을 세팅중인 뮤지엄 인테리어 팀


전시는 작가들의 강연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강의 직전 Troika의 Sebastian Noel과 Conny Freyer



필자가 약 3년전에 소개 하기도 했던 영국 디자인 스튜디오 트로이카는 그들의 간판작업인 Falling Light로 전시에 참가했다. 2010년 Swarovski Crystal Palace에 설치 되었던 Falling Light는 아이작 뉴튼 경의 무지개 프리즘 현상분석에 대한 이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이작 뉴튼 경(卿) (Sir Isaac Newton)의 무지개 현상에 대한 과학적 분석 발표에 대해 영국의 저명한 시인인 John Keats는 ‘과학이 자연을 강탈했다. 이 장엄한 무지개 현상은 일개 프리즘 색깔 현상으로 처참하게 전락하였다.’ 라고 했다. 우리는 과학적 지식과 자연현상에서 오는 감동의 충돌에 도전하고자 했다.” - Sebastian Noel

‘Falling Light’은 영사기술과 크리스털 프리즘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초자연적인 경험을 창조한다. 겔러리의 천정에 매달린 50개의 기계장치들은Swarovski로 부터 제공받은 Swarovski Crystal Optical Lens와 프로그래밍된 모터(Motor) 그리고 흰색 발광 다이오드(LED)로 구성되었다. 모터와 연결된 흰색으로 색칠된 금속 의족들은 중력에 의해 지구로 당겨지며 LED를 활성시킨다. LED의 흰색 빛은 크리스털 렌즈의 프리즘 메커니즘이 주는 회절 (回折)현상에 의해 바닥에 율동적인 무지개 현상을 만들어 낸다.  이 현상으로 인해 관람객은 마치 빛으로 샤워를 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 작업은 자연적인 경험을 파괴하는 테크놀로지가 아닌, 자연의 패턴에서 또 다른 서사(敍事)를 발견해 내는 테크놀로지로서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Troika의 노력인 것이다.


Unfold Design Studio 역시 그들의 새 작업인 L’Artisan Electronique와 함께 전시에 참가했다. Dries Verbruggen의 모습



Unfold Design Studio의 L’Artisan Electronique는 일종의 새로운 3D rapid prototype machine이자 도자기를 만드는 도예용 물레이다. 사용자는 레이져 센서 장치를 이용해 가상의 도자기 반죽을 원하는 모양으로 변형시킬수 있다. 그리고 최종 완성을 하게 되면, 옆의 이동식 3D 프린터가 즉석에서 그가 그렸던(?) 도자기를 출력해 낸다.

이는 공예와 테크놀로지의 접합 지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무엇인가를 창조해 내는 행위에 대한 인간과 기계의 조합, 무엇보다도 새로운 디자인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픽셀 아트의 간판 스타인 Julius Popp역시 그의 작업 Bit Fall과 함께 이스라엘을 찾았다.

Julius Popp의 모습


예전에 필자가 소개하기도 한 런던 V&A 뮤지엄의 Decode展에 설치했던 또 하나의 작업 Bit Code

민들레를 이용한 Fragile Future라는 작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Studio Design Drift도 전시에 함께 참여 했다. 
Fragile Future, Studio Design Drift

작업중인 Design Drift의 Ralph Nauta, Lonneke Gordijn의 모습

Studio Design Drift의 새로운 작업 Fly Light

생명공학과 디자인의 접목을 시도하는 Elio Caccavale 역시 그의 대표작 Neuroscope로 전시에 참여 했다.
Neuroscope, Elio Caccavale

Neuroscope는 평범한 가정집과 복잡한 실험이 계속되는 한 연구실간의새로운 소통로를 만들어 내기 위해 디자이너 Elio Caccavale가 2008년에 제안한 일종의 장난감이다. 이 간단해 보이는 제품은 사용자에게 원거리에 있는 어느 연구실에 보관되어 있는 쥐의 뇌세포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인터페이스는 인간과 현재 탄생 과정에 있는 미래의 어떠한 생명체와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이는 마치 생명과 물체(living and object)의 중간단계의 어떤 것과의 소통이라고도 할 수 있다.

로봇과 컴퓨터가 쥐의 뇌세포와 소통하는 동시에 사용자의 집에 위치한 Neuroscope의 안에는 조그마한 스크린을 포함한 마이크로 칩이 내장되어 있다. 이 스크린에는 쥐의 뇌세포가 만들어 내는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하는 인터페이스가 존재한다. 뇌세포에서 어떤 특정한 움직임이 있으면 이는 곧 Neuroscope 스크린에 특정한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게 된다.  이는 살아있는 쥐 뇌세포가 들어있는 컨테이너 안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가를 생중계하는 식이다. 

게다가 Neuroscope에는 조이스틱이 장착되어 있다. 이 조이스틱은 사용자와 뇌세포 사이에 가상의 물리적인 접촉을 가능하게 한다. 스크린을 만지거나 특정 메시지를 입력하면 이는 전자 신호가 되어 뇌세포에 전달된다. 이 뇌세포들은 현재는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할수 없지만, 후에 쥐의 뇌에 다시 이식되면서 완전한 생명체로 거듭나게 된다.  Neuroscope는 물건과 생명공학의 사이 언저리에 존재하고 있다. 유기체와 물체의 사이에 존재한다고도 할수 있다.(실제로 쥐의 뇌세포가 Neuroscope에 이식된다면 우리는 Neuroscope를 오브제라고 정의 할 것인가 아니면 생명체라고 정의할 것인가?)  

“과학자와 디자이너의 콜라브레이션은 디자인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Design of the other things라는 전시에 초청받았는데, 이는 브루노 라투르(Bruno Latour) 교수가 정의한 생명과 비생명간(이때 비생명이란 기술적 조합에 의한 물체를 대변하는 단어)의 교차점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었다.” - Elio Caccavale -


나무의 물성과 이동성에 대해 깊이있는 고찰이 담겨 있는 작업으로 유명한 Alon Meron 역시 그의 대표작 Mobile Light으로 전시에 참여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뭇가지를 slice해서 제작한 Alon Meron의 최신작 Overlap Blinds

Big Dipper라는 획기적인 프로젝트로 일약 스타계열에 오른 디자인 그룹 Glithero 또한 함께 전시에 참여했다. Glithero의 작업들은 기본적으로 물건자체 보다 물건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 관심을 가진다. 그들의 모든 작업은 미완성이다. 하지만 제작과정이 중간과정에서 마무리 됨으로써 그들의 작업들은 유니크한 차별점을 가지게 된다.

Blueware Vases, Glithero

Glithero의 Tim Simpson과 Sarah van Gameren


Onkar Kular와 Noam Toran은 그들의 작업 I Cling To Virtue로 전시에 참여 했다.

무엇이 그저 특별할 것 없는 퀄리티의 연마되지 않은 포슬레인(Porcelain)을 재료로 한, RP(Rapid Prototyping) 기계에서 제작된 괴상한 가보(家寶)들과 이야기꾼의 기억을 연결하고 있는가? 불안하게 잠들어 있는, 힘없이 누워있는 소품들이 가진 모호함은 이 작품이 가진 결정적인 힘이다. RP는 이제 토란과 쿨라 작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기계의 미끌미끌한 구멍에서 생성된 이 반항적인 물체들은 현대 디자인의 방법론을 보라는 듯 비웃는다. 대량생산 과정을 이용해 오직 이야기의 반영을 위한 꿈과 같은 토템(Totem)을 제작해 내는 것이다. 묘한 완성도를 가진 이 흰 물건은 화학약품 냄새를 풍기며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역사를 재조명하고 소독한다. 

그들의 작업처럼 그들 자신도 어디엔가 소속되는 것을 거부한다. 이 인기 있는 듀오 디자이너는 디자인과 개념미술, 영화를 행복하게 넘나든다. 명민하게, 그리고 소속감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함이나 동요조차 없이 쿨라는 “나는 우리 자신을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운이 좋게도, 우리의 작업들은 각종 다른 매체에게 받아들여지고, 비판의 대상이 된다”고 말한다. 토란과 쿨라는 이제 디자인을 넘어 특유한 자신만의 장르로 새롭게 분류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작업에 흥미가 있는 큐레이터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아직도 수많은 디자이너는 그들을 자신의 이해 범주에 넣지 못한다. 아마도 쿨라와 토란의 작업이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갤러리를 위해 제작된 한정판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그들의 작업은 굉장한 미학적인 가치가 있음에도 사실상 경제적인 가치는 거의 없다. 경제성을 잃어버린 물건이 과연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지만 그들은 디자인이 그들의 작업에 물성을 부여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말한다. 쿨라는 디자이너로서 습득한 재료와 기술에 대한 지식과 이해는 다양한 재료로 ‘세발자전거: 아이 클링 투 버츄’의 전시품 중 하나’를 만들어 내는 과정 등에서 유용하게 쓰인다고 했다. 쿨라와 토란은 필자가 첫 회에 소개했던 비평적 디자인의 창시자 안토니 던(Anthony Dunne)의 제자이자 친구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비평적 디자인의 범주에 넣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 사실 그들의 작업들은 사회를 비판하는 데 그 맥락을 두고 있지 않다. 그들은 사회보다 인간 자체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토란과 쿨라는 자신들의 행위와 작업, 그리고 삶이 디자인이라는 명제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마지막으로 함께 전시에 참여했던 Stefan Sagmeister와 함께 찍은 외눈사진을 올린다. 이 사진은 우리가 안상수 선생님께 전하는 새해 인사로 찍은 것이다. 안상수 선생님의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확인 할 수 있다. http://ssahn.com/?p=6970

독자 여러분 께서도 풍요롭고 희망찬 2012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 동안 졸고 읽어주셔서 감사 드리며, 내년 부터는 더 알찬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예루살렘에서 김황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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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황

디자이너 김황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일했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왕립예술학교(RCA)의 제품 디자인과(Design Produc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차세대 디자인 리더 8기,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2기로 선정되었다. 현재 Philips Amsterdam / Singapore 에서 Senior Interaction Designer로 활동하고 있다.

+65 910 10210 | www.hwangkim.com | hwang.kim@network.rca.a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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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rael Museum #실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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