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살다보면 중고 물품 가게가 매우 활성화 되어있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헬싱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시내 번화가 한 복판, 주택가, 아파트 단지 등지에서 다양한 중고 가게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부피가 큰 물품을 취급하는 가게의 경우 배달 및 픽업 서비스(중고 가게에 물건을 보내고 싶으나 부피나 무게가 커 직접 옮기기 어려운 경우, 예약을 하면 가게에서 직접 트럭을 가져와 물건의 상태를 점검한 후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가져가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차를 소유하지 않은 학생의 경우 매우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가격과 취급 물품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중고 가게가 존재하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취급하는 가게가 있는 반면, 소위 ‘엔틱’, ‘빈티지’로 일컬어지는 가게 또한 어렵지 않게 발견 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특정 연령이나 특정 계층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고객층을 만드는 데에 한 몫하며, 중고 물품을 쓰는 것이 생활의 일부로서 자연스레 받아들여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2월 기사에서 다뤘던 길거리 패션 웹사이트 Hel Looks를 통해 알게 된 중고 옷가게 Indain Summer를 찾아갔다. 복잡한 시내 한 복판, 조용한 골목길 끝자락에 위치한 이 곳은 다른 여느 중고 옷 가게와는 사뭇 다른 매우 젊은 분위기를 뿜고 있었다. 이 특별한 가게의 주인 Juho Kosunen(유호 코수넨)을 인터뷰하며 그와 그의 가게 Indian Summer와 그 뒤에 숨은 생각들을 들어보았다.

Indian Summer 출입문에 그려져 있는 로고 (사진 Sara Vallioja, 2011)

아래부터 인터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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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내 이름은 Juho Kosunen이고, 33살의 Indian Summer 창립자이자 DJ. A Love of Life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인 Juho Kosunen (유호 코수넨) (사진 이승호)

2. 가게를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Indian Summer의 시작과 이름을 지은 배경을 알고 싶다.

 
몇 해 전, 문득 헬싱키 시내에는 젊은 남자 옷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빈티지 옷가게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복고풍의 옷을 파는 곳들은 여럿 존재하기는 하지만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접근하여 즐길 수 있도록 그 선택 영역을 확장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게다가 지난 일자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마침 ‘드디어 때가 왔다’는 느낌이 들어 가게를 열기로 마음 먹었다. Indian Summer라는 이름은 Beat Happening(미국 인디 팝 밴드)의 노래 Indian Summer에서 따온 것이다. 내가 이 밴드의 열성적인 팬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Indian Summer의 뜻*이 빈티지 옷 가게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가을에 건조하고 따뜻한 기간)

3. 왜 많은 품목 중 ‘옷’을 파는 것을 선택했나?

 
전에 중고 가게에서 일하면서 잘 고른 빈티지 옷이 매우 매력적일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일단 빈티지 의상을 입으면 나와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생각이 들 정도로 희소성의 가치가 있고, 사실 현재의 기준에서는 저렴한 과거의 옷이지만 재료의 질이 좋고 절개선 또한 처리가 매우 잘 되어있어 대게 최근에 값 싸게 대량 생산 된 커다란 패션 브랜드들의 옷보다 훨씬 오래가고 질이 좋은 것에서 그 매력을 느꼈다.

Indian Summer의 내부 (사진 Utu-Tuuli Jussila, 2011)

4. 가게를 둘러보며 Indian Summer의 옷들은 매우 신중히 선택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또 어디서 옷을 공수하는지 궁금하다.

 
보통은 중고 물품 도매상을 이용하는데 대부분의 옷들은 해외에서 온다. 물론 도매상이 제공하는 옷들이 전부 다 나의 기준에 부합하지는 않는데, 이렇게 내 기준 미달의 물품은 한 데 모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가끔 벼룩시장에 가서 직접 옷을 골라오기도 하는데, 좋은 옷을 발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5. 옷들의 가격대가 매우 흥미롭다. 매우 싸지도 않고 명품 빈티지 가게처럼 아주 비싸지도 않다. 가격을 정하는 데 기준이 있나?

 
옷의 가격을 정할 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유명 저가 브랜드들의 옷들과 가격대를 비슷하게 맞춘다. 중고 옷을 접근하기 쉬워야 하므로 비용부담이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6. 대게 중고 옷이라고 하면 매우 낡았으리라 생각하기 쉽상인데, Indian Summer의 옷들은 그 상태가 매우 좋은 편이다. 직접 수선을 하여 파는 것인지, 아니면 유지가 잘 된 것들만 파는 것인지 궁금하다.

 
가능한 잘 유지된 옷들을 골라와 그냥 판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구멍이 난 옷들을 직접 꿰메거나 단추를 새로 달기도 한다.

 (사진 Sara Vallioja, 2011) 

7. 보통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연령대가 궁금하다. 중장년층 손님도 많은 편인가?

 
처음에는 젊은 사람들만 찾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대부분이 청소년이나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젊은 사람들이지만 가끔 나이드신 분들도 찾아와 큰 관심을 보인다. 

8. 자칭 빈티지 숍인 Indian Summer에 새 옷 드문 드문 보인다. 대게 중고 가게라면 오래된 옷만 취급하는데 어떠한 계기로 새 옷도 팔게 되었나?

 
나는 평소에 빈티지 의상과 새 옷을 섞어서 입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Indian Summer에서 중고 의상과 새 옷을 함께 취급하는 것이 나에겐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게다가 현재 핀란드에는 실력있는 젊은 의상 디자이너들이 많은데 이들의 옷을 취급하는 곳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아 안타까웠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빈티지 의상의 다양한 활용법에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Indian Summer 비디오: 이승호

9. 개인적으로 핀란드 패션이 검소하지만 동시에 자유롭고 개성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요즘에는 점점 세계적인 유행에 민감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핀란드의 젊은 디자이너들과 만나고 개성있는 손님들을 사람으로써 핀란드의 패션에 대해 말한다면?

 
다양성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최신 유행과 북유럽만의 정적인 면이 공존하는데, 물론 유행을 거스르거나 전혀 신경쓰지 않는 태도 또한 발견할 수 있다. 핀란드의 역사에서는 고집과 역발상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다고들 말하는데 이는 국민성에 짙게 녹아있어 세계적인 유행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데에 재미있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패션 산업에 종사하는 핀란드 사람들은 대게 이 다양한 모습들을 조금씩 갖고 있는 것 같다.

10. Indian Summer가 가게에 갤러리 공간을 갖추고 예술 전시를 열고 ‘After works friday’라는 이름의 금요일 클럽 파티와 같은 문화 행사들을 주최한다고 알고 있다. 또한 직접 만든 커피와 패션 잡지 등을 손님에게  권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가게가 보통 기대하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같이 모여 자연스레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장이 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러한 행사를 열게 된 목적이나 계기가 있으면 들려달라. 

 
나는 건강하고 창조적인 지역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개개인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다양한 문화 행사를 고안해 낸 바탕이라 할 수 있겠다. 가게가 소비를 장려하는 것 이외에 다른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젊고 재능있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의상을 내 가게에서 선보이며 만족해하고, 손님들이 공연과 전시를 즐기는 과정에서 내가 들이는 특별한 공은 없다. 이러한 문화 활동이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열고 틀 밖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밑거름으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행사에 대해 설명을 조금 덧붙이자면, 가게 안에 패션 잡지를 읽을 수 있는 공간 역시 매우 작게나마 마련했는데, 손님들이 편안하게 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내가 만드는 커피에 대단한 자부심이 있다. 또 가게에는 XL이라는 전시 공간이 있는데 이 곳은 사실 상 가게와는 별개의 갤러리 공간으로 다른 사람이 관리하도록 내어주었다. 가게와 갤러리 사이에 커다란 구분은 없어 가게를 찾은 손님들에게도 감상을 권하고 있다. 난 그저 예술가들이 자유로이 표현하고 전시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 줄 수 있음에 기쁠 따름이다.

잡지를 보며 Juho가 타주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 가구는 모두 중고 제품으로 의자의 가죽 커버는 Juho가 직접 수리했다고 함 (사진 이승호)

11. 규모가 작던 크던 사업은 어렵다. 사업을 하며 갖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무래도 사업의 규모가 작다보니 홍보에 쓸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하다. 입소문이 가장 좋은 홍보수단이라지만 생각보다 꽤나 오랜 시간을 요한다.

12. 핀란드에는 전반적으로 중고 가게 문화가 굉장히 활발해 보이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 생각에 핀란드인들은 독특하면서도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대부분이 매우 검소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사진  Utu-Tuuli Jussila, 2011)

13. Indian Summer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며 열정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행동과 일치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 일을 통해 이루고픈 목표, 혹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나는 이 일을 통해 그 어떤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고, 자신의 이상을 팔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아는 개개인 모두가 이 사회를 더욱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에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사회가 하루 아침의 혁명이나 장대한 행동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우리네 일상 속의 긍정적인 작은 행동이나 결정의 오랜 축적으로도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는 것이다. 나는 어떠한 것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올바른 자세는 그것을 때려 부수거나 허무주의로 일관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뜬 구름 잡는 이상에 가까운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심이다.   

14. 마지막으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본인은 어떠한 스타일을 즐겨 입나?

 
나는 모던한 스타일에 북유럽의 만성적 빈곤을 섞어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과거의 Mod & Skinheads style*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60년대 영국에서 유행한 스타일. 비틀즈로 대표되는 깔끔하고 도시적인 성격의 Mod와 짧게 민 머리와 저소득층 젊은이, 조금 더 나아가 펑크로 설명되는 Skinheads가 섞인 것으로 해석된다. 

 
관련 사이트 http://indiansummerstore.com/  

주소 Vuorikatu 22, 00100 Helsinki, Finland

지도에서 Indian Summer 보기 (구글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