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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열리는 Yayoi Kusama 展



영국 런던 예술의 심장, 테이트 모던에서는 2012년 2월 9일부터 6월 5일까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展 이 열리고 있다. 



< Yayoi Kusama, 2008, Copyright © Yayoi Kusama, happyfamousartists >
아래 : 테이트 모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모습

쿠사마 야요이는 1929년 일본 나가노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편집적 강박증을 앓아온 그는 미술 분야의 독특한 재능으로 1957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1972년까지 그곳에 거주하며 누드 퍼포먼스와 해프닝, 스펙터클하면서도 도발적인 환경작업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도널드 저드(Donald Judd),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등과 교유하면서 반전, 성 해방, 동성애, 인권 등의 정치/사회문제에 앞장서는 한편, 잡지를 발간하고 패션회사를 설립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재발된 정신질환으로 1973년 일본으로 돌아왔다. 이후 그는 도쿄의 한 정신병원에서 생활하면서 병원 앞에 "쿠사마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작품 활동에 몰두하였다.

쿠사마의 예술은 작가의 편집적 강박증과 그에 따른 환각 증세에 대해 그 자신이 개발한 치료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일한 요소나 문양을 끊임없이 반복, 집적, 증식, 확산시켜 자신의 편집증을 그대로 작업방법으로 연결하고 있는 그의 예술은 정신질환적인 편집과 환각증에서 그를 해방시킨 유일한 수단이었고 카타르시스였다. 그의 작품 세계는 크게 물방울과 거울, 풍선이라는 세 아이콘으로 구분된다. 이들은 반복과 확산이라는 명제 속에 끊임없이 증식을 거듭한다. 증식은 곧 작가의 강박증이며 동시에 소멸이다. 증식이라는 무한의 세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는 사라지는, 즉 "자기망각(self-obliteration)"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 Tate Modern, Yayoi Kusama 展, 2012, Image Copyright © happyfamousartists > 테이트 모던 전시장 풍경
쿠사마는 팝이나 미니멀, 제로그룹과 같은 한정된 현대미술사의 분류에 속하기를 거부한다. 그의 예술행로는 좁은 의미에서 보면 자전적, 혹은 자기발견의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넓게는 자신의 병보다 더한 고통과 욕망과 강박증의 환각에 시달리는 삶과 세상과의 투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를 사로잡는 그의 예술의 매력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위트와 유머, 공간을 삼켜 버리는 강렬한 색채와 투명하면서도 대담한 시각적 풍요로움에 있다.


< aftermath of obliteration of eternity, 2009, Copyright © Yayoi Kusama >

그는 베니스비엔날레(1993) 일본관에 최초 초대작가로 참가하였고, 타이페이비엔날레(1998), 시드니비엔날레(2000), 요코하마트리엔날레(2001) 등 총 100여 회의 개인전과 100여 회 이상의 그룹전을 가졌다. 또한 20여 권의 시집 및 소설을 출간하였다. 주요 작품에는 ‘나르시스 정원(Narcissus Garden, 1966)’, ‘사랑은 영원히(Love Forever, 1994)’, ‘나는 여기에 있지만 아무 것도 아니다(I"m Here, But Nothing, 2000~2008)’, ‘점에 대한 강박-무한한 거울 방(Dots Obsession-Infinity Mirrored Room, 2008)’ 등이 있다.


< polka dots are a way to infinity, 2008, Copyright © Yayoi Kusama >

힘들게 지내는 가난한 작가인 스텔라를 비롯한 동료작가들은 이미 쿠사마가 작가로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았고 특히 저드는 당시 작가로보다 평론가로서 활동했는데, 쿠사마의 작품을 처음으로 잡지에 소개했다. 쿠사마가 뉴욕 미술계에 알려지고 자리잡게 된 것도 그 당시 뉴욕의 미술흐름과 사조(시대정신, Zeitgeist)가 외부에 비친 그의 작업 현상과 잘 맞아떨어진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쿠사마는 초기부터 아쉴 고르키나 호안 미로를 상기시키는 초현실주의 분위기의 생물형태적 추상으로 시작하여 점차 그물 모양의 패턴이 화면 전체를 뒤덮은 ‘무한망(Infinity Nets)’, 시리즈와 ‘물방울(polka dots)’ 모노크롬 회화로 그의 내면세계를 표현했다. 쿠사마의 그물망의 ‘올 오버(all-over)’ 페인팅은 캔버스 경계를 넘어 오브제까지 확대되는 작업으로 전개되고, 이 작업은 오브제들과 회화를 함께 설치하면서 자연스럽게 설치미술/환경미술로 발전한다. 쿠사마 야요이가 뉴욕에 있던 시기에 광고 상업 이미지를 이용, 대중문화에서 나온 팝 아트가 미술계에서 또 하나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들이 일상생활 오브제를 매체로 쓰고 특히 작업 접근 방법으로 반복/집적(accumulation) 등의 구성을 자주 쓰므로, 얼핏 쿠사마의 작업을 팝 아트 맥락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시각적인 현상일 뿐, 근본적으로 작업의 기본개념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다.


< soul under the moon, 2011, Copyright © Yayoi Kusama >

쿠사마의 1963년 설치작업은 반복되는 소머리를 세리그라피로 뜬 것을 벽지로 이용해 설치작업을 한 1966년 앤디 워홀의 작업과 자주 비교되지만 여기에서 기본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차이점은 기계로 규격화하여 완벽하게 제작하는 워홀의 작품과는 상반되게 쿠사마는 손으로 제작하는 작업을 중요하게 여겼다. 1968년 어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량생산되는 것은 우리에게서 자유를 빼앗아 가고 예술작품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 것으로 그의 작업이 기본적으로 팝 아트와는 다른 작업임을 읽을 수 있다. 쿠사마의 설치미술이 선구적인 이유은 1960년대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서 되돌아봐도 매우 앞서 갔음을 재확인할 수 있고, 이런 맥락에서 쿠사마의 미술사적 위치는 재조명돼야 한다고 본다.



< Yellow Pumpkin, mirror box, mixed media, 2011, Copyright © Yayoi Kusama >

그물망과 물방울로 세상을 덮는 쿠사마의 작업은 캔버스, 오브제, 환경, 설치미술을 넘어 거리의 해프닝으로 연결되었다. 그 당시 미국은 사회적으로 베트남 반전운동, 성해방운동, 인권평등에 관한 수많은 시위와 운동이 심하게 벌어지던 때였는데, 뉴욕 센트럴파크, 자유의 여신상,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쿠사마가 고용한 배우들은 나체 시위를 벌이고 그는 물방울을 배우 몸 위에 찍는 퍼포먼스를 벌이다가 경찰에게 제지당하거나 해체되기도 했다. 그는 패션에도 관심을 보여 1968년에는 쿠사마 패션 회사를 설립, 뉴욕의 대형 백화점인 블루밍데일(Blo- omingdale)에서 ‘쿠사마 코너’도 열었다. 그의 활동범위는 비디오 작업에서부터 잡지 ‘쿠사마 오르지(Kusama Orgy)’를 출판하는 데까지 이른다. 이상과 같은 쿠사마의 폭넓은 활동은 자유를 옹호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작가의 일관성 있는 예술적 태도로 볼 수 있다. 



< Tate Modern, Yayoi Kusama 展, 2012, Image Copyright © happyfamousartists > 테이트 모던 전시장 풍경

강박증과 집착은 창작활동과 맞물려 때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승화되는데, 야요이 쿠사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어렸을 때 완고한 어머니와의 갈등관계에서 유발된 그의 강박증세는 미술이라는 치유제를 통해서만 안정을 찾았다. 쿠사마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생물유기체적 형태와 강박적인 물방울무늬에 대한 집착은 그의 불안정한 내면세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사물을 덮어버릴 듯 맹렬하게 퍼져나가는 원색의 물방울무늬 또는 그물망은 곰팡이가 증식하는 모습을 닮았다. 곰팡이가 소리 없이 음습한 바닥에, 벽에, 천장에 스며들어 검고 푸른 얼룩의 추상화를 만들어내듯, 쿠사마의 작품은 강박과 불안 속에서 싹튼다. 그가 즐겨 쓰는 기묘한 형태는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규칙적이고 안정된 세계의 구축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Tate Modern, Yayoi Kusama 展, 2012, Image Copyright © happyfamousartists > 테이트 모던 전시장 풍경

예컨대 그녀의 평면작업은 눈을 어질어질하게 할 만큼 명도대비와 착시효과를 강조하고 있어, 오래 보고 있으면 관람자는 현미경으로 본 세포 속에 자신이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시각적 효과는 그림을 통해 지각되는 심리적 공간을 확장시킨다. 이 반점들은 평면회화 위에서만 머물지 않고, 입체작업의 요철을 표현할 때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 Tate Modern, Yayoi Kusama 展, 2012, Image Copyright © happyfamousartists > 테이트 모던 전시장 풍경


< ascension of polkadots on the trees, 2011, Copyright © Yayoi Kusa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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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황

디자이너 김황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안그라픽스에서 일했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영국왕립예술학교(RCA)의 제품 디자인과(Design Produc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차세대 디자인 리더 8기,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 2기로 선정되었다. 현재 Philips Amsterdam / Singapore 에서 Senior Interaction Designer로 활동하고 있다.

+65 910 10210 | www.hwangkim.com | hwang.kim@network.rca.ac.uk

본지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노미네이트 된 작품들중 임의로 필자가 선택한 것입니다. 과도한 번역 작업을 피하고자, 일부분 다른 블로거의 글을 참고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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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yoi Kusama #쿠사마 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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