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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빛 _ 최두은

소통하는 빛


조형성을 극대화하거나 드라마틱한 구성을 강조하는 등 과거에도 예술에 있어서 빛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1920년대 모홀리 나기는 기존의 연극과 달리 기계적 장치를 통해 관객들과 무대 및 배우의 경계를 허무는 총체적 연극(Theater of Totality)을 실험하는데 다양한 빛을 활용한 바 있다. 최근 미디어 아트에서도 디지털 기술과 결합된 가상의 빛들은 고정되어 있는 물리적인 공간을 순간적으로 다른 차원의 시공간으로 덮어버리곤 한다.

참여자들이 전송한 메시지로 허공에 끊임없이 빛의 패턴을 만다는 작품이 있다. 라파엘 로자노 헤머(Rafael Lozano Hemmer)의 <아모달 서스펜션 (Amodal Suspension)>(2003년)은 SMS 또는 웹을 통해 전송된 메시지들로 로봇기술에 의해 제어되는 20개의 서치라이트를 움직인다. 내가 메시지를 보낸 상대방에게는 빛이 쏘아지기 직전에 하나의 문자메세지가 전달된다. 그 내용은 ‘누군가가 당신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으며 그 메시지가 곧 하늘에 빛으로 쏘아 질 것이라고 알려준다. 여기서 빛은 참여자들이 글로 쓴 메시지를 함축하는 이미지 언어가 되고, 메시지를 받는 사람들은 빛을 통한 은유적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게 된다.  


그림 1. <레이저 사운드 퍼포먼스LSP(Laser Sound Performance)>, Edwin van der Heide, 2007, Audio Visual Performance at the former Seoul Railway Station(구 서울역)
copyrignt: art center nabi


에드윈 반 델 하이드(Edwin van der Heide)의 <레이저 사운드 퍼포먼스LSP(Laser Sound Performance)>는 기존의 2차원 스크린을 사용하는 VJ 퍼포먼스와 달리 빛을 사용해 입체적인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실시간으로 사운드에 호응하는 레이저 빛이 엷은 연기층으로 가득 찬 공간 속에 투사된다. 관람객들은 연기로 어렴풋한 빛의 공간을 항해하며 공기의 흐름을 바꾸고, 관람객들의 움직임으로 연기층이 흔들리며 빛은 다시 한 번 넘실거린다. 관람객들은 이 퍼포먼스에서 사운드와 이미지를 단순히 귀로 듣고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빛의 공간에 직접 들어가 상호작용하게 되는데, 이때 관람객은 작품에 온 몸으로 몰입하며 그 일부가 된다.


그림 2. <송도(Songdo)>, AntiVJ, 2009, Audio Visual Performance at Tomorrow City in Songdo, Incheon
copyrignt: art center nabi


한편, AntiVJ의 빛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인식을 흔들어 놓는다. AntiVJ의 미디어 퍼포먼스에서 2차원의 이미지들은 조형물 또는 건축과 만나 3차원의 세계를 넘나든다. 그리고 이 이미지들은 사운드와 만나 다시 한 번 증폭된다. AntiVJ는 언제나 특정한 공간의 장소성을 극대화한다. 그들은 시각적 유희를 위한 단편적인 이미지나 콘텐츠(content)가 아니라 그 장소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콘텍스트(context)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의미 있는 이야기를 빛을 통해 교차시킨다. 지금까지는 주로 유럽의 오래된 건물이 가지고 있는 오래된 이야기를 불러들여 고대와 현대를 공존시키는 작업을 해왔는데, 최근 한국에서 보여 준 <송도>라는 작품에서는 이제 막 만들어 지고 있는 새로운 도시에 대한 작가적 제안을 담았다. 미래 도시를 만들려는 인간의 도전에 대한 그들의 또 다른 도전인 셈이다. 관객들은 그 건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기억들, 지금 바라보고 있는 현재, 그리고 이전에는 한 번도 존재한 적 없었던 다른 차원의 순간들이 중첩되는 새로운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건물의 구조적 특징을 빛과 사운드로 밀도 있게 드러내거나 감추며 혹은 교묘하게 튀어 오르게 하거나 밀어 넣으며 더 이상 고정되어 있지 않고 흐르는 듯한 새로운 공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건물과 소통하는 빛을 사용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사람들간의 소통과 유기적인 관계 맺기가 인간을 위한 도시 사회의 최적화 된 환경을 얼마나 구성할 수 있을지 말하는 작품이다. 

서울 디지털시티 상암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도시와 그곳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빛의 플랫폼이 설치되어 있다. 양수인과 데이비드 벤자민(David Benjamin)으로 구성된 더 리빙(the living)그룹의 <리빙 라이트(Living Light)>는 도시의 대기오염도와 이 대기오염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에 반응한다. 서울 지도를 형상화한 돔형 구조물에 맵핑되어 있는 빛 패널 조각들은 각 지역의 대기오염도 및 이에 대한 사람들의 메시지가 증가하면 더욱 빛나고 반짝거린다.

어느 새 우리는 자연의 빛보다 더 많은 가상의 빛으로 둘러싸인 다층적 미디어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고 있다. 이 상호작용적이며 통합적인 시공간은 점차적으로 혹은 급진적으로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켜 오고 있다.   


최두은_아트센터 나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물고기와 대화해 보자는 작가의 말에 동참하며 꿈꾸기를 10달, 10명이 넘는 우리들이 10대가 넘는 컴퓨터를 연결하고 수많은 케이블들과 씨름하기를 10일 만에, 드디어 빛과 소리로 물고기, 가상생명체, 사람이 하나가 되었던 그 순간, 내 심장은 뛰고 있었다.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 미디어 아트를 만난 지 10년, 앞으로 10년 그리고 또 10년, 나 스스로 ‘오픈 플랫폼’이고 싶다. 창의적 미래를 위한 진정한 ‘나비’ 효과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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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 #공간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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