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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브랜딩 _ 멜리사 데이비스(Melissa Davis)

러시아와 브랜딩

글 멜리사 데이비스(Melissa D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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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러시아의 상징,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

 

러시아는 브랜드를 강하게 의식하는 나라다. 다른 BRICs 국가인 중국이나 인도에서처럼, 서구의 고급 브랜드들이 개인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타인과 차별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러시아가 구 소련의 공산주의로부터 벗어난 지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함께 검열제도 대신 커뮤니케이션과 소비 문화가 대두되면서 정체성에 관한 이 연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지난 10년에 걸쳐 러시아의 브랜드 지형도는 엄청난 속도로 변화해왔다. 상품과 서비스가 국가의 소유였던 1991년까지는 선택의 기회는 적고 상품의 질은 낮았다. 경쟁이 결핍된 상태에서 새로운 브랜드 창출의 여지는 없어 보였다. 예를 들어 1970년에 등장한 라다(Lada) 자동차는 작고 저렴한 차를 만들어 구 소련 시기의 제조업의 성격을 특징지으면서 냉전이 끝날 무렵까지 러시아와 동유럽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서서히 발전해가는 대중의 취향에 발맞추어 라다 자동차는 이미지를 쇄신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대 분위기 속에서 더 강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프랑스 자동차 회사인 르노(Renault)와 협력 관계를 맺기도 했다.

 

그림2. 모스크바의 럭셔리 백화점, 밀리어네어페어(MillionaireFair)
©Picture Alliance/DPA

 

유명 브랜딩컨설턴트사, 인터브랜드(Interbrand)의 러시아 브랜드 순위 조사에 따르면, 과거에 인기를 끌던 ‘저렴한’ 브랜드는 하향세를 걷고 있다고 한다. 대신에, 오렌지주스에서부터 화장품, 그리고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각종 부문에서 세련되고 다양해진 취향에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개인 소득의 증대는 소비자 지출 역시 증가시켰다. 2008년 3월 9일자 FT.com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 러시아 국민들의 월소득이 약 160달러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그 수입이 540달러로 뛰어올랐다. 프라하에 위치한 코쿤 그룹(Cocoon Group)의 브랜드 전략팀 대표 더글라스 카우프만(Duglas Kaufman)은, 엄청난 재산을 보유한 러시아 억만장자들이 불경기의 영향을 받는 동안에도 서구의 고급 브랜드를 향한 열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회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고 정체성을 규정짓고자 하는 러시아인들의 새로운 요구에 대한 해결책으로, 서구 브랜드는 아주 효율적인 수단이 되었지요.”
이것이 바로 브랜드 소비량을 일정하게 유지되는 반면, 부동산 시장이 한층 어려워진 이유다. 부동산 시장은 부가적으로 투자하는 것이지만 브랜드는 자기정체성과 자기표현의 한 형태로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선택이 곧 사회적 신분의 상징이 된 것이다. 따라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들의 운영은 지속적으로 잘 유지되며, 뛰어난 품질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향수, 전자제품, 그 외 전형적인 여러 분야에서 고급 브랜드가 한 사람의 신분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경기 불황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고급 브랜드가 잘 팔려나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 시장에 활발하게 등장했던 주요 국제적 브랜드 중 몇몇은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시절보다 한층 더 악화된 경기 침체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삼성과 모토로라의 모스코바 법인은 판매 실적 저조로 철수하고 말았다. 러시아 맥주 브랜드 발티카(Baltika)를 소유하고 있던 덴마크 맥주회사 칼스버그(Carlsberg) 역시 금년 수요가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그림3. 4. 러시아의 고급 초콜릿 브랜드, 코르쿠노프(Korkunov)의 제품들(좌)과 러시아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럭셔리 식품, 캐비어

 

공산주의에서 소비자중심주의로
한편, 높아져가는 브랜드 의식은 러시아 자국의 브랜드를 지역 시장에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하기도 한다. 액세서리 같은 사치품의 경우에는 신분 표현에 대한 욕구로 서구 브랜드에 눈을 돌리겠지만, 다른 분야, 특히 식품 분야에서는 서구에서 수입된 포장 식품보다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다.
“러시아인들은 서구의 식품 브랜드를 경계하는 측면이 있어요. 대량생산될 뿐만 아니라 방부제와 화학조미료를 잔뜩 넣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카우프만의 설명이다.
“식품 분야에서는 지역적이고 전통적인 것이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메이드 인 러시아’ 꼬리표가 잘 먹히지 않지요. 대부분은 서구의 경쟁 상품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취급됩니다.”

대조적이게도, 러시아의 전통 음식에 대한 서구의 인식은 품질이 저열하다는 것이다. 사실 러시아에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 준 것은 다름 아닌 보드카다. 또한 국영석유회사 타트네프트(Tatneft)와 천연가스회사 가스프롬(Gazprom) 같은 에너지 브랜드들, 뿐만 아니라 캐비어라든지 부유한 과거 제국주의자와 같이 더 전통적이고 러시아적인 관념들을 먼저 꼽을 수도 있다. 그러나 1999년 설립된 고급 초콜릿 브랜드인 코르쿠노프(Korkunov)라든지 코스메티카 XXI(Kosmetika XXI) 같은 화장품 브랜드처럼 자국과 외국에서 동시에 가능성을 가진 브랜드도 있다.

아마도 러시아 중산층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소비자들이 스스로의 신분과 지위를 브랜드를 통해 입증하려 하는 한, 러시아 시장은 서구의 고급 브랜드에 계속해서 중점을 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경제 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이따금 과거에 대한 향수로 자국의 전통 브랜드를 찾기도 한다. 견실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구한 전통을 좀 더 현대적인 자연스러움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좋은 입장에 있다. 그리고 이를 더 다양한 브랜드 애호가들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비록 지금은 힘든 시기일지 모르나, 분명 러시아는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는 BRICs 국가다.

 
 

 

멜리사 데이비스(Melissa Davis)

트루브랜딩(Truebranding) 디렉터. 데이비스는 브래드 전략에 관한 자문을 글로벌 기업에게 제공한다. 그녀는 “이름 그 이상의 것 : 브랜딩의 이해 More than a Name : an introduction to branding(AVA Books, 2005)”와 “브랜딩의 기초 The Fundamentals of Branding(AVA Books, 2009)”의 저자이기도 하다.
melissa@truebranding.co.uk
 

Tag
#럭셔리 #캐비어 #브랜드 #멜리사 데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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