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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itag, 헌 제품에 새 아이디어를 입히다

 

트럭 짐칸의 외피 천막, 승용차의 에어백, 안전벨트, 그리고 자전거 바퀴의 튜브... 이런 것들이 과연 그들의 창조된 목적을 다 한 후 다른 용도로 쓰인다면 어떤 모습일까?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것들이 가방이란 이름으로 재탄생 되리라는 것을.

  

 오늘의 화제는 서두에서 던진 이야기로 짐작 할 수 있다시피, 프라이탁 (Freitag) 가방이다. 이미 유럽 시장에서는 커다란 성공을 거둔 이 브랜드를 이곳 독일의 일상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키니진에 컨버스화, 형광 프린트 티셔츠를 입고 얇은 머플러를 두른 젊은이가 지하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자신의 프라이탁 크로스백을 주섬주섬 챙기는 장면을 수 도 없이 보아왔고 물론 간간히 만나는 중년의 남성이나, 유모차를 밀고 있는 젊은 여자의 어깨에도 트럭덮개로 만든 현란한 색의 가방이 걸려있다.

   

 

 

가방이 되기 전, 이 트럭덮개는 어느 도로 위를 달렸을까?

 

  

이렇게 각양각색으로 사람들의 어깨에 걸려있는 프라이탁 가방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어떤지 알아보자.

 

 

 

 

기상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트럭 덮개가 5년에서 8년 사이에 교체된다고 한다. 이렇게 쓰레기가 될 뻔한 트럭 덮개들이 프라이탁의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된다.

 

 

 

 

이렇게 수집된 트럭 덮개는 작은 조각들로 절단된다. 불필요한 부분들이 이때 모두 제거된다.

 

 

 

 

 전단된 트럭 덮개들은 대형 세탁기로 옮겨져 깨끗하게 세척된다.

 

 

 

 

몇 가지 다른 모델들의 탬플래이트를 사용해 가방의 모양을 갖추기 위해 재단된다.

 

 

 

 

이 때 정확한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정확히 재단된 트럭 덮개와 자전거 바퀴의 튜브, 자동차의 안전벨트가 합쳐진다.

 

 

 

 

 

이렇게 하나의 프라이탁 가방이 만들어진다.

 

 

재활용 재료를 활용한 제품은 이미 여러 번 시도된 바 있다. 필자도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여섯 자리 숫자의 조합으로 시작하는 청바지 브랜드에서 나온 폐타이어 고무 가방을 메고 다녔던 적이 있는데 무지하게 무겁고, 고무 냄새가 나고, 자칫 잘못해서 흰 벽에 닿기라도 하면 검정 타이어자국이 벽 곳곳에 남게 되곤 했던 기억이 있다. 재활용 가방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은 여기까지. 이제 왜 이토록 사람들, 특히 유럽의 젊은이들이 이토록 프라이탁에 열광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려한다.

 

사람들은 흔히 최초라는 이름에 큰 값어치를 메긴다. 여자 피겨 최초로 200점의 벽을 돌파한 김연아 선수 (거기에 예쁘기까지 하다), 세계 최초 스마트폰이 그렇듯, 처음으로 상업적으로 제작된 재활용 소재의 가방인 프라이탁에도 비슷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다른 이들 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산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정말 세계 최초, 혹은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자원들을 재활용한다는 이유로 몇 십만원을 지갑에서 꺼낼 수 있을까? (사실 유럽에서는 한국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지만 여전히 재활용품을 사며 지불하는 가격치고 저렴하다고 할 수 없다.) 분명히 ‘나는 지구를 지키고 있는 착한 사람’이라는 말은 이 가방에 쓰여있지 않다. 그렇다면 그리 가볍지 않은 액수를 지불하면서라도 사고 싶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 전 일이다. 이곳 뮌헨에도 어김없이 여름이 왔다. 원래 독일의 여름 날씨는 한국의 그것처럼 그리 덥지도, 습하지도 않다고 하는데, 이상하리만큼 예년과 다른 여름이라고들 한다. 어찌됐든 여름을 맞이해서 맘에 드는 프린트 티셔츠를 사기로 결심한 필자는 비교적 비싼 액수를 지불하고 보라색 반팔 티셔츠를 샀다. 그런데 기쁜 마음으로 새로 산 셔츠를 처음으로 입고 친구들과의 약속에 나가던 날, 같은 옷을 입고 걸어오는 독일 남자를 봐버리고 말았다. 애써 의식 하지 않으려 했지만, 9등신에 가까운 우월한 몸매를 가진 그 친구와 눈이 마주쳐 버린 것이다. 이곳에 온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독일 맥주와 소시지로 다져진 아랫배를 가지고 권상우와 나란히 벌거벗고 선 기분이었다고 하면 조금 비슷할까?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에도 프라이탁 가방, 심지어 지갑까지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 한 친구가 프라이탁을 예찬한 말을 빌려 결론을 내릴까 한다. “Everybody has Freitag, but nobody has mine.” 모두가 프라이탁을 가질 수 있지만, 누구도 나와 같은 프라이탁을 가질 수 없다.

  

아, 잊을 뻔 한 중요한 팁. 프라이탁 가방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위한 좋은 정보, 망가진 프라이탁을 본사로 보내면, 무상으로 새것처럼 (사실 새것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가방이지만) 수선해 준다고 한다. 물론 전과 같은 패턴일 리는 없지만...

  

사진 출처) www.freitag.ch

  

리포터 소개

 

리포터 양성철은 독일 뮌헨의 디자인 에이전시, Pilotfish GmbH (www.Pilotfish.eu)에서 Industrial Designer로 일하고 있다. 그는 유럽에서 디자이너의 삶을 시작한 지 3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하루하루 겪는 디자이너의 일상들이나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지만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보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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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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