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디자인 트렌드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남자로 사는 법 _ 나조영

남자로 사는 법


글 나조영


우리 시대의 남성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최근 종영된 한 드라마는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던 남성상을 공공영역에서 드러냈다. 물론 그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의 한국형 리메이크 버전이기도 했지만, 여기에서 재현된 주인공 남성의 모습은 90년대 이후 조금씩 변화되어온 한국 남성의 이미지에 대한 어떤 획기적인 전환을 드러내는 것 같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그 드라마에 등장한 주인공을 ‘초식남’이라고 지칭하면서, 그의 외모 가꾸기에 집중하고 있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것은 한국 남성들이 드디어 자신의 사적인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는데 있을 것이다.

한국 남성들은 언제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경향이 강했다. 혈연관계 속에서 남성은 자신의 존재를 아버지, 아들, 삼촌과 같은 이름으로 드러낸다. 아버지는 아버지일 뿐이고, 아들은 아들일 뿐이다. 삼촌은 좀 다른 것 같긴 하지만, 삼촌이 보여주었던 그 방만한 개성과 태도는 임시적인 것일 뿐이다. 삼촌도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생활하면서 평범한 아버지의 궤도에 진입한다. 우리는 아버지 개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단지 밖에서 돈을 벌어 우리를 먹여 살리지만, 엄청 권위적인 존재로만 인식할 뿐이다. 아버지가 어떤 색깔을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먹으며,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 아버지 역시 그런 것들을 밝히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이러한 태도는 사회적 관계 속으로 확장된다. 대부분 남성들은 후배이거나 선배 혹은 동기, 상사이거나 부하로 인식되고 평가될 뿐, 그가 어떤 취향의 사람인지 잘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고, 스스로도 자신의 취향과 문화를 섬세하게 표상하러 들지도 않는다. 사회에서 생존의 문제가 강조되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면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자 하기 보다, 학교 군대 회사와 같은 사회 조직 내의 관계망 속에서 자신이 점유할 위치를 찾고, 그 자리에 걸 맞는 모습으로 자신을 표상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자신의 취향은 삭제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취향을 개발하고자 하는 의지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남성들은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말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초식남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문제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어머니나 아내 혹은 여자친구가 사다 주는 팬티를 입던 남성들이 드디어 스스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혹은 선호하는 팬티를 사다 입기 시작한 것이다. 거리를 나가 보아도 화려한 남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려하다는 것이 예전처럼, 하얀 양복을 상하로 맞춰 입고 백구두를 신어 머리에 뽀마드를 바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개성을 패션의 형태로 표상하고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는 그들의 의상에서부터 액세서리에 심지어 향기에 이르기 까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군부대에서 가장 일독되는 잡지들 중 하나가 시사잡지가 아니라 남성 패션잡지라는 것은 또한 이러한 변화를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패션을 통해서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이러한 남성들의 태도변화는 생활용품에서 자동차, 주택 등에 까지 이르며 이것은 비단 소비재의 선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까지 확장되는 듯 하다. 예전의 입신양명과 같은 성공을 향한 자신의 삶을 상상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과 태도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의 형식으로 변화되고 이로서 삶의 기쁨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욕망으로 변화되고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초식남’은 어떤 유형의 한 징표일 뿐, 삶의 취향과 태도를 드러내는 모든 남성들이 ‘초식남’이라는 이름으로 일반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7월 통계로 보는 서울 남성의 삶을 발표했다. 이 통계에서 보여주는 서울 남성의 삶은 최근의 경제 위기를 매우 직접적으로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남성들 스스로 삶에 대한 자신들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 남성은 서울 전체 인구의 49.6%를 차지하는데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더욱이 25세에서 54세까지 경제활동의 주축을 이루는 남성인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해야 할 남성들이 학업과 구직활동과 같은 문제로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25세에서 34세 남성 중 68.0%가 미혼인 상태로 있으며, 이러한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지표는 결혼 적정기의 남성들이 구직이 안 돼서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결혼에 대해서 남성들의 인식이 변화되고 있음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

남성 취업 연령은 해마다 높아져 20대 후반의 남성 취업자는 2000년 16.3%에서 2008년에는 11.7%로 낮아졌다. 직업별 비교에서도 대부분 서울의 남성 31.6%가 전문 관리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그 뒤로 기능 기계 조작 종사자, 서비스 판매 종사자 등이 있다. 여성의 경우 서비스 판매직이 가장 많은 것과 비교된다.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직업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평균적으로 만족은 38.9%, 불만족은 11.5%이다. 그러나 서울 직장남성들의 79.9%가 직장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고, 17.4%는 매우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건강에 대해서는 60.5%가 자신의 건강은 좋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건강에 대한 관심은 계속 증가해서 규칙적 운동을 하는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정기건강검진 실천율 역시 증가하고 있다. 반면, 사망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다소 아이러니컬 한데, 자신은 건강하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험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주요 사망원인으로는 암 질환이 가장 높고, 뇌혈관 질환과 심장질환이 그 후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성들은 점점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으며, 자신이 하층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24.8%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아들이 노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도 2002년에는 27.7%였으나 2008년에는 6.9%로 현저히 낮아졌다. 외모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해서, ‘외모를 가꾸기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물은 결과, 22.9%가 동의하고 있으며 46.7%는 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2007년도의 동일한 질문에 대한 응답률과 비교해 보면 점차 성형수술에 대해서 관대해 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의율 16.6→22.9% / 비동의율 59.6→46.7%) 연령별로는 20대의 경우가 33.4%로 가장 높았다.


나조영_문화연구 및 문화 인류학 전공. paul.jy.nah@googlemail.com

문화 인류학적 시각으로 동시대 사회문화현상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을 즐긴다. 모든 트렌드에 대해서 호기심이 있지만, 그 트렌드를 쫓아 가기 보다 사회 문화를 분석하는 틀로 삼고자 할 뿐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해서 디자이너가 적용 전유 가능한 또 다른 시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Tag
#남자 #초식남 #취향 #조직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