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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낳은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빌 모그리지 타계

쿠퍼휴잇 국립 디자인 박물관장, IDEO의 공동 설립자, 최초의 노트북PC 디자이너, 인터렉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의 개념과 용어를 탄생시킨 인간 중심 디자인의 선구자, 빌 모그리지 (Bill Moggridge, 1943-2012)가 지난 9월 8일 암으로 사망했다. 빌 모그리지는 특히 이달 20~21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제 2회 ’Re-imagine! 헤럴드디자인포럼 2012’에 연사로 나설 계획이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다고 통보해왔었는데, 이날 타계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디자이너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였다. 여러 디자인관련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서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으며, 쿠퍼-휴잇 박물관은 성명을 통해 “빌 모그리지는 통찰력과 혁신을 겸비한 아이디어와 활기찬 우애를 바탕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애도했다. 


스미소니언 쿠퍼휴잇 디자인뮤지엄의 빌 모그리지 애도 페이지


IDEO 홈페이지 초기화면. 

빌 모그리지는 ‘인터랙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인터랙션 디자인의 핵심은 ‘인간 중심’의 다자인 이다. 디자이너는 제품이나 서비스, 그리고 사람들 간에 일어나는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 이를 조금 더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공학(Human Factors)을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접목시켜 스크린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용이하게 하고자 하였고, 이는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라는 개념으로 급속도로 발전되었다.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수많은 디자인 용어들, “사용자 중심 디자인 (User Centered Design,)”, “인간 중심 디자인(Human Centered Design)”, “사용자 경험 디자인 (UX(User experience) Design)” 등은 모두 인터랙션 디자인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는 그의 철학을 이해하면 왜 그가 기존의 무거운 데스크탑을 벗어나 가볍고 휴대하기 편리한 랩탑 ‘그리드 컴퍼스(Grid Compass) 1101’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는지 알 수 있다.초기의 ‘휴대형’ 컴퓨터는 11.7kg의 재봉틀 크기였다. 그러나 5.4kg의 스크린을 뚜껑처럼 접었다 펴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그리드 컴퍼스는 1982년 당시 많은 화제를 모으며 진정한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었다. 당시 가격이 8150달러나 나가는 초고가로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판매되지 않고 NASA와 U.S. Military(미군)에서 주로 사용되었다. 내구성 강한 마그네슘 케이스의 성능을 인정받아 1985년 디스커버리호의 우주 탐사 때에 사용되기도 하였다. 이후, 노트북의 크기는 놀랍게 작아졌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디스플레이와 키보드가 조개껍데기(clamshell)처럼 열리는 기본 원형은 크게 바뀌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1982년에 디자인한 세계최초의 랩탑컴퓨터 Grid CompassCompass computer for GRiD Systems.
© Cooper-Hewitt, National Design Museum, Smithsonian Institution

빌 모그리지는 “디자인이란 하나의 상품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라고 말한다. 이런 철학은 그가 창립한 미국 최대 디자인컨설팅회사 IDEO의 작업 방식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다.
IDEO는 1991년 빌 모그리지의 ‘ID Two’, 데이비드 켈리의 ‘David Kelly Design’, 마이크 누탈의 ‘Matrix Product Design’이란 3개의 디자인 회사의 합병으로 설립되었다. 휴먼 디자인 분야에 장점을 지닌 ‘ID Two’, ‘Matrix Product Design’’과 엔지니어링 분야에 강점이 있던 ‘David Kelly Design’’의 결합으로 IDE는 기술과 디자인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었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와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사무소 등에서 직원 500명을 거느리고 있으며,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펩시콜라, P&G와 같은 글로벌기업과 삼성, LG, SK텔레콤 등과 같은 국내 유수의 기업에 디자인 및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First production mouse for Lisa and Macintosh, Apple © IDEO
First ergonomically designed computer mouse, Microsoft © IDEO


IDEO는 팀 작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이 팀은 뚜렷한 목표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되고 해산되는 형태를 지닌다. 고객의 잠재적 욕구를 관찰하고,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최고의 아이디어를 창조해내며, 이것을 바로 프로토타입 (prototype: 원형 혹은 시제품)으로 구체화시킨다. 프로토타입 과정을 통해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나 보완점을 찾고,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실행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디자인이 완성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IDEO는 컴퓨터 기기에서부터 의료기기, 어린이 용품까지 다양한 분야의 제품 개발에 큰 역할을 해왔다. 애플의 최초 마우스(1980년), 팜 개인휴대정보기(PDA), 로지텍의 트랙볼, 오랄비 치솔, 스틸케이스 의자등을 비롯해 수많은 혁신적인 제품들이 IDEO를 통해 탄생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는 삼성전자와 PC, 가전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삼성전자와 IDEO의 공동 작품인 3개의 관절이 있는 LCD 모니터는 최적의 인체공학적 설계로 큰 주목을 받았다. 



Design Partnership for Samsung © IDEO


최근 IDEO는 지역사회 디자인, 지속 가능성, 전세계의 저소득 집단을 위한 사업과 같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2008년에 디자인한 정수기 자전거 아쿠아덕트 (Aquaduct Concept Vehicle)는 개발도상국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제품이다. 페달을 밝으면 펌프가 작동해 자전거의 물이 정화되는 효과를 낸다. IDEO는 아쿠아덕트 뿐 만 아니라 일본의 자전거 부품업체 시마노와 협력해 인간친화형 자전거를 만들기도 했다. 시마노는 자전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날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자전거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디자이너, 심리학자, 공학자, 마케터 등 다양한 배경의 IDEO 직원들이 끝없이 소비자들을 관찰하고 연구한 끝에 핸들을 높이고, 자동기어를 장착하며, 기어 몸체를 안으로 숨겨 기름때 걱정을 제거한 자전거를 만들어냈다. 


Aquaduct Concept Vehicle ©  IDEO


Coasting Bicycle Design Strategy for Shimano © IDEO


인상적인 사실은 디자인 기업인 IDEO의 최근 몇 년 동안의 작업들을 보면 단순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컨설팅 및 자문의 영역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 회사로써 쌓아온 고객에 대한 분석 방법을 이용하여 기업의 이미지 제고 및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활용하고 있다. 현대의 디자인은 단순히 기업이 제품의 겉모양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수요와 경험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 IDEO는 디자인 회사라기보다 컨설팅 회사에 가깝다. 1990년대에는 IDEO 역시 우리에게 디자인을 의뢰하는 기업을 위해서만 디자인했다. 하지만 2000년 들어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에 디자인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디자인해야 할지, 왜 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등을 우리가 먼저 제시하거나 조언하는 일도 빈번하다.” (이순종 교수와의 대담 중에서, 2009년 5월, 동아비즈니스리뷰 )


Retail Brand & Strategy Service Model for Converse © IDEO

IDEO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디자인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다양한 인력 구성 및 활용에 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분야를 잊은 채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고객의 잠재적 욕구까지 반영한 세심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 인재들은 단순히 자기 분야에서만 전문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폭넓은 통찰력을 갖춘 사람들이어야 한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분야가 긴밀히 결합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그리지는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라고 부르며, 최근 디자인 경영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인간을 이해하는 디자인과 제품을 만들려면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인재들이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IDEO에 디자인이나 공학 전공자뿐 아니라 심리학, 생물학, 인류학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존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빌 모그리지


"과거에는 건축가나 그래픽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전담했다면 이제는 경영자, 엔지니어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섞인 팀이 앞선 디자인 사고를 할 수 있다. 이른바 융합적인 팀(interdisciplinary team)이다. 이러한 팀은 감성적 디자인 프로세스를 이끄는 데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직업 디자이너들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을 해왔다면 이러한 팀은 변화를 의식하면서도 소비자의 감정을 잘 읽어낼 수 있다.." ([Hello Guru] 살고싶다면 디자인하라. 2011년 10월, MK뉴스 인터뷰)  


모그리지는 소비자의 감성을 최대한 잘 읽어낸 사례로 애플의 사례를 자주 든다. 애플은 제품의 디자인 자체가 혁신적이라 성공한 것이 아니라, 아이튠스(itunes)라는 온라인 음악판매 채널을 통한 컨텐츠와 빠른 윈도 버전 출시와 같은 주변 환경이 디자인과 하나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성공한 기업은 단순히 제품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그 주변 환경의 변화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One of many collaborative design session in IDEO’s Munich office © IDEO

모그리지는 2010년부터 스미스소니언 쿠퍼-휴잇 디자인 박물관 (Smithsonian Cooper-Hewitt, National Design Museum) 관장으로 재임하며 미술관 리노베이션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세계 여러 곳에서 디자인 강의를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1988년에 영국 왕실에서 최고의 영국 디자이너에게 주는 RDI(Royal Designer for Industry) 칭호를 받았고, 2009년에 미 백악관으로부터 디자인 부문 평생공로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영국의 가장 권위 있는 프린스 필립 디자이너 상(Prince Philip Designers Prize)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모그리지는 스스로 그의 경력을 3단계로 정의한다. 초기 20년은 10개 나라에서 그리드 컴파스와 같은 하이테크 제품들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였다면, IDEO의 설립 이후에는 디자인팀의 리더로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팀을 훈련시키고 고객을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마지막으로 2000년부터는 커뮤니케이터로서 일상에 있어 디자인의 가치를 설파하는 연설가로 살았다. 디자이너라면 꼭 한번 읽어 봐야 할 그의 저서와 강연을 소개한다.

 
 
 

Design Interactions (2006)
인터랙션 디자인 발전의 주요 사건과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엮은 ‘인터랙션 디자인’의 바이블로서인터랙션 디자인의 기본 개념과 빌 모그리지의 디자인 철학이 담겨있다 .비즈니스위크지가 선정한 `2006년 최고의 혁신과 디자인 10가지`(10 Best Innovation and Design Books of 2006) 에 선정되었으며, 아래 사이트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www.designinginteractions.com

Designing Media (2010)
전통적인 미디어 (TV,라디오,신문,잡지) 와 새로 급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와의 관계에 대한 통찰력 있는 해석이 돋보이는 최근 저서. 미디어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어 왔으며,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소비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기술하고 있다. 아래 사이트에서 인터뷰 동영상과 책 내용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www.designing-media.com

 
1. “What is Design?”, Smithsonian Design Institute, 2010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 디자인 프로세스,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디자인 환경에 대한 강연


2. “Designing Interactions”, 스탠포드 대학의 HCI 세미나, 2007
그의 저서 Designing Interactions와 인터렉션 디자인에 대한 강연


3. “04 Insight In, Creative Out”, 현대카드 슈퍼토크, 2011년
현대 디자인에서 스토리텔링의 역할, 인터렉션 디자인이란 무엇이며, 
디자인적 사고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강연




4. “Bill’s Design Talks”, 쿠퍼휴잇국립디자인박물관, 2010-2012
“I’ve always been interested in trying to understand people. I think that’s part of design.”:
모그리지가 디자인계의 인사들을 초대하여 디자인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하면 진행한 시리즈물
www.cooperhewitt.org/remembering-bill/bills-talks

5. 관련인터뷰
[Hello Guru] 살고싶다면 디자인하라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1&no=683564

[DBR]美디자인 컨설팅사 ‘아이디오’ 창업자 빌 모그리지
www.dongabiz.com/DBRPool/Economy_express/?article_id=2008053100000016


* Share Your Memories at www.billmoggridge.com



Tag
#IDEO #빌 모그리지 #인터랙션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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