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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프로덕션디자인

프로덕션 디자인 분야가 귀에 익숙해진 지는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프로덕션 디자인이란 영화의 전반적인 시각적 디자인을 말한다. 세트, 소품, 분장, 의상 등 영화 속 미술을 통틀어 지칭하는 프로덕션 디자인은 아트디렉터가 그 중심에 있다. 미술감독이란 단어와 혼용되는 아트디렉터는 영화의 아트워크와 시각적 볼거리의 총책임자다. 방송 현장에서는 프로덕션 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조직적으로 체계화되지 않고 발전, 진화 단계에서 망설이고 있다. 현재 적지 않은 미술, 디자인전공자들이 프로덕션디자인, 아트디렉터, 혹은 방송미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 단비처럼 쏟아지는 한국영화들 중 화제가 되고 있는 두 편의 프로덕션 디자인에 대해 낱낱이 알아보았다.

<고고70> 1970년대


‘현대 젊은이들이 소울(soul)을 가지길 바란다’ 영화 <고고70>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두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하나는 영화의 철학을 전달하는 ‘소울뮤직’이고 또 하나는 19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말하는 시각적 볼거리다.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있는 듯 생생한 공연 신은 대중들이 <고고70>에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일조했고, 조근현 미술감독의 섬세한 손길은 관객들이 1970년대의 소울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영화는 1970년대 시대를 풍미한다. 영화는 대한민국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이 시대를 보다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장발머리와 나팔바지를 입은 ‘데블스’의 멤버들과 파격적인 미니스커트, 형형색색의 의상을 자랑하는 ‘와일드 걸즈’는 1970년대 분위기를 만끽하기 충분한 인물이다. 사실 영화 초반 기지촌에서의 멤버들은 각자의 스타일 없이 스카프와 몇 가지 장식으로 치장했다. 그리고 ‘데블스’가 결성된 영화의 중반부부터는 술 달린 의상, 화이트 정장 등 화려하고 과감한 패션을 보여준다. 특히 의상팀은 영화에 등장하는 150명의 고고족의 스타일을 일일이 세팅해, 영화의 디테일을 살렸다.

<고고70>의 미술감독 조근현은 <라듸오 데이즈> <음란서생> <형사> <장화, 홍련> 등 영화 속에서 뚜렷한 색채와 감각으로 시대를 재현해왔다. 그는 영화를 통해 미술의 역할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말없이 증명해 왔다. 조근현 미술감독은 <고고70>의 시대적 배경인 70년대를 재현하기 위해 고증에 얽매이기보다 감독 나름의 상상력과 감각을 살려 <고고70>만의 70년대를 창조했다. 그래서 철저한 사실 확인, 재현보다는 감독의 머릿속에 그려진 1970년 대한민국이 <고고70>에 담겨있다.

70년대 고고클럽을 재현하기 위한 감독과 스태프의 노력이 역역하다. 생생한 공연 신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의 모든 배경은 로케이션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극 중 ‘데블스’가 화려한 무대를 펼치는 클럽 ‘닐바다’는 90년대 젊은이들의 메카였던 나이트클럽 ‘줄리아나’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현재 휴업 중인 ‘줄리아나’에 열반이라는 뜻의 ‘닐바다’ 간판을 걸로 황금색 부처상을 비롯해 만국기, 전구, 조명 등 70년대 분위기를 풍기는 소품들을 채워 넣었다. 다행히 기존 ‘줄리아나’에는 무대가 마련되어 있어서 비교적 쉽게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었지만, 70년대의 건축 재질은 현재와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천장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모두 고쳐야 했다.

불과 30여 년 전이지만 70년대의 건물과 소품들은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사라진 옛 것들을 다시 영화 속에 끌어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현장감과 사실감을 살리겠다는 제작진은 조금이나마 70년대의 분위기가 남아있는 곳을 찾아 움직였다.

극 중 조승우와 차승우가 첫 대면을 하는 기지촌 골목은 부천 계수동에 위치한 고층 아파트 사이 골목길이다. 200m가 넘는 이 가파른 골목을 70년대로 옮겨오는 것은 큰 작업이었다. ‘데블스’의 실제 리더가 묘사한 기지촌의 모습을 바탕으로 미술팀은 새로운 기지촌 골목을 탄생시켰다. ‘데블스’가 묵는 ‘오복여관’은 서울 이화동 좁은 골목에 위치한 건물이다. 또 홍제동의 목욕탕, 한강 철교 아래 갈대숲, 전주의 구치소 건물 등은 젊은 관객들에게 70년대라는 시대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조근현 미술감독이 또 하나 심혈을 기울인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시각 매체들이다. 길거리 벽보, ‘주간서울’ 잡지, 건물 간판 등 작은 폰트 하나에도 70년대를 담았다.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타이포는 당시 자료를 토대로 탄생했다. 공연문화가 활성화되기 시작하고 각종 밴드 대회가 범람하던 시기, 1970년대에는 포스터, 광고 등 시각적 디자인도 왕성히 발전했다.

<모던보이> 1930년대


최호 감독이 1970년대를 재현했다면 정지우 감독은 1930년대를 옮겨왔다. 1930년 조선총독부 1급서기와 매혹적인 독립운동가의 사랑을 그린 <모던보이>는 완벽하게 재현된 일제강점기 경성의 모습에 넋을 잃게 한다. 1930년은 신식과 구식, 친일파와 독립운동가가 혼재하는 어지러운 시대였고, 결과적으로 변화의 과도기에 선 조선은 뚜렷하고 일정한 문화적 색체를 띠지 않았다.

영화의 중심은 일제강점기라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배경과 ‘사랑’이라는 개인적 감정의 갈등이다. ‘사랑’을 연기하는 김혜수와 박해일의 연기력은 물론, 또다른 주인공 ‘시대’를 보여주는 영화미술은 영화의 성패를 움직일 수 있었다.

제작진은 경성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전문가들을 초빙해 세미나를 열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실적 고증을 바탕으로 근대 경성을 재현했다. 철저히 로케이션에서 이루어졌던 <고고70>과 다르게 <모던보이>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경성의 거리를 담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의 로케이션과 CG를 적극 활용 되었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일본인들의 거리였던 본정과 명치정, 남대문로다. 또 해명(박해일)의 직장이기도 한 조선총독부(현 경복궁 위치)와 미쓰코시 백화점(현 신세계 본점 자리), 경성역(현 서울역), 숭례문, 명동성당 등 당시 경성의 랜드마크들이 등장한다.

당시 ‘남대문통’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던 남대문로. 보신각에서 시작해 경성역, 현재 서울역까지 이어지는 남대문로는 금융의 중심이자 서양식 고층 건물들이 들어선 근대화의 거리였다. 미쓰코시 백화점의 옥상 레스토랑에서 해명(박해일)과 난실(김혜수)이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완벽히 재현된 남대문통의 화려한 야경이 등장한다.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상류층과 일본인이 유흥을 즐기던 명동은 경성 제1의 번화가였다. 영화 속 난실(김혜수)이 일하는 ‘문화구락부’와 ‘삼성양장’이 위치해있다. 명동의 화려함과 상반되는 곳, 종로는 조선인의 거리다. 영화 속에서는 해명(박해일)이 잡혀가는 종로경찰서와 백상허 탐정사무소가 등장하는 배경이 종로다.


극 중 해명(박해일>의 자동차는 ‘모리스8’이다. 국내에 개인소장가의 소장품으로 유일하게 남은 ‘모리스8’은 영국 Morris사의 1936년도 모델이다. 동시대물에 상투적으로 등장했던 검정 포드를 피하고자 집요하게 찾던 끝에 시대가 맞고 운행까지 가능한 ‘모리스8’을 찾아냈다.


해명(박해일)의 집은 미국식 주택으로 당시 엔틱 가구 및 소품, 컬러풀한 패브릭과 부분적으로 다다미 소재를 이용해 공간을 꾸몄다. 신문물이 들어왔던 당시의 경향을 반영해 냉장고, 토스트기, 전기발열기구 등 당시 모델들로 구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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