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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상상력, 디자인 창의력 키운다.





글 쓰는 사람들은 제목만 좋으면 어떤 글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작가들은 이 말에 대해서 강한 부정도 절대 긍정도 하지 않는다. 때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가 받은 원고 제목은 ‘ 인문학적 상상력, 디자인 창의력을 키운다’였다. 처음 이 제목을 받았을 때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서 하루면 쓰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 인문학적 상상력’과‘ 디자인 창의력’이 어떤 인과 관계가 있는지 막상 ‘글’로 쓰기까지는 두 주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예전에 ‘ 브랜드 인문학과 인문학적 브랜드’라는 주제로 6개월 동안 연구하고 인문학자 40명과 만나서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렇게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 브랜드 인문학이란, 브랜드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주는 학문’이며 ‘ 인문학적 브랜드는 인간의 가치를 브랜드의 목적으로 삼는 브랜드’이다. 이처럼 브랜드와 인문학을 융합하려는 이유는 브랜드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브랜드와 인문학은 마치 하나의 안경에 있는 두 개의 렌즈와 같다. 그 이유는 인문학이 인간에 관한 인간을 위한 학문이고, 브랜드도 인간에 의해서 그리고 인간을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두 분야는 모두 인간이 주제이자 목적이다. 따라서 브랜드 인문학은 수천 년에 걸쳐 내려오는 동안 변하지 않았던 인간의 그것을 브랜드 관점에서 연구한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가에서 시작된 학문이 브랜드라면, 브랜드 인문학은 인간이 어떤 것을 원해야만 하는가?, 인간이 어떻게 인간다워야 하는가? 에 관한 브랜드의 대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대답한 인문학의 가치로 브랜드를 만든 것이 인문학적 브랜드이다.


그렇다면 브랜드 인문학과 인문학적 브랜드에 있어서 ‘ 인문학적 상상력’과 ‘디자인 창의력’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 인문학적 상상력과 디자인 창의력’은 브랜드 인문학과 인문학 브랜드를 세우는 근본 축으로서, 생각을 상품으로 구현하는 실질적인 힘이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스티브 잡스는 타계했지만, 아직도 여러 분야에서 ‘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경영자들은 인문학이 돈이 안 되는 학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돈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이토록 열망할까? 구글에서 당장 도움이 안 되는 인문학자들을 뽑을 이유가 있었을까?


인문학과 경영학이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희귀한 일이 아니다. 이미 경영의 대가였던 피터 드러커도 “ 뛰어난 경영학은 인문학에 가깝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왜 경영에서는 인문학을 탐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자신이 지금까지 불렀던 불특정 다수-무감정 보유자인 ‘ 소비자’를 자신과 똑같은 ‘ 사람’으로 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경영학에서 대답하지 못할 질문을 만들어 보자. 브랜드 런칭과 영업 계획을 짜는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면 상상력의 차이와 차원을 구분할 수 있다.

“ 당신의 이웃이 누구인가?”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하라고 하면 이렇게 물어보자.
“ 그러니까 ‘ 소비자’라고 부르는 당신의‘ 이웃’은 누구이며, 지금 만든 상품은 이웃의 무엇을 위해서 만들었습니까?” 그리고“ 왜 당신의 이웃은 이것을 사야 합니까?”
불특정 다수를 위한 디자인과 나의 이웃을 위한 디자인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소비자와 이웃은 차원이 다른 관계다. 인문학적 상상력이란 나의 이웃의 지갑을 뒤지는 생각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경외심과 친밀감에 대한 순수한 ‘ 감정’이다.





브랜드 탄생에는 수많은 이유와 목적이 있다. 성욕처럼 생존을 위한 본능에 의해서, 자신의 꿈을 위해서, 자기 가치를 위해서, 자기의 성장을 위해서, 사회 참여 등을 위해서 브랜드를 만든다. 아이들을 보면 부모를 알 수 있는 것처럼, 시장에 나온 브랜드를 보면 브랜드 생산자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시장에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인간의 욕망과 필요를 부추기는 브랜드부터 인간의 창의력과 가치를 보여주는 브랜드가 있다. 그러나 수만 개의 브랜드 중에 이웃을 위해서 만든 브랜드는 몇 개가 있을까? 우리는 스마트폰을 쓰면서 나를 위해 만든 내 이웃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가?


인문학의 대표적인 분야는 소위 문사철이라 일컫는 문학과 역사, 철학이다. 달리 말해 인문학은 현재의 삶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인간의 존재와 관계된 학문이다. 그래서 인문학의 바탕은 인간과 삶이요, 그 방법론은 이해와 해석이며, 그 목적은 의미와 진리를 파악하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인문학은 실존적이며 공동체적이고, 과거와 미래를 현재에서 성찰하고 해석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인문학에서 인간은 주체이자 객체다. 인문학은 자연과학과 달리 인간에 의한 학문이면서 동시에 인간에 관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현재의 인간에 대한 이해와 해석 행위를 체계화, 개념화한 것이 인문학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하겠다. 브랜드 인문학은 브랜드가 상품(Commodity)을 넘어선 아이덴티티(Identity)로 규명되고, 이것이 확장되어 일종의 이념(Ideology)을 위한 상징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연구한다. 이것이 인문학적 상상력이다.


‘ 인문학적 상상력, 디자인 창의력’이라는 주제를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살펴보자. 먼저 이 주제에‘ 인문학적’과‘ 디자인’을 빼버리면 두 개의 단어를 볼수 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남극의 펭귄이 인간과 이야기하고, 날개를 달고 있는 인간이 물속에서 헤엄치는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이다. 하지만 독창성, 창조성, 창발성 그리고 혁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창의력은 상상력과 다르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구별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준은 ‘ 가치’다. 그렇다면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한 디자인 창의력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상상을 가치 있게 만드는 상상력이 바로 디자인창의력이다.



앞서 말했듯이 여기서 ‘ 가치’는 개인의 흥미가 아니라 이웃들의 가치를 말한다. 창의적 디자인에 대해서 이웃들이 가치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 의미(意 뜻의, 味 맛미)’를 가지게 된다. 의(意)는 소리 음(音)과 마음 심(心)이 결합한 단어다. 그래서 한자의 의미를 풀어 본다면 ‘ 마음의 소리를 맛보는 것’이다. 오늘날 디자이너를 눈에 보이는 미(美)만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상품의 디자인에서 소리를 맛보는 미(味)를 찾아야 한다.


디자인 창의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아야 한다. 사람의 가치를 다룬 것이 바로 인문학이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인문학을 배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인문학이 디자이너들이 가져야 할 창의력을 핵심요약 정리해 주지는 않는다. 디자이너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노력이 필요하다. 책을 읽고, 상상하고 그리고 가치의 의미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죽기 전에 자신의 전기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에게 이런 말을했다 .“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모든 게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래서 뭔가는 살아남는다고, 어쩌면 나의 의식이 영속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 딸각!’ 누르면 꺼지는 거지요. 아마 그래서 내가 애플 기기에 스위치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봅니다.”



애플의 전원 스위치는 왜 보이지 않을까? 아니 아예 없을까? 이것이야말로 영원히 존재하고 싶은 인간의 상상력을 보여준 디자인이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디자인 창의력을 얻고자 너무 넓고 크게 보지 말자. 이 모두는 나의 이웃을 나처럼 생각하려는 관점에서 시작된다.
글. 권민 <유니타스브랜드> 발행인 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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