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디자인 트렌드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꿈꾸는 건축 _ 권경은

꿈꾸는 건축
: 진화된 파사드를 통한 건축의 새로운 이미지들



2008년 여름 박태환 선수가 400m 결승점을 1위로 도착하는 순간 그 배경이 되었던 베이징 올림픽 수영경기장을 모두들 기억할 것이다. 기존의 건축물과는 사뭇 다른 거품의 형태를 띠고 있는 이 수영장의 표피 구조는 현대 건축 테크놀로지의 일면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오랜 세월 건축이 추구하고 싸워왔던 자연과의 관계를 여러 면에서 함축하고 있다.


그림1. 2008 베이징 올림픽 수영경기장 (PTW Architects)


파사드-실내 환경의 보호 장치에서 패션으로    
    
건축이란 근본적으로 인간에게 외부 환경으로부터 안전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인데, 파사드는 이 분리된 외부 환경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면이자 주변 환경과의 소통의 장치이다. 외부로부터 차단된 실내를 위해 파사드에 창을 뚫는다는 행위는 엔지니어링과 미학적 판단에 근거한 디자인 과정으로 시대의 기술과 미학이 반영되게 마련이다. 20세기 모더니즘의 추상적 건축 미학의 출현에는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재료의 등장이 큰 도움을 줬다. 콘크리트를 기반으로 건축물의 구조에서 파사드를 분리함으로써 자유로운 파사드 디자인이 가능했던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오랜 세월 건축이 벌여왔던 중력과의 싸움에서 자유로워진 파사드에 복잡한 기하학적 정보를 소화할 수 있는 디지털 공정(Digital Fabrication)이 더해지며 건축가에게 더 넓은 가능성을 열어줬다. 베이징 수영경기장의 경우 비반복적인 거품의 패턴을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22,000여 개의 각기 다른 3차원 구조부재의 수치화 작업이 자동화된 디자인 과정(CAD automation)을 거침으로써 가능하게 되었고 이 과정은 수영장 옆에 자리잡은 메인 스타디움에 또한 적용되었다. 


그림 2. 베이징 올림픽 메인 스테디움 (Herzog & de Meuron)

새 둥지를 모티브 삼아 설계 된 듯한 베이징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은 사실 새를 모티브로 했다기 보다는 마치 둥지를 그대로 확대 시켜놓은 것처럼 보인다. 자연에서 형태적 어휘를 취하는 과정은 디자인에서 오랜 세월 있어 왔지만 건축에의 적용은 한계가 있었고 다소 은유적인 표현과 작은 스케일을 통해서만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건축이 기술적 한계로부터 벗어나며 자연의 모티브는 변형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처럼 거대한 스케일로 직접 차용되고 있다. 


패턴을 통한 패션으로

건축적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의 자동화를 통해 분석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건축가들에겐 비반복적이고 비정형적인 패턴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일본의 건축가 토요 이토(Toyo Ito)는 오래 동안 나무에 관심 많았던 듯 하다. 그는 센다이 미디어테크(Sendai Mediatheque)에서 나무의 형태에서 차용한 구조 시스템으로 건물을 세우더니 도쿄의 토드 샵에서는 아예 나무의 패턴을 그대로 건물의 파사드로 사용하여 구조화하였다. 


그림 3. (왼쪽) 센다이 미디어테크 모형, (중간) 토드 샵, (오른쪽) 개념 모형 (Toyo Ito Architects)

불규칙적인 패턴화의 예로 이처럼 나무에 매료된 건축가들을 자주 찾아 볼 수 있는데 톰 파데르 건축사무소(Thom Faulders Architecture)의 “Airspace”라는 건물의 외피는 비반복적인 나뭇가지의 패턴을 파사드에 사용해서 차양 효과를 이루며 파사드를 형성한다.    
 

그림 4. Airspace (Thom Faulders Architecture)

잠자리의 날개가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주기도 한다. 톰 위즈콤(Tom Wiscombe)의 “EMERGENT”라는 설치 작업은 잠자리 날개의 패턴을 3차원으로 형태화하여 디자인했다. 이 작업 역시 디지털 공정을 통해 디자인되고 시공됐다.


그림 5. Emergent (Tom Wiscombe)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한 무한한 정보의 자동화와 디지털 공정을 통한 비반복적 패턴의 건축적 시공 가능성은 패턴을 통한 건축의 패션화의 길을 열어 줬다. 이제 건축물의 설계 과정은 전통적 건축적 규율이 중요시 되고 공학화된 아름다움(engineered beauty)을 추구하는 다소 도제적인 과정이 아니라, 즉흥성과 패션이 추구되는 “놀이”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패턴’이 건축을 정의하는 전체가 되어가고 있는 경향이 있다.


정의 되기를 거부하는 파사드 – 자연 속으로

이러한 패턴화와 달리 기하학과 형태를 강조하기 보다는 기술이 생산해 내는 현상을 통해 뚜렷하게 인지 되지 않는 건축을 하는 이들도 있다.

유리는 건축에서 내외의 구분이라는 파사드의 기본 개념을 넘어 안과 밖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실제 투명성이라는 것은 일정 정도 허상에 불과하다. 완벽한 투명성이란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유리는 빛의 조건과 각에 따라 반사와 투영이 뒤섞여 면으로 인식되기 쉽다.  

프랑스 건축가 쟝 누벨(Jean Nouvel)은 이렇게 새로운 기술과 재료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용하여 건축의 또 다른 역할을 추구하고 있다. 그의 작품인 “카르티에 파운데이션(Cartier Foundation)” 은 모든 외피를 유리로 둘러 싼 건물을 구성해서, 건물이 면한 거리에서 건물 안쪽의 정원으로의 가시성을 확보했다. 가벼운 건축을 표방한 이 건물에서 좀더 시선을 끄는 것은 투명성과 반사성이 혼합되어 건축적 기하학이 모호해지는 순간에 있다. 유리 담장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여러 켜의 유리들이 이루어내는 시각적 투과성과 주변 수림의 반사로 인해 건물은 주변 환경 속으로 녹아 들어가고 형태가 아닌 일종의 분위기로 정의돼 버린다. 그의 최근 계획안들은 이러한 자연과의 구분이 모호해진 건축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림 6. (왼쪽, 중간)Cartier Foundation, (오른쪽) 두바이 오페라 하우스 계획안 (Atelier Jean Nouvel)

딜러 & 스코피디오(Diller & Scofidio)는 스위스 엑스포의 한 파빌리온을 통해 자연 자체, 분위기 자체로서의 건축을 시도하고 있다. 계속해서 분무되는 물을 통해 안개를 형성하는 이 건축물은 자체의 형태가 정의되고 인지되기를 거부한다. 


그림 7. 스위스 엑스포 파빌리온 (Diller & Scofidio)


꿈꿀 권리

기술적 제한은 건축가를 분석하고, 절제하게 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모더니즘이 낳은 도시의 모습은 지적이면서도 건조하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기술적 진보를 통해 “상상한대로 만들 수 있다”라는 사실은 건축가에게 좀 더 자유롭게 꿈꿀 권리를 주었고 건축은 작업을 하는 건축가에게도, 완공된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건물이 세워질 도시에게도 유희화되어 간다. 건축을 표현하는 아름다움의 척도는 달라지고 있고 도시는 쉬워지고 있다. 



권경은_ KSWA (Kyu Sung Woo Architects)

MIT에서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통한 건축 설계 방법론 연구를 통해 건축 석사 학위를 취득 후 현재 미국 캠브리지 소재의  KSWA에서 Associate재직 중이며 국립 아시아 문화 전당의 Project Architect로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Tag
#건축 #파사드 #디지털 공정 #생태모방 #자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