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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탈출 중소기업, 디자인을 보는 눈 - 중소기업의 디자인 사용법 -







사업을 하나의 경쟁으로 본다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사업적 관계는 다윗과 골리앗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성경에서야 모든 면에서 열세였던 다윗이 이겼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반대이다. 이럴 때는 게임의 룰을 좀 바꾸어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 모든 면에서 무소불위일 것 같지만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나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디자인이 그렇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디자인에 접근하는 방식과 중소기업에서 디자인에 접근하는 방식은 같을 수가 없다. 현명한 중소기업은 바로 이런 점을 잘 활용한다. 예를 들어 구프람(Gufram)이라는 소규모의 가구업체는 최근에 가장 뜨고있는 디자이너들과 문제작들을 내놓으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세계 시장에서뚜렷하게 각인시켰다.



특히 괴짜 디자이너 파비오 노벰브레(Fabio Nobembre)의 해골 모양의 플라스틱 의자 졸리로저(Jolly Roger)는 2013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대단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디자인 하나는 작은 기업을 순식간에 반석에 올려놓는다.



사실 사람들은 우직하고 친절한 디자인보다는 변덕스럽지만 매력적인 디자인에 더 열광하게 된다. 이런 디자인은 덩치가 큰 대기업 안에서는 실현되기가 매우 어렵다. 날렵한 순발력과 포용성을 강점으로 가진 중소기업이야말로 이런 디자인이 발육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이런 점에서 ‘디자인’은 ‘중소기업에 내린 축복’이라고 할 만하다



세계에서도 이러한 정서적인 디자인을 통해 중소기업들을 세계적으로 성장시켜 온 나라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다. 다른 나라들이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추어 기능적이고 마케팅적인 디자인을 추구할 때 이탈리아에서는 전통적인 중소기업들과 훌륭한 디자이너들이 만나 명품 디자인을 만들어왔다. 한국이 그동안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두 싸고, 빨리, 많이 팔고자 하는 개발도상국형 전략을 획일적으로 취해 왔던 반면에 이탈리아에서는 디자인을 통해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생산방식과 사업적 방향을 꾸려왔던 것이다. 선진국형 체제로 이행하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은 이탈리아의 이런 행보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디자인은 분명 하나의 기업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긴 하지만, 아무나 디자인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디자인이 아니라 디자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다.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디자인만 신경 쓴다고 해서 당장 이탈리아 같은 결과물들을 만들 수는 없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주방용품회사 알레시(Alessi)의 회장은 자기 회사의 목표는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예술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중소기업 CEO들이 들었다면 무슨 헛소리인가 했음직한 언급이다. 원래 알레시는 2차 대전 전후로 알프스 산 속에서 냄비나 포크, 나이프와 같은 주방용품을 만들던 조그마한 공장에 불과했다. 이탈리아 내에서도 그런 업체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하지만 알레시는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최고의 디자인을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그 결과 알레시는 단순한 주방용품 메이커가 아니라 예술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물론 상업적인 성공은 자연스럽게 부산물로 따라왔다. 디자인으로 성공을 하고싶다면 디자인에 투자를 하기 전에 디자인을 통해 이루려는 기업의 목표를 먼저 조정해야 한다.




알레시가 성공하게 된 데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도 빼먹으면 안된다. 특히 이탈리아 산업디자인의 대부,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100% 디자인’ 프로젝트는 멘디니가 알레시에서 진행한 초기 프로젝트였다. 이집트의 유물에 영감을 받은 병에, 세계적인 작가 100명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프로젝트였다. 특별한 기능이 있는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도 아니었고, 순수미술 작업과 구별하기 힘든 프로젝트였다. 과연 한국의 중소기업들에게 이런 제안이 들어간다면 어떤 기업이 선뜻 지원을 할 수 있을까?하지만 알레시는 그야말로 멘디니가 하자는 대로 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미 모든 제품이 선주문으로 다 팔렸고, 더불어 알레시는 단지 주방용품 회사가 아니라 예술품을 만드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수십억의 홍보비를 써도 만들 수없는 이미지를 얻은 것이다.




훌륭한 디자이너의 리더로 알레시는 엄청난 결과를 얻었다. 게다가 멘디니는 1993년에 와인오프너 ‘안나 G’를 디자인해서 알레시의 입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일개 와인 오프너에 불과했지만 팔을 높이 치켜들면서 와인 병 마개를 뽑는 수더분하면서도 정감어린 디자인은 소비자가 아니라 대중들의 마음을 매료시키면서 지금까지 알레시를 빛나게 하고 있다. 일년에 거의 천만개 정도가 팔린다고 하는 말도 들리니 경제적으로도 알레시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




과연 알레시가 멘디니 같은 디자이너들을 단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을로서 대했다면 가능했을까? 여기서 우리는 기업과 디자이너의 관계에 대해 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①,② 디자이너와 중소기업이 만나 만들어진 이탈리아의 디자인들
③ 센세이션을 이끌었던 구프람의 2013년 밀라노 가구박람회 전시장






디자이너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단지 노동력만을 제공하는 디자이너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뛰어난 개성과 대중적인 인기를 제공해주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기업이 디자인으로 성공하려면 후자의 디자이너들을 살펴보는것이 좋다. 이름난 디자이너들은 대중들에게 각인된 자신의 개성을 활용하여 기업 하나를 살릴 수도 있다. 이럴 때 디자이너는 기업에 대해 갑이 된다. 적어도 자기의 이름값을 하는 디자이너라면 기업이 갑으로 대하고 최대한 지원해주어야 한다. 물론 아무 디자이너에게나 그렇게 대하라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해 지는 것은 디자이너의 선택이다.




중소기업이 디자인으로 성공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열쇠는 디자이너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매우 다양한 개성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있다. 기업이 디자인으로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좋은 디자이너를 만나야 한다. 적어도 개성을 뒤로하고 순전히 노동단가로 승부하려는 디자이너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기업의 전망에 가장 적합한 디자이너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앞서 살펴본 구프람처럼 현재 유명한 디자이너보다는 앞으로 성공할 디자이너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어쨌든 바로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이 CEO들의 안목이다. 알레시의 오늘날이 알베르토 알레시 회장의 안목에서 비롯된 것처럼, 성공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좋은 디자이너를 알아보고 충분히 지원해줄 기업가의 탁월한 감각과 지식이 필수적이다. 혼자의 힘으로 어렵다면 디자인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할 수도있다. 아무튼 기업을 반석에 올려줄 좋은 디자이너를 선택하는 문제야 말로 기업을 이끄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디자이너가 정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환경만 조성해 주면 디자인과 관련된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다행히 한국의 기업에서도 좋은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세계적인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에게 생수병을 디자인하게 한 파리바게뜨의 행보는 매우 인상적이다. 2000원을 넘지 않는 저렴한 상품을 최고의 디자이너에게의뢰하여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디자인을 즐기게 한 점은 기업의 성공 이전에 한국사회에 큰 문화적 기여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이런 행보들이 많이 나타날것 같고,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지 제공 최경원



글. 최경원 <현디자인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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