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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디자인의 가치와 중요성 공감한 소통의 장, <디자인 서바이벌 : K-DESIGN>






“과연? 가능할까요?”
디자인 서바이벌에 대한 얘기를 꺼냈을 때 내가 만난 사람들의 반응이 대부분 이랬다.
그들의 표정에서 읽히는 생각은 더 심했다. ‘또 서바이벌 우려 먹으려 하는군’이라고.





나 역시도 우리나라에서 서바이벌이 기형적으로 양산되고 있다고 말하곤 했는데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이런 반응은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고 하면<슈퍼스타 K>나 같은, 외국의 어디서 본 듯한 프로그램 이외엔, 판권을 사들여서 외국의 포맷을 따라 하는게 우리나라의 현실.
그렇다 보니 항상 ‘그게 다가 아닌데’ 하며목말라 있던 내게 그들이 보여 줄 수 있는 반응은 이것이 다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시장판 약장수로 생각하는구나’하는 느낌이 오기를 발동시켰다고나 할까? 사람들의 냉대에 대한 반발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지도 않았던 위기나 문제들이 일어날 때마다 버티게 해 준 힘이 되어 준 셈이다. “그렇다면 당신들이 알고 있는 서바이벌의 툴을 그대로 가져와서 해도 다른 서바이벌이 된다는 걸 알려 주겠어. 왜냐하면 이건 당신들의 눈을 동그랗게 뜨게 해 줄 ‘디자이너’가 그 주인공이니까!”



디자인(design)
[명사] 의상, 공업 제품, 건축 따위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작품의 설계나 도안.




디자인의 사전적 의미다. 어찌 보면 굉장히 어려운 제품, 작품, 설계란 단어들이 들어가 있는 이 디자인 때문에 애플은 아이폰이란 단일 스마트폰으로 2012년 4개 분기 매출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체 매출을 뛰어넘었고 새로운 버전의 아이폰이 나올 때면 매장 앞에서 밤새는 사람들로 즐비하다. 물론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술력이 뒷받침해 줘야 하는건 당연지사겠지만 이 기술력이라는 것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세상이다 보니 이제 차별은 디자인에서 난다고 봐도 무관하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피터 슈라이어’란 디자이너를 아시는가? 그럼 기아자동차의 사장 ‘피터 슈라이어’는? 자동차 디자인학과를 전공한 그가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크리스 뱅글, 이안 칼럼) 중 한 명으로 불리고 아우디 디자인 총괄책임자, 폴크스바겐 디자인 총괄책임자를거쳐 기아자동차 디자인 총괄책임자, 부사장 그리고 사장까지된 인물이다. 그 한 사람이 ‘디자인 기아’란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의 혁신을 일으켰다. 디자인으로 경쟁해서 말이다. 이 정도면 디자인이, 그리고 디자이너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 나올법도 하다. 그 세상을 바꿀 디자인의 주인공을 뽑겠다고 시작한 프로그램이 바로 <디자인 서바이벌 : K-DESIGN>이다. 그야말로 상품 뒤에 가려진 디자이너를 주인공으로 무대 위로 세우겠다는데 느낌이 오지 않는가 말이다.









<디자인 서바이벌 : K-DESIGN> 서류 접수 결과 평범한 주부,학생, 현직 디자이너, 디자인회사 대표까지 ‘우리 모두가 디자이너’라는 열린 참여로 연령과 직업에 제한 없이 2천여 명의 다양한 지원자가 몰렸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주도에서 찾아온 중학생, 힘든 집안 사정 속에서도 꿋꿋이 디자인을 공부하는 대학생, 부도위기를 맞은 중소기업 업체의 사장님, 암을 이겨내고<디자인 서바이벌 : K-DESIGN>의 우승자가 되기 위해 찾아온 주부 등 사연들도 디자인에 대한 애정만큼 다양했다. 서류 심사를 통해 합격한 100명의 지원자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두 번의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 티켓을 따냈고, 최종 우승까지는 심도 있고 재치 넘치는 미션들을 진행했다. 지원자들의 각양각색 사연들과 본인의 경험이 반영된 창의적인 디자인 제품들 또한 매회 다양한 미션을 통해 소개되었다.




“이거 되겠는데요!”<디자인 서바이벌 : K-DESIGN> 첫 방송이 나가고 오디오감독이 오더니 내게 해 준 말이다. “거봐 된다니까” 나는 그 느낌을 첫 녹화하는 날 느꼈다. 방송이라는 게 연출자 개인의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어서 나 자신도 확신을 못 하는 것이 방송이다. 확인에 확인해도, 뜻밖의 상황들이 생겨 일이 꼬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니 신경은 곤두서있고 어느새 타협하고 있는 자신을 느낄 때도 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고, 편집을 해봐야 알겠고, 시청률을 봐야지 하며 확신을 뒤로 미루는 게 대부분인데 첫 녹화 날 좋은 느낌이 왔다




우리 연출팀은 참가자들에게 어떻게 해달라고 지시를 한 적이없다. 지시를 못 시켜서 안 시킨 게 아니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당신은 이런 식으로 하면 좋겠다는 어설픈 지적을 할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리얼로 가야 서바이벌이다’란 내 지론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카메라가 13대나지켜보는 자리에서 정말 열심히 자신이 준비한 것을 3분이란 제한된 시간 동안 얘기하고 있다. 표정이나 눈빛이 살아있다. 내가 느낀다면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활어처럼. 그럼 된다는 느낌은 시청률과는 상관없는 자신감이었다. 물론 상관있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나중에 참가자들에게 물어볼기회가 생겨 이전에도 이런 ‘3분 PT’ 같은 발표를 해 본 경험이 많냐고 물어 봤다. 그랬더니 있었단다. 한두 번... 참가자들도 생소한 경험이었다. 대부분 공모전에 출품한다고 하면 작품 제출 후 심사를 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보니 본인이 직접 설명하는 경우는 없다. 심사위원들 앞에서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설명하고 바로 질의응답을 하는 경험이 사실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본인들도 재미있단다. 무슨 얘기를 하고 나왔는지 모를 만큼 떨기도 했지만 아주 좋은 경험이었단다. 그럼 된 것이다.  참가자들 모두 즐길 준비 된 사람들이니까... 모든 일은 노력하는 사람 따라가질 못하고 천재를 따라가지 못하고 즐기는 사람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이니까.




한편 세상에 없던 프로그램 <디자인 서바이벌 : K-DESIGN>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디자인이라고 하면 예쁜것들만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디자인은 그게 다가 아니라는걸 알려줘야 했고, 촬영할 수 있는 장소도 열악했고 디자인 과제  하나하나에 그걸 수행하게 할 시간이 턱없이 모자랐다. 작품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것은 TV 화면으로 보여주기에너무 제한적이라 실모형(목업) 제작을 했으면 하는 게 연출팀의 바램이었고 실모형 제작까지 하기엔 한 주 방송분에 한 달이상의 시간을 주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 주 방송에 한달 이상씩 걸려 만들 예산이나 여유 또한 세상 어느 팀도 할 수없는 일... 그래서 낸 묘책이 리모델링이란 과제를 초반에 하자는것이었다. 기존 제품을 다시 디자인해서 바꾸라는, 그렇게 해서 생긴 미션이 ‘추억을 리디자인하라’, ‘발명품 디자인의 옷을 입다’이다.










‘추억을 리디자인하라’ 미션은 밤샘 미션으로 시간적 제한을 최대로 주고 진행은 되었으나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참가자들의 퀄리티 문제가 생기는데 아무래도 시간문제였다. 그래서 미션 기간을 1주일로 잡았던 ‘발명품 디자인의 옷을 입다 ’미션을 2주일로 변경하고, 그 뒤 미션들도 시간을 1주일씩 더 늘려 잡는 스케줄 대변동을 겪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두 달방송에 소요된 실 촬영기간은 10월 12일부터 12월 17일까지석 달이 넘게 되었다.




일정이 늘어나고 환경이 열악해지자 문제는 내부에서도 생겼다. 팀 내 낙오자가 네 명이나 생겼다. 의견 충돌이 문제가 되기도 했고,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친구도 있었다. 아예 연락두절로 소위 말하는 잠수를 탄 친구도... 그들이 간과한 것들이 보여 안타까웠다. 서바이벌 PT 현장에서 나누던 심사위원과 참가자들의 대화 속에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 있었다는 걸.
“디자이너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을 했나요? 죽을 만큼 노력하지 않고선 꿈은 꿈일 뿐입니다.”




메인작가였던 박미경 작가는 마지막 종방연에서 디자이너들의 삶이 낯설지가 않다는 말을 했다. 밤샘 작업을 하고, 이런저런상황들을 다 생각하고 다양한 지식을 쌓아야 하는 디자이너들의 모습이 우리 방송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이전에는 몰랐던 사실이다. 밤을 새우고 일하다 보면 잠자리 살필 사이도 없이 의자에서건 바닥에서건내가 자고자 하면 바로 잠자리다. 디자이너들이 그랬다.




TOP6의 홍일점이었던 이연화 참가자는 마지막 작품을 위해 별도의 시간을 요청을 해왔다. 아이템을 변경해 시간이 모자라니 밤을 새울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연출팀의 관리 하에서는 가능한 것이어서 “그러라”고 하고 작업실을 내 주었다. 다음 날 아침에 작업실을 가보니 바닥에 수건 한 장을 깔고 자고 있던 그녀의 모습에 항상 예쁜 척하고 된장녀(?) 같은 이미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두 번의 암을 이기고 서바이벌에 나와 너무 힘들다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가족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줬던 최미선 교수도 이곳에 와서는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자신보다 어린 참가자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똑같이노력하고 땀 흘리면서 “나 아직 완치된 거 아니에요”하던 모습과 “서바이벌이란 게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는 기억이 교차하며 떠오르는 건 왜일까?




최석원, 최미선, 백윤화, 유지연, 이원찬, 구민정 참가자 등은TOP20에 오른 제품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다른 쪽을 전공한이들이었다. 이들이 하는 대부분의 원성(?)은 왜 자신의 전공을 살릴 미션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고, 그 말을 듣지 못한심사위원들이 그들의 작품에 하는 말은 다 똑같았다. “제품 디자이너가 아니면서 왜 제품 디자이너 흉내를 내려고하느냐?”




디자인이란 영역이 점점 융화 되어가고 있다는 시대적인 흐름이있다.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심리학과 문학을전공한 사람이 디자인 쪽으로 넘어오는 등 우리가 바랬던 것은 제품디자인이라기 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보이는 새로운 작품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심사위원들이 보낸 메시지는 한결 같았다. “그게 최선이냐?”였다. 우리가 바라고 있는 기대치와 다른 작품이 나왔을 때마다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었고 그들은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나서야 왜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하고 후회를 했다.

탈락자 중 가장 가슴을 울렸던 건 방송에도 나간 손아름 참가자의 “기회가 온다면 다시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말과 마지막 방송에서 시간 때문에 편집해야 했던 함민경 참가자의 “나 같은 망나니도 이걸 하는데, 하다 보니까 나도 할 수 있구나, 나 같은 사람도 할 수 있구나”라는 깨달음의 말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디자인 서바이벌 : K-DESIGN> 심사위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의 해박한 지식과 사물을 여러 각도로보고 해석하는 모습과 화법에 혀를 내두른 적이 많았다. PT중에도 참가자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허를 찌르던 질문들은 정말 무릎을 탁 치게 할 정도로 탁월했다. 이걸 보고 내가 주변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저들에게 대화하는 법이라도 배워!”였을 정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친한 사람들과는 웃고 떠들며 쉼 없이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모두가 꿀먹은 벙어리거나 말을 못해서 손해 봤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어쩌면 지적 버라이어티 토크쇼가 자리매김할 일이 생긴다면 이 프로그램이 초석이 됐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4인4색의 심사위원을 바랬었고 그 이상을 해 준<디자인 서바이벌 : K-DESIGN> 심사위원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게 K-DESIGN일까? 나도 답은 모른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디자인을 인정할 때 K-DESIGN이라는게 생기는 게 아닐까? 당신들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 한국 사람이지않으냐? 그럼 당신이 만드는 게 K-DESIGN으로 불리게끔 해라.”라는 말을 참가자들에게 한 적이 있다.
그 의도를 깨달은 1위 임정택 참가자는 안지용 심사위원이 물은 “당신이 생각하는 K-DESIGN이 뭐냐?”는 질문에 “제가 어느 나라 사람이겠습니까? 제가 만드는 게 K-DESIGN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명쾌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디자인이 유명해지면 K-DESIGN이라 부르는 건 외국인의 몫인것이고, 한국의 디자이너가 유명해지면 그 사람의 이름이 불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자인 서바이벌 : K-DESIGN>은 시청률과는 별개로 사람들에게 그 이상의 환대를 받는 황송한 일이 생기고 말았다. 무엇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K-DESIGN에 대한 애정과 용단이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고 그 무대의 주인공은 심사위원과 참가자, 그리고 디자인이었다. 앞으로 이 주역들이 세상에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지 박수를 보내며 관심을두고 응원해 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몫이다.



글. 최강원 <디자인 서바이벌 : K-DESIGN> 연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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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서바이벌 : K-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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