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디자인 트렌드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요리, 디자인에 우선가치를 두다








“기발한 음식은 우리가 얼마나 창의적인 존재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놀라운 지혜와 창의성으로 요리를 만들어온 인류. 그래서 우리는 요리인류입니다.”

<요리人류>의 도입 부분 멘트다. 우리에게 먹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허기진 배를 채우는 한 끼 식사일 뿐일까? 함께 맛을 공감하고 순간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일까? 아름다운 영상미와 요리와 인류학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가 가득했던 다큐멘터리 <요리人류>의 이욱정 PD를 만나보았다.



인류의 문화, 요리

지난 3월 26일부터 사흘간 KBS1에서 방영된 이욱정 PD의 신작 요리 다큐멘터리 <요리人류>의 시청률은 평균 7%대를 상회했다. 주중 밤 10시, 쟁쟁한 드라마들과 경쟁해야 하는 황금 시간대에 이끌어 낸 놀라운 수치다. 사람들의 눈과 침샘을 자극하는 방송이지만, 정작 이욱정 PD본인은 올 하반기에 방영될 <요리人류>의 나머지 방송 마무리 작업을 위해 매번 컵라면과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계 방송사상 최초로 국수를 통해본 인류 음식 문명사를 다룬 요리 다큐멘터리 <누들로드(2009)>로 극찬을 받으며 탄탄대로를 달리던 이욱정 PD는<누들로드> 방송 후 돌연 휴가를 내고 파리로 향했다.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인 르 코르동 블루에서 진짜 요리를 배워 진정한 요리 전문 PD가 되고자하는 출사표였던 셈이다.
 “보통 국내의 다큐멘터리는 어떤 정보를 전달할 것인지, 텍스트에만 집중을 합니다. 하지만 전 비주얼로 요리의 경이로움과요리가 인류의 문화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요리를 배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이번 3회 방송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요리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갖게 할 정도의 애피타이저 역할은 한 것 같습니다.” <요리人류>는 일반 다큐멘터리에 비해 정보량은 절반 정도고, 영상 속도는 3배정도 빠르다. 거의 광고와 맞먹는 속도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고 영상이 고급스러우며 풍부하다는 의미다. 오븐 속 빵이 살아 있는 듯 부풀어 오르는 장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장이라도 빵집으로 달려 가게끔하는 맛깔스러운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생생한 영상미 덕분에 <요리人류>는 방송이 나간 이후 ‘카스도스(설탕과 달걀이 귀하던16세기 일본 왕에게 진상되어졌던 빵)’ 동영상이 조회 수 50만을 돌파할 정도로 사람들의 호평과 함께 뜨거운 관심을이끌어냈다.
“백 마디 말보다 동작 하나, 순간의 찰나에 더 많은 감동을 전달한다는 데에는 춤과 요리가 동일합니다. 요리하는 동작을 통해 ‘요리란 아름답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요리는 곧 인류의 욕망, 인류의향 방을 알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요리人류>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임팩트있는 비주얼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요리는 디자인이다

최근에는 요리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기호를 살려 독특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아도 개인의 고집을 소비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하지만 아직도 적지않은 사람들에게 요리란 단지 맛있게, 배를 채운다는 의미가 더 크다.
“르 코르동 블루에서는 아무리 맛있게 요리해도 플레이팅(접시에 요리를 담는기술)이 되어 있지 않으면 아예 선생이 맛을 보지 않습니다. 평가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죠. 그만큼 요리에서는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주얼이 요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요리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에서는 결코 먹는 것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시골 농가에서 조차 그 집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주방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그 집만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주방 도구와 접시를 갖추고 있다. 요리 문화의 저변이 두텁다는 것을 알수 있는 부분이다.
“요리는 문화입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나 자원으로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지만 한식의 세계화는 빠른시간 내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가 수백 억원을 쏟아부어도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죠.”
이욱정 PD는 요리하는 사람은 물론 먹는 사람들이 무엇에 ‘우선가치’를 두어야 할 것인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말한다.
“요리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 점차 문명으로 발전했고, 문화로 정착했습니다. 선진국에서 요리의모양과 색깔, 그릇과의 조화를 생각해 요리를 그림처럼 감상하고 즐기는 것은 상류층에서 시작해 점차 확산되어 나갔지만,우리나라는 먹고살기 힘든 근현대사를 보내며 엘리트들의 식문화가 무너져버린 것이 문제였죠. 일본강점기 시대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요리로 나누고 공유하라

‘먹방’이 대세다.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는 것에 열광하고,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이 먹는 장면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요리란 ‘나눔과 공유의 경험’입니다. 혼자 먹는 것보다는 함께 먹는 것이 훨씬 맛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은연중에 알고 있는 거죠. 음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어 하는 현상이 이런 트렌드를 일으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리는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즐기는가가 중요하다. 이제는 단순히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요리가 가지고 있는 ‘공유의 가치’를 깨닫고 개발할 때다. 그것이 이욱정 PD가 요리다큐멘터리를 계속 만드는 이유다.
“요리는 크게 전문가와 아마추어 요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문가 요리는 레스토랑 같은 곳에 가서 맛을 보면 됩니다. 아마추어가 굳이 어려운 요리를 할 필요는 없죠. 요리는 간단해야 합니다. 언젠가는 재료 세 가지만으로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이욱정 PD는 ‘인류의 삶을 바꾼 요리 시리즈’를 50개 정도는 만들고 싶다며 웃음을 터트린다. <요리人류>는 2년의 제작 기간동안 22개국을 돌아다니며 24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초대형 다큐멘터리라고 홍보되었지만, 선진국에서는 그보다 몇 배더 많은 수백억 원의 돈을 들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아직 갈길이 먼 셈이다.
그러나 이욱정 PD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즐거운 계획으로 가득하다. 하반기에 방영될 <요리人류>의 나머지 작업은 물론 김치, 쌀과 장류, 발효음식과 두부 등 아직도 다뤄야 할 것이 많기때문이다.
‘당신에게 요리는 무엇인가?’이욱정 PD가 끊임없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며, 시청자들에게 얻고자 하는 답이다.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